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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경희 Dec 03. 2023

유모차로 여행을 한다는 것은

얼마전 애둘을 각각 유모차에 태우고 서울여행을 다녀왔다. 남편과 나는 아이들에게 비행기 한번 태워주고 싶다는 간단한 생각으로 여행길에 올랐고 차없이 대중교통을 이용한 2박3일, 짧은 시간동안 굉장한 고통을 받고 돌아왔다.


지하철에서 엘레베이터를 이용하여 나오려다가 나오지도 못하고 지하를 뱅뱅 돌다가 결국은 무거운 유모차를 낑낑거리며 들고서 깊고 긴 계단을 헤쳐나오거나 에스컬레이터에 아주 아슬아슬하게 걸쳐 나올 수 밖에 없었다. 우린 2번출구로 나가야 하는데 엘레베이터는 반대편 9번출구에 하나만 있고 뭐 이런식..


둘째가 태어나기전 돌쯤의 첫째아이를 데리고 제주도를 일주일 정도 갔었는데, 그때도 무장애 여행을 검색하며 다니긴 했지만 그래도 다닐만했었다. 차로 이동했고 제주도는 자연이 많다보니, 그리고 어른둘에 아이하나라 힘든것도 번갈아가며 하니 꽤 괜찮았다.

하지만 이번엔 아니었다.


건물 입구마다, 또는 길에 지천에 널린 '턱'과 계단들.  게다가 유모차나 휠체어를 위해서 만들어진 턱이 없는 부분에는 꼭 어떤 차나 오토바이가 주차되있는 현실. 수다쟁이 우리 아이들도 여행내내 유모차에 타고 이동할때 만큼은 입을 꾹 다물었다. 덜덜 거리는 길, 툭하면 나오는 턱과 계단, 지하 깊숙히 지하철을 타러가는 길은 아이들도 겁이 나기도 피곤하기도 했을테다. 숙소만 들어오면 아이들은 그제서야 안전하다고 느껴졌는지 한껏 살아나 하루동안 까불지 못한 만큼 까불곤 했다.


바퀴달린 의자- 유모차와 휠체어가 같은 상황이라고 생각한다면 휠체어와 함께 이동할 수 밖에 없는 아기, 그의 부모, 장애인, 그의 동행자, 노인들은 어떻게 버스나 지하철을 이용하며 다닐지.

(택시마저 유모차 두대를 싣고 내릴 생각에 번거로워 한번도 타지 못했다.)

이 세상은 아픈데 없이 사지 멀쩡하고 두 손 두 발 자유로운 이들의 것일 뿐인가- 라는 생각도 들었다.  

나 역시 훌훌 혼자 자유로운 시절, 멀쩡한 시절엔 몰랐다.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모르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나도 결국은 아이의 부모가 되었고, 언젠가는 기력이 쇠한 노인이 될 것이다. 나 또는 우리 가족이 신체의 일부가 불편해질 수도 있다. 우리는 왜 이런일들을 꼭 직접 당해야지만 생각해 볼 수 있는 걸까.


내 삶이 마냥 밝을 땐 보이지 않았다.  

내 삶이 어두워지니 비로소 하나씩 보인다.

그동안 내가 자신감 넘치고 겁없이, 멋모르고 까불때는

내가 건강하고 잘나서 그런것이 아니라

소수이지만 분명 세상의 일부인 사람들에게 눈을 감고 있었다는 것을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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