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프로젝트 잘 마무리하는 법
지금까지 세 개의 사이드프로젝트를 '잘' 마무리했다고 생각한다. 취향 뉴스레터, 서비스 출시 프로젝트, 그리고 5년간 이어온 독서모임. 모두 다른 방식으로, 다른 이유로 끝났지만 공통점이 하나 있다면 아무도 찜찜하거나 아쉬워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사이드프로젝트에 관한 글들을 읽어보면 대부분 '어떻게 시작할 것인가'에 집중한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건 '어떻게 끝낼 것인가'가 아닐까. 좋은 시작보다 깔끔한 마무리가 더 어렵다. 특히 여러 명이 함께하는 프로젝트라면 더욱 그렇다.
사이드프로젝트를 망치는 가장 쉬운 방법은 '언젠가 다시 하겠지' 하면서 무한 보류시키는 것이다. 아무도 '끝났다'라고 선언하지 않은 채 자연소멸시키는 것. 이렇게 되면 팀원들은 서로 눈치를 보게 되고, 관계마저 어색해질 수 있다.
내가 경험한 '잘 마무리된' 프로젝트들의 공통점은 '이제 끝'에 대한 모두의 동의가 있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이 프로젝트의 끝은 무엇인가'에 대한 합의가 선행되어야 했다.
사람마다 생각하는 '끝'이 다르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은 목표 달성을, 어떤 사람은 과정 자체를, 또 어떤 사람은 새로운 도전을 끝으로 생각한다. 이런 차이를 인식했을 때,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고 그 차이가 좁혀지지 않는다면 슬슬 끝을 준비해야 한다.
1. 목표 달성형: 명확한 끝이 있는 프로젝트
서비스 출시 프로젝트가 이 케이스였다. 처음 아이디어를 낼 때부터 '출시'에 의미를 뒀기 때문에, 서비스를 출시한 순간 프로젝트가 완료되었다. 이런 프로젝트의 장점은 목표가 명확해서 팀원들의 동기 부여가 쉽다는 것이다. 단점은 목표 달성 후 허무감이 올 수 있다는 점. 우리는 서비스 출시 후 마지막 회식을 하면서 프로젝트를 정식으로 마무리했다.
참고로 이때는 코로나 시기라 서비스 마무리 후 진행한 처음이자 마지막 회식 전까지 팀원들 얼굴도 몰랐다. 줌으로만 협업했는데, 오히려 라포 형성이 덜 되어서 그런지 일만 빠릿빠릿하게 하고 회의가 끝났던 것 같다. 때로는 적당한 거리감이 효율성을 높이기도 한다.
2. 지속형: 오래 이어가다가 자연스럽게 마무리
5년간 이어온 독서모임이 이 경우다. 이런 프로젝트를 오래 하려면 '느슨하게 몰입'하는 것이 핵심이다.
운영진이 나까지 4명이었는데, 무조건 모두가 참여하기보단 각자 사정이 생기면 다른 운영진이 참여를 메꿔주기도 했다. 그리고 잠시 재정비가 필요하면 한두 달 정도 쉬기도 했다. 그리고 5년이 지난 최근, 나를 포함한 운영진들 각자의 사정(결혼, 이직 등)으로 독서모임 규모를 키우기 어려워져서 마무리했다. 억지로 끝낸 게 아니라 자연스러운 라이프사이클을 인정한 것이다.
3. 차이 인정형: 방향성이 달라질 때
취향 뉴스레터는 이 케이스였다. 구독자를 어느 정도 키워가면서 뉴스레터 운영 방식에 대한 차이가 발생했다. 더 전문적으로 가고 싶은 사람과 가볍게 유지하고 싶은 사람, 수익화를 고려하는 사람과 순수하게 하고 싶은 사람.
이때 중요한 건 누가 옳고 그르냐가 아니라, 서로 다른 비전을 인정하는 것이었다. 차이를 좁히려고 억지로 노력하기보다는, 각자 원하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 더 건강하다고 판단했다.
지금 돌이켜보면, 사이드프로젝트를 시작할 때 고려하는 두 가지 기준이 있었다.
주제가 나에게 흥미로운가?(어쨌든 직장 외의 개인 시간을 쏟아야 하니까)
이 프로젝트에서 내가 기여할 수 있는 바가 명확한가?
여기에 하나 더 추가한다면, '이 프로젝트는 어떻게 끝날 것인가?'도 미리 상상해 보는 것이다. 목표 달성으로 끝날 것인지, 자연스러운 소멸을 기대하는 것인지, 아니면 계속 이어갈 것인지. 모든 걸 처음부터 정확히 예측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끝'에 대한 팀원들의 기대치를 맞춰두는 것은 중요하다.
신입 때만 해도 입사 동기라는 좋은 풀이 있어서 동기들과 이런저런 사이드프로젝트를 많이 해봤다. 하지만 지금은 각자의 사정(결혼, 이직 등)이 생기기도 하고, 나 역시 회사가 달라지면서 같이하는 프로젝트보다는 이 브런치처럼 개인 사이드프로젝트를 하기 시작했다.
개인 프로젝트의 장점은 마무리에 대한 합의가 필요 없다는 것이다. 언제든 쉬고 싶을 때 쉴 수 있고, 끝내고 싶을 때 끝낼 수 있다. 하지만 동시에 동기 부여를 스스로 해야 한다는 어려움이 있다.
나는 현재 소수 직군인 UX라이터로 일하고 있는데, 내가 쓰는 글이 UX라이터에 대한 긍정적 인식을 퍼트리고 이 일을 알리는 데 쓰였으면 좋겠다. 이 브런치 연재 역시 느슨하게 오래 하는 것이 목표다.
결국 '잘 마무리된' 사이드프로젝트란 다음과 같은 것들이다.
모든 참여자가 '끝'에 동의한다.
설령 목표를 달성하지 못해도 배운 것이 있다.
팀원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한다.
"재밌었다, 의미 있었다"는 공감대가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억지로 끝내지 않는 것이다. 자연스러운 흐름을 인정하고, 때로는 잠시 쉬어가는 것도 괜찮다는 마음가짐. 그리고 끝나는 것도 하나의 성취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결국, 완주가 목표가 아니라, 의미 있는 경험이 목표여야 한다. 그래야 다음 사이드 프로젝트도 기꺼이 시작할 수 있다.
지금 진행 중인 사이드 프로젝트가 있다면, 한 번 물어보자. "이 프로젝트는 어떻게 끝날까?" 답이 명확하지 않다면, 팀원들과 한 번쯤 이야기해 볼 때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