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을 40년 가까이 살아오면서 종교에 몸을 담고 있는 사람들한테서 실망을 어느 정도 했던 것 같다.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될 정도로 경우가 없는 사람들을 적지 않게 봤고 그중에는 타자에 대한 공감 능력이 저렇게도 없을 수 있구나라는 걸 깨닫게 해 준 사람도 있었다. 주위 사람들과의 화합을 강조하면서도 그 화합 개념의 틀 밖에 벗어나 있는 사람들을 못마땅해하거나 은근히 차별과 배제를 일삼는 이도 있었다. 지나치게 자기중심적인 사람도 있었는데 현실 세계를 실제로 오롯이 보기보다는 종교 교리에 온전히 함몰된 채로 자기만의 세계 안에 갇혀 사는 사람도 많았다. 일상 속에서는 평범하게 지내다가 갑자기 종교 교리와 밀접히 연결되거나 배치되는 상황이 발생하면 필요 이상으로 흥분하거나 감정을 날 것 그대로 드러내는 사람도 있었다. 나로서는 가까이 다가가기 어려울 정도였다. 종교가 사람을 선하게 해주는 게 아니라 선하고자 하는 인간의 욕구가 결국 종교를 창조해 낸 게 아닌가 의심이 든다. 그 의심은 세월이 지날수록 점점 확신으로 굳어져 갔고, 불안정하고 불완전한 자신의 모습을 이 사람들이 종교를 통해 위장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까지 들었다. 순진했던 나는 그 위장술에 쉽게 홀리곤 했다. 결과적으로 그들은 완벽한 인간이 아니었다. 그저 완벽해지고 싶어 하는 인간이었다. 그 완벽해지고 싶다는 충동을 종교라는 형식을 통해 취하거나 충족시키고 있는 걸로 봤다. 종교의 자유를 인정하지 않는 게 아니다. 누구나 믿음을 가질 수 있지만 그 믿음이 결국 자기 숭배(에 대한 믿음으)로 귀결되는 걸 많이 봐온 것이다. 집단 관념에 대한 몰이성적 자기 동일시를 권장하는 종교 자체의 특성상 인간의 의식을 그런 식으로 흘러가게끔 만들 수밖에 없다고 본다. 종교의 자유라고 하지만, 내 정신과 의식이 특정 교리에 의해 규정, 재단되고 길들여지면서 어떤 모종의 (심리적) 세계에 갇혀버리는 게, 그리고 그 특정한 관점을 가지고 세계를 바라보게 되는 것이 과연 자유라고 할 수 있을까, 계속 의구심이 든다.
나는 오래전부터 종교가 없는 삶을 살고 있다. 종교가 없으니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도리어 없어진 것 같다. 신에 대한 궁금증 역시 사라진 지 오래다. 그저 생각과 관념이 완전히 소거된 실제 그대로의, 피부와 오감으로 체감되고, 감각되는, 있는 그대로의 직관적 현장에 계속 발을 내디딜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