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경희 Feb 21. 2023

무급휴직의 장점

약간의 불편함 덕분에 더 나아진 삶

연달아 두 아이를 낳으면서 휴직이 길어졌다. 유급 육아휴직을 다 쓰고 무급휴직으로 전환되었다.

이때까지 많든 적든 매달 돈이 들어오다가 갑자기 뚝 끊기니 경제적 압박감을 느꼈다.

남편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아무렇지 않아 보이는데. 나도 모르게 자격지심이 든 걸까.

그동안 큰 사치를 하며 지낸 건 아니지만 아껴살지는 않았다. 이제부턴 조금 달라져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그 약간의 불편함이 지금은 좋다.

내가 건설적으로 느껴지고, 미니멀해지고, 조금 더 성숙한 어른이 되는 느낌이 들어서 나쁘지 만은 않다.

내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더 명확해지고, 물건을 사는데 들었던 많은 시간과 에너지도 아끼게 되었다.


알뜰하게 산다는 게 꼭 구질구질하게 산다는 걸 의미하지는 않는다.

배달음식 적게 먹고 집밥 더 먹는 건 건강에도 좋고 환경에도 좋다. 약간 더 부지런해져야 될 뿐이다.

충동적인 쇼핑을 하지 않는 것도 물건으로 넘쳐나는 집에서 벗어나는 좋은 방법이다. 미니멀은 사지 않는 것부터 시작일테니까. 

물건을 하나 산다는 것은 돈만 소모되는 것이 아니다.

무언가를 사기 위해 알아볼 때부터  시간과 에너지는 상당하게 든다. 뭐 바꾸기라도 해야 하면 여간 귀찮은 게 아니다. 물건사기를 줄임으로써 돈뿐만 아니라 시간과 에너지까지 아끼는 것이다.  

내가 괜찮다고 느끼면 알뜰한 거다. 

구질구질 하다는 건 남이 볼 때 그렇게 보일까 봐 괜히 신경 쓴 내 마음뿐이다.


이 부분을 아껴서 이 부분에 써야겠다라고 생각하는 것도 좋다.

그런 면에서 나라는 사람을 더 자세히 들여다보게 돼서도 좋다.

내가 진짜 포기할 수 없거나, 진짜 좋아하는 한 가지를 생각하면 다른 면에서 절약하는 건 쉬워진다. 

여행을 포기할 수 없다면, 그 행복한 여행을 떠나는 생각을 하며 쇼핑을 줄일 수 있다.

외식을 포기할 수 없다면, 아이 장난감을 덜 사고 키즈카페를 덜 가고 자연에서 심플하게 놀면 된다.

나는 서핑 다니는데 비용이 들기 때문에 

6개월 넘게 서핑슈트를 제외하고는 옷을 안 샀다. 그런데도 오히려 즐겁다. 이 돈으로 그거 해야지! 하면서 신나니까. 


인간은 약간의 금지가 있어야

무언가를 했을 때 훨씬 더 재밌고, 가치 있고, 소중하게 느낀다.

일을 힘들게 했기 때문에 휴가가 더욱 달콤한 것이다. 

시험기간에는 재미없는 드라마도 재밌다. 다이어트할 때 먹는 치킨과 라면은 천상의 맛이다.

늦은 밤 떡볶이 배달을 꾹 참고, 다음날 내가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 맛난 음식을 대접해 준다면 훨씬 가치 있는 것이다.  


물질의 풍요가 넘치는 시대에서, 내가 하고 싶은 거 다하고 먹고 싶은 거 다 먹고

생각 없이 소비하는 삶이 익숙해졌을 때쯤 

나에게 닥친 무급휴직이 나쁘지 만은 않다.


나를 좀더 미니멀하게 절제해주고, 무엇이 더 소중한지 알게 해준다.

내 인생의 우선순위와 가치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