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사랑, 시작도 끝도 홀로 맺기

by 윤유은

'사랑'까지는 거창해도 남녀는 호감을 확인해야 발전된 사이로 거듭날 수 있다.

상대방을 향한 호감의 크기는 제각각 다르기 마련이다. 하지만 짝사랑은 그 마음의 크기를 받아줄 상대방이 없어 혼자 부풀어 가며 결국엔 그 팽창함을 감당하지 못해 스스로 터지기 일보직전인 풍선과도 같다.


2000년 초반, 초등학교 고학년으로 넘어가자 자연스럽게 이성에게 좋아하는 마음을 표현하기도 하고 사귀고 차이기도 하는 문화가 생겼다. 어느 날 친구에게 같은 반 남자애가 나를 좋아하고 있다는 말을 전해 듣고 몹시 격분해 그 남자애를 찾아 나선 일이 있다.


그 남자애를 결국 찾아낸 나는 '너는 내가 왜 좋냐'며 나를 좋아하지 말라고 소리쳤었다. 그 남자애는 '나는 네가 공부 잘해서 좋았다'며 계단으로 도망치며 마지막엔 내게 욕설을 내뱉고 사라졌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 친구는 좋아해 주는 걸 고맙게 생각하지 않고 거만하게 통제하려 드는 내 모습에 얼마나 기가차고 황당했을까. 어렸을 때는 누군가가 나를 좋아해 주는 마음이 고마운 줄 몰랐다. 사랑의 방향이 서로를 향하지 않는 것은 가치 없고 상처뿐인 것이라고만 생각했다.


20대 중반, 말로써 마음을 표현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느낄 정도로 짧은 시간에 깊이 사랑에 빠졌던 남자가 있었다. 사람 좋아 보이는 웃음 속에서 내비치는 푸근한 인간미와 타인의 고민을 냉철하게 분석하는 모습으로 느낄 수 있었던 지적인 매력.


보이는 모든 것이 다 조화롭게 느껴지면서 그 남자의 모든 것이 내 마음에 꽂혔다.

첫 연애도 아니고 10대의 어린 나이도 아니었기 때문에 제법 '남자'에 대해 안다고 생각했는데 처음 해본 짝사랑은 감정 절제가 전혀 되지 않는 그저 어린아이 같았었다.


용수철처럼 튀어버린 감정표현에 놀란 상대방은 물리적인 거리, 현실적인 제한조건 등을 내세우며 그 뒤의 장벽으로 숨어버렸다. 사실 내세웠다는 표현은 맞지 않는다. 그는 말이 없었기 때문이다. '잠수 탄다'라는 말로만 듣던 이야기를 처음 당했기 때문이다.


즐거웠던 이전의 데이트에서 기약했던 약속날짜 바로 전날 돌연 잠수를 타버려 그가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지금도 알 수가 없다.


하루종일 다정하게 연락했던 시간들, 주고받았던 대화들이 연기처럼 사라지는 순간이었다.


갑작스럽게 너무 큰 충격을 받으면 신체도 정상작동을 멈추는지 당시 대학교 컴퓨터실에 앉아있었는데 잠수 탔다는 걸 깨닫자마자 큰 충격으로 목이 좌우로 움직이고 않고 뻣뻣하게 굳어버려 한의원에 가서 침을 맞았던 기억이 있다.


처음 해본 짝사랑은 짧은 기간이었던 것만큼 강렬했고 가져보지 못했기에 더 애절한 시간들로 남아있다. 하지만 이 시간은 다음 인연을 만날 수 있도록 내적으로 성숙한 인간이 되는 밑거름이 되었다.



내 마음이 정답은 아니라는 것.


좋아해준다는 것은 고마운 일이라는 것.


상대의 마음을 좀 더 헤아리면서 표현할 줄 아는 것.


거절하는 마음을 표현하는 것도 어려운 일이라는 것.


인연은 어딘가에 있다는 것이 그 가르침이다.




















작가의 이전글개같은 취업 생존기 1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