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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MIND Jul 22. 2022

# 빛의 속도로 움직이다.

 차를 타고 고속도로를 달리다가 창 밖을 본다. 나는 멈춰있고 산과 도로가 뒤로 가는 것만 같다. 옆에서 나와 같은 속도로 달리는 자동차는 똑같이 멈춰있는 것으로 보이고, 반대 차선에서 달려오는 자동차는 엄청 빠른 속도로 나를 스쳐 지나간다. 실제로는 멈춰있는 도로 위로 세 자동차가 모두 100km/h로 달리고 있어도 자동차를 타고 움직이고 있는 나의 시점에서 도로는 뒤로 100km/h의 속도로, 옆에서 같은 속도로 달리는 자동차는 0km/h로, 맞은 편의 자동차는 200km/h의 속도로 움직이는 것으로 보인다. 움직이는 관찰자의 시점에서 다른 물체들은 상대 속도로 움직이는 것으로 보인다. 


 쉽게 체험되고 당연하게 느껴지는 이런 현상이 빛에서는 다르게 작용된다. 만약 한 사람(A)이 레이저를 잠깐 켰다가 끄고 옆에서는 다른 사람(B)이 같은 방향으로 빛의 속도로 달린다고 생각해보자. 멈춰있는 A는 빛 펄스와 B가 같은 속도로 가고 있는 것으로 보일 것이다. 그렇다면 B는 빛 펄스가 자신의 옆에 멈춰있는 것처럼 보일까? 그렇지 않다! B의 입장에서 봐도 빛 펄스가 빛의 속도로 자기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것을 광속도 불변의 법칙이라고 부르는데, 빛은 어떤 속도로 움직이고 있는 관찰자가 보아도 항상 일정하다는 법칙이다.  


 빛의 속도는 왜 일정한가. 빛은 전자기파로, 전기장과 자기장이 섞여 퍼져나간다. 전기장과 자기장에 대한 모든 것은 4개의 ‘맥스웰 방정식’으로 설명할 수 있다. 맥스웰 방정식에 따르면, 빛의 속도는 항상 1/루트(μ0ε0)라는 상수 값이다. μ0는 진공의 유전율*, ε0는 진공의 투자율*로 두 값 모두 절대 변할 수 없는 상수 값이다. 관찰자가 움직인다고 관찰자와 전혀 상관없는 전자나 자석 등의 물리학이 변하는 것은 말이 안 되기 때문이다. 진공의 유전율 혹은 투자율, 전자기 법칙도 마찬가지로 변할 수 없기에 관찰자의 운동 상태와 상관없이 빛의 속도는 항상 일정하다.  

*) 유전율: 매질이 전기장에 미치는 영향을 나타내는 물리량.

*) 투자율: 매질이 자기장에 미치는 영향을 나타내는 물리량. 


 아인슈타인은 시간과 공간이 절대적이지 않다는 획기적인 아이디어로 이 역설을 해결했다. 바로 시공간 개념의 도입이다. 여태까지 시간은 절대적인 기준에 따라 누구에게나 똑같이 흐른다고 여겨졌다. 시간은 누구에게나 똑같이 흐르며, 나의 1초는 전 세계 어느 누구의 1초와도 같은 시간이라고 여겨진다. 그러나 아인슈타인은 그렇지 않다고 설명한다. 빠르게 움직이는 관찰자의 시간은 정지한 관찰자의 시간과 다르다. 공간 역시 절대적인 것이 아니며, 빠르게 움직이는 관찰자의 공간은 정지한 관찰자의 공간과 다르다. 시간과 공간은 모두 관찰자에 따라 달라지는 상대적인 개념이다. 아인슈타인의 특수 상대성 이론이다. 


 특수 상대성 이론에 따르면, 빠르게 움직이는 관찰자는 시간 팽창 효과를 얻는다. 시간 팽창 효과는 관찰자의 시간이 느려진다는 뜻이다. 정지해있는 A와 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B를 생각해보자. A와 B는 둘 다 시계를 차고 있다. A가 1분이 지났다고 생각하는 시점, B의 시계는 40초 정도만 흘렀고 1분이 아직 되지 않았다. A의 입장에서 B의 시간은 천천히 흐르는 것처럼 보인다. 반대로 B의 입장에서 A는 굉장히 빠른 시간이 흐르는 것처럼 보일 것이다. 우주선을 타고 B가 1년간 여행을 다녀온다면, B의 1년 동안 A는 훨씬 더 시간이 빨리 흘러 수 십 년이 흘러버렸을 수도 있다.   


 시간이 관찰자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은 얼핏 이해하기 힘들다. 시간과 공간을 합친 4차원 시공간 개념은 이를 멋지게 설명한다. 시공간은 3차원 공간이 4차원의 시간축을 따라 주욱 나열되어있는 개념이다. 만약 내가 아침에는 거실에서 TV를 보고, 점심에는 부엌에서 요리를 하고, 저녁에는 방에서 컴퓨터를 한다면 4차원 시공간상에서 나는 그림처럼 아침 시간에는 거실에, 점심시간에는 부엌에, 저녁 시간에는 방에 있게 되며 이 전체가 하나의 시공간인 셈이다. 


 시공간 상에서 우리는 모두 빛의 속도로 이동하고 있다. 만약 내가 멈춰있다면 공간 축의 속도는 0이지만, 시간 축으로 광속으로 이동하고 있다. 시공간 상에서의 속도가 모두 같은 상태에서, 공간 축의 속도가 생긴다면, 공간 방향의 속도에 일정 부분을 분배하게 되어 시간 방향의 속도에 분배되는 양이 줄어든다. 즉, 공간 축에서 속도가 더 빨라진다면, 시간은 그만큼 더 느려진다. 만약 당신이 빛의 속도로 움직이게 된다면, 당신의 시간은 더 이상 흐르지 않는다. 우주가 탄생하고, 지구에서 생명이 싹트고 인류가 문명을 쌓아 올리는 동안 빛은 아직 눈 한 번 깜빡이는 시간도 지나지 않은 셈이다. 


 시공간은 중력에 의해 왜곡된다. 아인슈타인은 일반 상대성 이론을 통해 중력을 시공간의 왜곡으로 설명했다. 지구가 태양 주위를 도는 것은, 태양이 왜곡시킨 시공간 위를 지구가 일직선으로 계속해서 나아가는데 그것이 태양 주변을 도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다. 따라서  왜곡된 시공간 위를 지날 경우 빛 또한 휘어진다. 정확하게는 빛은 일직선으로 움직이지만 시공간 자체가 왜곡되어 휘어지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다. 


 우리는 행성들의 중력에 의해 왜곡된 시공간 위를 빛의 속도로 달려 나가고 있다. 서로 상대적으로 흐르는 시간과 공간 속에서 어마어마한 우연의 일치로 시간 축과 공간 축이 모두 일치하여 우리는 만났다. 우리가 서로 만나고, 인사를 건네고, 대화를 나누는 일상적인 일이 일어나는 동안 왜곡된 시공간 위에서 서로 다른 두 점이 잠시 동안 같은 경로로 움직이고 있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참으로 낭만적인 기적이 아닐 수 없다.



“빛의 속도로 움직이다"

아티스트 김승별이 바라본 시공간


“Like the speed of light”

by artist Kimseungstar looked at spaceti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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