요즈음 뉴스레터 전성시대입니다. 매일 뉴스레터 한두 통쯤 받으실 거예요. 저는 배달의민족에서 발행하는 주간 배짱이와 요기요의 요기레터, 매거진 B의 스프레드바이비, 응답하라 마케팅 등을 구독하고 있어요. 둘은 기업, 하나는 출판사, 나머지 하난 개인이 발행하는데요. 이처럼 기업, 출판사는 물론이고 개인도 뉴스레터를 발행하고 있습니다.
사실 이메일은 한물 간 구닥다리 취급을 받았잖아요. 회사 이메일이야 업무용으로 쓰지만 개인 이메일은 카드 이용대금 명세서를 받는 용도 이외에는 광고성 스팸 메일을 차곡차곡 쌓아놓는 창고나 다름없었으니까요. 이렇게 사람들이 자주 쓰질 않으니까 광고 마케팅 미디어로써의 매력도 떨어졌죠.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등 소셜 미디어에 왕좌를 내주었었고요. 이렇게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는 것 같았어요.
이런 이메일의 위상, 과거 라디오와 닮지 않았나요? 라디오도 영화와 텔레비전이 등장하면서 올드 미디어 취급을 받았고, 사람들은 머지않아 라디오는 없어질 거라고 했었죠. 하지만 라디오는 박물관으로 가긴커녕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미디어로 승승장구하고 있죠. 뉴스레터와 라디오, 이 둘은 위기에서 살아남은 점 이외에도 몇 가지 공통점이 있는데요. 둘의 공통점을 살펴봤습니다.
뉴스레터와 라디오는 구독자와 청취자의 이름을 부릅니다. “안녕, 김민호 응답이”, “김민호 배짱이님과 어떤 이야기를 나눌지 고민하는 시간을 보내던 중……” “김민호 님의 사연입니다” 이런 식으로요. 이러면 뉴스레터 발행인이나 라디오 진행자와 일대일로 소통하고 있단 느낌을 받잖아요. 분명 뉴스레터와 라디오가 매스 미디어인 줄 알면서도요. 둘은 매스 미디어이지만 사람들은 개인적인 매체로 느끼는 거죠. 사실 그렇잖아요. 실제보다 내가 받는 ‘느낌적인 느낌’이 중요하다는 것.
뉴스레터나 라디오가 내 이름을 불러줬을 때, 나에게로 와서 특별한 의미를 갖게 되는 겁니다. 그러면 특별한 의미를 이렇게 바꿔 부를 수 있을 것 같아요. 특별한 사이로요. 부자 및 모자 관계, 교우 관계, 사제 관계처럼요. 이제부터 둘 사이엔 호감과 신뢰가 생기고, 나아가 상대에게 정성을 다할 수 있을 거예요. 특별한 사이니까요. 구독자나 청취자에겐 시간을 함께 보내고 마음을 나누는 친구가 생겼다고 볼 수 있고, 뉴스레터나 라디오 제작자에게는 충성도 높은 구독자나 청취자를 얻은 거겠죠. 국어사전에서는 충성도를 ‘어떤 것에 몸과 마음을 다하는 정도’라고 정의하고 있어요. 그렇다면 발행자 및 제작자 입장에서 충성도 높은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 먼저 신뢰 관계를 구축해야겠죠.
뉴스레터와 라디오는 구독자와 청취자의 참여로 만들어집니다. 뉴스레터 말미에는 이번호를 어떻게 읽었는지 묻거나, 앞으로 다뤘으면 하는 아이템을 알려달라는 설문 코너가 있습니다. 이렇게 피드백을 통해 다음호를 기획하는 거죠. 책 소개 뉴스레터 에그브렉의 박혜강 에디터도 “피드백을 통해서 새로운 기획이 탄생할 때 제작자인 저 역시 만족도가 매우 높았다”라고 말합니다.
라디오는 청취자의 사연을 받아 소개하거나, 청취자와 직접 전화로 연결하여 퀴즈를 풀고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죠. 이를테면 두시탈출 컬투쇼는 청취자의 참여로 만들어지는 대표적인 라디오 프로그램일 텐데요. 청취자의 재밌고 맛깔난 사연 없는 컬투쇼는 상상조차 할 수 없겠죠. 이처럼 뉴스레터와 라디오는 구독자, 청취자와 함께 만듭니다. 나아가 피드백은 계속 뉴스레터와 라디오를 만드는 힘이 되어주기도 합니다.
이 같은 피드백은 공짜로 얻을 수 없겠죠. 이벤트는 구독자, 청취자가 참여해 즐길 장을 마련해주는 동시에, 정성스러운 피드백을 준 분들에게 상품으로나마 감사 표시를 하게 해 줍니다. 그래서 전 이벤트를 기념식이나 잔치에 비유하곤 합니다.
라디오는 시간대, 영역별로 전문화 및 특성화되어 있어요. 이를테면 음악, 경제시사, 영화, 토크쇼, 오디오북만 전문적으로 다루는 프로그램이 있잖아요. 보통 아침에는 시사이슈나 경제 등을 다루는 프로그램이 편성되고, 저녁에는 음악이나 영화 위주의 프로그램이 배치되는 식으로요.
뉴스레터도 마찬가지예요. 뉴스레터도 저마다 전문 영역을 갖고 있어요. 시사 분야는 뉴닉, 음식 분야는 주간 배짱이와 요기레터, 책은 에그브렉, 재테크는 어피티, 육아 분야는 썬데이 파더스 클럽 등으로요. 뉴스레터와 라디오는 텍스트를 기반으로 한 미디어여서 한 주제에 대해 깊이 있게 다루기 좋아요. 현상의 이면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려면 글이나 말이 영상보다 나으니까요. 실질적인 정보에 대한 갈증을 풀어주기에 적합한 거죠. 또 일정한 시간 동안 전달할 수 있는 정보량도 글이나 말이 영상보다 많습니다. 물론 이미지가 없으니까 단박에 이해되는 점은 덜할 겁니다. 이 점은 글 쓰고 말하는 사람의 역량으로 보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도 유튜브 등 영상 매체와 달리 그림에 대한 고민을 하지 않아도 되죠. 영상 프로그램은 그림 없이 제작하는 건 사실상 어렵잖아요. 이 말인즉슨 뉴스레터와 라디오는 아이템 선정에 대한 제한도 딱히 없는 거죠.
뉴스레터는 소셜 미디어의 광고와 정보 과잉에 지친 사람들 사이에서 대안 매체로써 주목을 받아 인기를 끌고 있어요. 미디어의 흥망성쇠를 보면 앞으로 뉴스레터가 계속 구독자들의 사랑을 받을지 위기를 맞고 없어질지 알 수 없습니다. 다만, 뉴스레터가 라디오와 데칼코마니처럼 닮은 구석이 있는 걸로 미루어 보면, 이번 전성기가 쉽게 사그라들 것 같진 않습니다. 오히려 사람들의 다양화된 관심사와 취향 등을 반영한 새로운 뉴스레터가 더 많이 등장하지 않을까요.
요즈음 여러분은 무슨 뉴스레터를 구독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