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경희 Nov 08. 2023

귀여움이 세상을 구한다

그말은 참말이다.

길을 가다가 편의점 현수막에 걸린 문구를 보았다

"귀여움이 세상을 구한다!"


처음엔 살짝 피식거리며

'귀여운거 사라고 너무 과장된 광고를 하네.

 귀여운게 세상을 어떻게 구하냐.

 말도 안돼...' 라고 생각했는데


지금보니 그말이 맞다


고된 일상 속에

귀여운거 보며 잠시나마 좋아지는 기분이

내 하루를 구하고 나를 구한다.

그렇게 귀여움이 세상을 구한다.


나도 엄마가 처음이라 헤매고 헤매다

이제서야 많이 귀여운 첫째,

태생부터 미친듯이 귀여운 둘째(ㅋ)와 함께하며

진짜 그말이 맞구나하며 갑자기 눈이 번쩍뜨인다.


육아가 아무리 힘들어도

애 귀여운거 보면 또 기분이 좋아진다.

남편과 같이 귀여운거 직관하면서 따뜻한 하루가 된다.


졸라 힘들고 졸라 귀엽다.

졸라 욕이 나오고 졸라 재밌기도 하다.

그래서 또 열심히 살아진다.

그래서 세상 사람들이 애를 계속 낳나보다





나는 사실 아직도 아이랑 함께 있는게 힘들다.

아이 없이 밥먹는게 훨씬 맛있다.

아이 없이 노는게 훨씬 재밌다.

아이 없이 혼자 쉬고 싶다.

 

매일 오후 3시쯤 부터 긴장타며

아이 하원을 스트레스 받는다.

애가 아프면 아픈애보다

피곤할 내가 더 걱정된다.



시간을 되돌려 다시 선택하라고 한다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아이를 다시 낳을 것이다.



기분이 살짝 이상하다

육아가 너무 힘들어 아이가 예뻐보이지 않는날이,

심지어 미워보이는 날이 부지기수였는데

육아가 기쁨이기보다 버거운날이 훨씬많았는데


어느날 갑자기 아이의 귀여움이 눈에 들어온다.


그동안 아이와 함께있는 시간조차

휴대폰이나 만지작 거리고 다른생각을하며

현실을 부정하고 도망치고 싶었던 나인데


훅 들어온 감정,

이 조그만 얼굴과 머리를 쓰다듬으며,

통통한 손을 만지작거리며

참 가치 있는 일이라고 느낀다.


엄마가 너무 좋다고 온몸으로 표현해주며

사랑을 속삭이는 일에 눈물이 그렁인다


육아를 고통으로 느끼며

스스로 죄책감을 씌우고 자괴감에 시달렸던 시간들,

어떻게든 나를 지키려 애쓴 시간들,


오래도 걸렸다.

삼년반이란 시간이 걸려 드디어 아이가

예뻐보인다. 사랑스럽다.



행복이란, 육아의 기쁨이란, 아이의 사랑스러움이란,

고된 시간 속에 숨어있는 예쁜 순간들을 발견하는 일.

그 순간들을 자주 발견할 수록 살아갈만해지는 것이다.


그 작고 귀여운 순간들이

내가 알아채기도 전에 휙 스쳐 지나가버릴까,

순식간에 흘러가버릴까 아쉬워 하기도 한다.

천천히 눈에 담는다. 귀에도 담는다.


천천히 주물주물 만지작 거리며 손에도 담는다.

'빨리 커라'와 '빨리 크지 마라'가 공존하는

아이러니한 내 마음에도 담는다.

 

참으로 다행이다.

이런감정을 느낄 수 있어서.

육아가 아픔으로만 기억되지 않을 수 있어서.


팍팍한 하루에 희미한 미소라도 있게 하는 일.

귀여움이 세상을 구한다-

그말은 참말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산책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