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는 가족, 5년이 지난 후

by 가글

'가족 글쓰기', 일명 '가글'이라고 부르는 우리집의 독특한 문화. 이 브런치를 개설하게 된 것도 그것이 계기가 되어서였는데, 벌써 5년이 지나 6년차가 되었다. 처음 3년은 정말 열심히했지만, 조금씩 안하기 시작하다가 아이가 고등학생이 되면서 더더욱 안하게 되어 이제는 언제 마지막으로 가족 글쓰기를 했는지도 모를 정도가 되었다.


그나마 나는 네이버 블로그 체험단이라도 하면서 맛집 후기 글만 열심히 써 오기는 했다. 그런데, 언제부터 이렇게 글쓰기를 하지 않게 되었을까? 생각을 해 보면 우습게도 AI가 등장하면서부터 그리 되었던 것 같다. 글쓰기라는 행위 자체를 가장 열심히 해 온 가족 멤버는 나였는데, 챗GPT가 세상에 등장하면서... 열심히 손으로 타이핑을 해서 쓰는 블로그를 통해 얻을 수 있는 보람이 한 순간에 사라지는 것 때문에 왠지 모르게 글쓰기에 관심을 끊었던 것 같다.


세상이 변하는 트렌드를 따라가지 않을 수는 없는 터. 최근 나도 클로드 코드라는 것을 통해 코딩이라고 할만한 것을 하며 자동 글쓰기를 시작했다. 나보다도 훨씬 글을 잘 쓰고, 다양한 주제에 대해 진짜 사람이 정성껏 쓴 것 같은 글을 만들어 내는 것을 보며 허탈한 마음이 들기도 하지만, 그 덕분에 손 놓았던 내 손으로 직접 쓰는 글도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게 되어 이렇게 오랜만에 이 브런치에 글을 쓰게 되는 것이다.

image.png


밑줄 독서

가족 글쓰기라는 우리 집의 고유한 전통 문화를 지키지는 못하고 있었지만, 그래도 그것을 대신하여 새로운 것을 하고 있는 중이기는 하다. 그것은 바로 밑줄 독서라는 것이다. 밑줄 독서 토론이 맞는 표현이던가? 아무튼 중요한 것은 밑줄이다.


이것은 책에 진짜로 밑줄을 긋는다는 것은 아니다. 보통 책을 읽을 때 쭈욱 읽기만 하는 경우가 많은데, 밑줄 독서는 읽다가 감명 깊은 부분이나 생각할 거리가 있는 부분, 그런 곳을 표시해 두고 가족이 함께 모여 그것에 대해 소감과 생각을 말하는 것이다. 이것은 관련된 책이 있으니 그 책을 읽어 보는게 좋을 듯 하다.


우리는 책을 보통 도서관에서 빌려서 보기 때문에 실제로 책에 밑줄을 긋는 것은 아니고 포스트잇을 붙여 놓고 그것을 체크해가면서 토론을 한다. 아, 중요한 것을 빼먹었다. 세 가족이 모두 같은 책을 읽는 것이 기본이다. 뭐, 쉽게 말해서 가족 독서 토론이라고 보면 되는 것이지. 거창하게 밑줄 독서 모임으로 이름을 바꿨을 뿐.


어찌 되었던 1주나 2주.. 가끔 시험기간이 끼면 3주도 넘어가지만 그 정도 텀으로 책을 무조건 하나씩 읽게 되는 것이다. 책의 선정은 서로 돌아가면서 하는데, 소설책을 할 때도 있고 인문학을 할 때도 있고, 과학서적을 선정할 때도 있다. 이 밑줄 독서를 통해 우리 가족이 읽은 두꺼운 책으로는 '사피엔스', '정의란 무엇인가', '이기적 유전자', '코스모스', '총균쇠' 등이 있다. 이름만 들어도 이걸 누가 언제 다 읽지 싶은 그런 책들은 우리는 반 강제로, 반 자발적으로 다 읽고 토론을 했다.


소설책도 많이 하는데, 의외로 소설을 읽고 난 후의 토론이 잘 될 때도 많이 있다. 내면의 무엇인가를 끄집어 내는 힘이 있는 것이 소설이다. AI가 쓴 소설도 그런 것이 느껴질까? 궁금하긴 하다. 그런 소설이 있으면 한 번 선정해서 한 번 진행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마무리 하자면, 가족 글쓰기가.. 계속 되었다면 6년을 채웠을텐데, 그 사이에 아이는 어느덧 벌써 고3이 되었고, 이 시기에 다른데 정신을 쓰게 할 수는 없을 터. 그것이 오랜만에 글을 쓴 하나의 이유이고, 또 다른 것은 앞에서 언급했던 클로드 코드, 유료 요금으로 결제해 놓은 한도를 3일만에 다 써서 코딩을 이어갈 수 없기 때문이다. 코딩 때문에 컴퓨터 앞에 쭉 앉아 있게 되는 예전의 모습은 돌아왔는데.. 파이썬 코드 하나도 모르는 사람이 입으로만 코딩하던 것을 못하니 어디 글 쓸 곳이 없나 기웃거리다 돌아온 것이라 보면 된다. 앞으로도 종종 이런 식으로 나타나지 않을까 싶다.

매거진의 이전글아까운, 가족 글쓰기의 성과 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