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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무 Aug 28. 2022

살다보면

‘그저, 살다 보면 살아진다.’     


삶이 관통하는 애끓는 소리, 서편제 뮤지컬에 마지막 소절이다.

송화가 사랑하던 이를 떠나보내고 아버지에 의해 눈이 멀어 이곳저곳을 방랑하며 서글펐던 삶의 응어리가 터져 나온다.     


인생은 끊임없는 고난의 연속 같다.

무언가가 해결될 것 같다고 느껴지면 또 다른 일들이 찾아온다.

삶이 유동적이고 종속적이라서 주변인과 환경에 의한 영향과 압박에 시달리게 된다.    

 

어렸을 땐, 나의 주어진 모든 문제를 빨리 해결하기 위해 총력을 다해 매달렸다.

혼자서 방법을 찾아보고

밤늦게 고민해보고

그러나 아무런 해결책도 내게 주어지지 않았다.     


그저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하루에 삼시 세 끼를 먹고,

뜨거운 햇볕 아래서 광합성을 한 후

밤에는 잠을 자는,

평범하게 일상을 버티며 다시 살아가는 방법밖에 없었다.     


그저 그 자리에 서서,

아프고 곪은 상처들이 시간이 지나감에 따라,

열나고 쓰라린 상흔 속에서 서서히 낫기를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살다 보면 또 살아진다.     

인생의 사소한 변곡점을 굽이굽이 지나서, 

또 다른 하루를 맞이하기까지,

오늘도 우직하게 살아간다.     


그 인생이 내가 바라던 삶이 아니더라도,

내가 원했던 모습이 아니더라도,     


인생이 주는 이질적인 절망감에서

포기하지 않고 지금까지 살아온 사실 만으로도,     


나와 당신들은 어여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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