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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경희 Jun 18. 2023

소리에 민감한 여자

생리전증후군인가보다

주말내내 고문을 당하는줄 알았다.

밥세끼 차려 먹이고 애들 흘리고 쏟은거 치우고 등등

뒤치다꺼리니 뭐니 그런건 다 할수 있겠는데

내가 딱하나 못참겠는게 소리다.


4인가족이 모이면 집은 잠시도 조용할 틈이 없다

아이 둘이 돌아가며 징징거리는 소리

아이들끼리 싸우고 울고불고하는 소리

잠깐이라도 쉴라치면 이것저것 끝도없이 요구하는 소리


남편 기타소리 휴대폰에서 나오는 소리

두아이 각각 다른 아이패드에서 겹쳐서 나오는 소리

식세기 건조기 공기청정기 심지어 에어컨 소음까지




잠깐이면 괜찮은데

금요일 오후부터 주말내내 계속 듣고있으니

머리가 지끈거린다.


집이 정신없으니 남편과 의사소통도

괜히 언성이 높아져

꼭 해야할말 말고는 잘 안하게 된다.


남편은 내가 너무 예민한거라는데

아무 소리도 안들리는 조용한 곳에서

귀를 쉬게 하고 싶다.

우리집은 김해라서 비행기 소리마저 나를 괴롭힌다.






친정 시댁 이모 도움없는 연년생 애둘육아는

참으로 비인간적이다.

나를 극한의 한계에 계속 밀어넣는 느낌.

결국 마지막엔 내입에서 좋은소리가 안나온다.

낮잠도 안자고 밤잠마저 울며 거부하는 아이가

뽀로로 자장자라도 틀어달라고 한다

마지막까지도 귀가 아프다



온몸에 힘이 하나도 없다

피곤하다 못해 몸이 축나서 아플지경이다

육퇴도 딱히 없지만 육퇴를 해도

내가 하고싶었던 것을 제대로 할 수가 없다

누워서 손가락 까딱이며 폰이나 겨우 만지작 댈 뿐이다



겨우 모든 상황이 종료되고

겨우 몸을 이끌고 거실로 나와

무풍인데도 내귀에 시끄러운 에어컨을 껐다.

그러고 나니 커텐뒤에 창문이 활짝 열린채

오랜시간 에어컨이 계속 돌아가고 있었다는걸 알게 되었다   -_-;;


아 그래서 계속 돌아가고 시끄러웠구나...

오늘 외식도 배달도 안했는데 전기세로 나가겠구나..

이런생각이 드는것도 괜시리 짜증난다






곧 생리를 시작하려나보다

정신이 몸의 지배를 받고 있는 중이다

주말에도 중간휴식이 있으면 좋겠는데..


어제 5시간 백화점에서 놀고 집에와서

저녁에 갑자기 여행가고 싶다는 아이를 데리고

차를 타고 나가 마지막까지 너무 신나게 육아를 했더니

오늘은 가족에게 친절모드가 잘 안나온다

지금 생각해보니 조금 미련했다.

 





편한육아를 추구하는데

편한육아가 있나싶다.

고통스러운 경험이 쌓이면

주말이 싫어지기 마련이다.



이런날 저런날도 있는 법.

주중에 다시 충전을 잘해야겠다.

엄마만 괜찮으면 나머지는 알아서 굴러간다.






나만 유난인지

다들 이렇게 사는 건지는 잘 모르겠다.


여튼 격하게 혼자있고 싶다.

우주처럼 적막한 곳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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