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에 ‘나’로 사는 법

『탁월한 사유의 시선』을 읽고

by 난로

대학원 동기가 요즘 디자인 커뮤니티에서 핫한 책이라며 추천해 준 책이 있었다. 최진석의 『탁월한 사유의 시선』. 처음 제목만 봤을 때는 디자인에 대한 이야기인가 했지만, 사실 이 책은 철학 관련 책이었다. 하지만 읽다 보니 디자이너가 가져야 할 자세에 대해서도, 그리고 지금 시대를 살아가는 나라는 사람으로서도 되돌아볼 수 있는 내용이 많았다.


직군으로서의 나: 생각하는 UX라이터


책에서 가장 와닿았던 부분은 ‘주체적 사고의 중요성’이었다. 저자는 스스로 생각하지 못하고 다른 사람이 생각한 결과들을 숙지하는 것으로만 자기 삶을 채우면, 항상 다른 사람의 생각을 전파하고 다른 사람의 생각을 대신해 주는 삶밖에 살 수 없다고 했다. 이 말이 왜 와닿았을까? 나는 AI를 자주 사용하고 있지만, 가장 경계하고 있는 것이 AI가 내놓은 답변을 검토 없이 그대로 쓰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 책은 지금처럼 AI가 상용화되기 전에 나온 책이지만, AI 시대에 적용해도 전혀 이상할 것이 없게 느껴졌다.


이 책을 읽으며 UX라이터로서 나는 어떻게 살고 있는지 돌아보게 되었다. 사용자의 문제를 발견하고 이를 해결하는 일을 한다고 하지만, 시간에 쫓겨 기존의 방식을 답습하고 있지는 않는가? 주체적으로 그 문제를 바라보거나 문제 자체를 낯설게 바라보며 새로운 관점을 찾으려고 노력해보지 않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자가 말하는 ‘철학적 사유’는 자신이 직접 세계 속에서 문제를 발견하는 일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내가 하는 UX라이팅도 마찬가지 아닐까? 단순히 기존의 방식을 답습하는 것이 아니라, 사용자의 세계에서 진짜 문제를 발견하고 나만의 시선으로 해결책을 찾아가는 것이 이 일의 본질일 것이다. AI 시대에서 우리가 필요한 자세는 이 저자의 말처럼 스스로 생각할 줄 아는 힘, 스스로 생각하고 싶은 욕망을 치열하게 유지하는 것 아닐까?


개인으로서의 나: 꿈을 꾸는 삶


UX라이터, 직장인이 아니어도 이 책은 나에게 의미가 있었다. 이 책은 ‘꿈을 꾸는 삶’에 대해서 이야기하는데, 작가는 꿈을 꾸는 삶이란 바로 ‘나’로 사는 삶이라고 한다. 1인칭이 아니라 마치 제3자처럼 삶을 대하는 태도는 주인으로서의 삶을 살기에는 취약하다고 이야기한다. 이 부분에서 뜨끔했다. 회사를 다니다 보면 이런 주체적인 삶을 살기 어렵기 때문이다. 정해진 근무 시간으로 인해 하루 8시간은 회사에 묶여 있기 때문에… 다시 회사 생활을 시작하고 출퇴근 시간마다 나만의 루틴을 꾸리기 위해 이리저리 노력하고 있지만, 야근 하루에 무너져버리는 나 스스로의 모습을 많이 발견했다.


그래서 이 책을 보며 다시 주체적인 삶을 살아보기로 다짐했다. 구체적으로는 내 취향과 관심사에 집중하며, 남들이 좋아해서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진짜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찾아보기로 했다. 그러기 위해선 틈틈이 여러 경험을 해보는 게 좋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작은 실험을 시작했다. 매번 맛집이나 전시회를 가기 전에 후기부터 봤는데, 혼자 갈 때라면 후기를 보지 않는 모험도 해보자고 결심한 것이다. 실제로 이번 주말에 전시회를 연달아 두 개를 후기 보지 않고 갔다 왔는데, 하나는 너무 좋았고 하나는 너무 별로였다. 이 과정을 통해 내 취향을 조금이나마 알게 된 것 같다.


이 책을 읽고 나서 생각날 때 휘발되지 않도록 메모 앱에 단어라도 적어두려고 노력하고 있다. 사소한 변화지만, 내 생각을 기록하고 발전시켜 나가는 첫걸음이라고 생각한다. AI가 모든 걸 대신해 줄 수 있는 시대지만, 그럴수록 ‘나만의 생각’이 더 소중해진다. AI는 이미 존재하는 지식을 조합해 줄 뿐, 새로운 관점이나 창조적 사고는 여전히 인간의 몫이다.


두 개의 나, 하나의 방향


직군으로서의 나와 개인으로서의 나. 두 정체성이 다르면서도 결국 하나의 방향을 향하고 있다는 걸 이 책을 통해 깨달았다. UX라이터로서 사용자의 문제를 주체적으로 발견하고 해결하려는 노력과, 개인으로서 내 취향과 관심사를 주체적으로 찾아가려는 노력. 둘 다 결국 ‘나’로 사는 삶을 향한 시도다. 완벽한 답을 찾은 건 아니다. 여전히 야근에 무너지는 루틴도 있고, 경쟁사를 따라 하는 순간도 있다. 하지만 적어도 그런 순간들을 의식하게 되었다. 그리고 조금씩이라도 다르게 시도해보려고 한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 있는 변화라고 생각한다. 탁월한 사유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으니까. 매일 조금씩, 스스로 생각하고 스스로 선택하는 연습을 통해서만 가능한 일이니까.


이 책을 읽고 나서 가장 많이 하게 된 질문이 있다. “이건 정말 내가 원하는 걸까?” 맛집을 가기 전에도, 업무를 할 때도, 심지어 이 글을 쓸 때도.


답은 아직 모르겠다. 하지만 질문을 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예전과는 다른 삶을 살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질문들이 쌓여서 언젠가는 정말 ‘나’ 다운 답을 찾을 수 있을 거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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