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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까우니까청춘이다 Jan 22. 2018

가을이 그리울 때 향하는 나의 도시

누와라엘리야를 찾아서,  

사막에 오아시스가 있다면

스리랑카에는 누와라엘리야가 있다.

더위에 지친 날,

도망치듯 떠나는 곳   

그게 바로 누와라 엘라야이다.


죽을 것 같은 오르막을 오르면

찬 바람이 불어 온다.

그러면 사람들은 한 마음으로 에어컨을 끈 채

상쾌한 바람에 몸을 맡기기 시작한다.


이문세의 ‘가을이 오면’을 틀고

창문을 연채로 달리던

한국의 가을날이 몽글몽글 떠올라

더 상쾌해지는 길,  

사시사철 가을인 도시 누와라엘리야,

누와라엘리야를 걷다보면

가을날의 추억이 한 움큼씩 떨어진다.       



가을의 도시 누와라엘리야에 도착하다.


누와라 엘리야 우체국

     


나에게 누와라엘리야는 ‘프루스트 효과’ 그 자체이다. 프루스트 효과는 특정한 냄새를 맡을 때 냄새를 맡을 때의 기억이 함께 떠오르는 효과를 말하는데, 소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의 프루스트가 어린 시절 즐겨먹었던  마들렌의 향기를 맡고 그 시간의 기억을 떠올리는 것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이와 같이 누와라엘리야의 쌉쌀한 향은 한국 가을날의 기억을 눈뜨게도 했고 가을 체코의 길을 걷게도 했다.        



하지만 1900미터의 높은 곳에 도시가 위치 해 있기 때문에 여행 가기가 쉽지 않다. 죽음의 산길이라고 할 정도로 길이 험해서 항상 가기 전 마음의 준비를 하고 타야 한다. 멀미가 없던 나도, 한 번 큰 멀미를 겪게 했었다. 그래도 길은 또 왜 이렇게 아름다운지, 울렁거리며 설레였었다.


혹여나 산길이 두렵다면 기차를 이용해 보는 것도 좋다. 누와라엘리야 기차는 차밭을 가로지르고 폭포를 가로지른다. 그 풍경에 반해 소리 지르다 보면 이미 산봉우리에 올라와 있다. 물론 버스보다는 긴 시간이 소요되지만 더 부담 없이 갈 수 있는 방법이다.


그랜드 호텔 올라가는 길목

      

누와라엘리야에 내리는 순간, 싸늘한 기운에 서둘러 옷을 바꿔 입는다. 현지인들도 털모자와 잠바를 입으며 가을 나라에 온 기분을 낸다. 오랜만에 접한 차가운 공기에 마음이 설레 여행길이 더욱 즐거워진다.누와라엘리야에 기차로 도착할 경우한다면 ‘나누오아Nanu oya’라는 곳에 도착한다. 타운에서 조금 떨어져 있어 타운까지 이동해야하는데 택시비가 부담스러운 경우에는 버스를 이용해도 좋다.   

   

누와라엘리야 타운 자체는 아주 단순하다. 버스 스탠드 맞은편에는 식민시대에 만들어진 우체국이 위치해 있고 그 옆으로는 가게들이 늘어서 있다. 여기 과일가게에는 누와라엘리야에서 맛볼 수 있는 과일이 있는데 바로 달콤한 ‘패션후르츠’ 원래 패션후루츠는 신맛인데 누와라 엘리야에 파는 것은 아주 달콤하다. 사기 전에 아저씨에게 ‘패니 라하이더?(달콤한 맛이에요?)’ 하면 알아서 줄 것이다.             


달콤한 패션푸르츠 한 입하고 버스 스탠드 바로 옆에 위치한 ‘빅토리아 파크’로 향한다. 공원 앞에는 한국 공원과 마찬가지로 과자거리와 장난감을 파는 장수들이 가득했다. 다른 곳에서는 너무 빨리 녹아 제대로 먹을 수 없었던 솜사탕을 하나 물고 소풍 분위기 제대로 내고 공원으로 들어가면 온갖 색깔 꽃이 흐드러지게 펴 있다. 쌀쌀한 기후 덕분에 스리랑카에서는 자랄 수 없는 꽃들이 지천에 널려 있다. 더위에 지쳐 있는 스리랑카의 여느 꽃들과는 다르게 생기가 감돈다.      


빅토리아 공원에서


동네에 살고 있던 동생과 공원을 산책했다. 꽃밭 사이로 들어가 사진을 찍는 모습을 보며 너 정말 현지인 다되었다며 웃었다. 스리랑카 현지인들은 꽃밭 안으로 들어가 사진을 찍는 걸 참 좋아한다. 그 친구는 집주인 아줌마와 항상 산책을 해서 그런 습관이 들었나보다 하고 멋쩍은 웃음을 지었다. 현지인 집에 놀러 가보면 이런 공원에서 인어다리 비스무리하게 포즈를 취하고 웃는 사진이 꼭 하나씩 있다. 한국의 브이 포즈가 있다면 랑카에는 인어다리 포즈가 있다.        


공원 안에는 현지인과 외국인들로 늘 만원이다. 랑카 사람들에게도 특별한 여행지인 누와라엘리야, 예전에 우리나라 사람들이 제주도로 신혼여행을 많이 갔듯이 스리랑카 사람들에게 누와라엘리야는 꽤 인기 있는 신혼여행지이다. 사시사철 더운 곳에 살던 스리랑카 사람들이 아주 낯선 추위를 맛볼 수 있기 때문 아닐까, 털모자를 맞춰 쓴 현지인 단체 여행객들이 난생 처음 맞는 추위에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그랜드호텔 티라운지


공원을 나와서 더 걸으면 그랜드 호텔이 보인다. 누와라엘리야는 영국과 비슷한 기후 때문에 식민지 시대 때 영국인의 휴양지로 많이 이용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골프장, 승마장 등의 다양한 여가시설과 숙박시설이 있는데 그랜드 호텔도 그와 같은 맥락으로 지어진 최초의 호텔이다. 언덕을 올라서면 그랜드 호텔이 보인다. 고급스럽게 지어진 건물과 꽃들이 가득한 정원 한 눈에 반하기 충분하다.       


호텔에서부터 쭉 걸어 내려오면 말똥냄새가 심하게 나는데 그곳에 바로 경마장이 있다. 스리랑카 전역에는 코끼리가 많지만 이곳 누와라엘리야에는 말이 많다. 그래서 스리랑카 사람은 누와라엘리야는 말이 사는 곳으로 인식되어 있다. 말까지 있으니 꼭 우리 제주도 같은 느낌이다. 제주도와 누와라엘리야의 기후는 조금 다르지만 사람들이 방문하는 이유는 조금 비슷하다. 일상과 다른 곳을 찾아가고 싶어하는 건 어느 나라나 비슷해 보인다.



경마장을 지나면 너른 호수가 보인다. 이곳은 그레고리 호수이다. 호수의 크기는 생각보다 훨씬 크다. 호수의 입구에는 아이들을 위한 놀이공간이 마련되있다. 늘 그곳은 음식가게와 장난감 장수들로 북적거린다. 호수는 앞에서 표를 끊고 들어가야 입장할 수 있다. 호수는 하늘과 늘 맞닿아 있어 하늘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내가 간 날은 하필 날씨가 좋지 않은 날이었다. 거무튀튀한 호수 앞에 서 있으니 어딘가 스산했다. 그리고 별 감흥이 없었다. 호수 위를 움직이는 배를 타고 한 삼십분 뱃놀이를 하니 지루해져 맛있다는 피자집으로 갔다. 여행은 날씨가 역시 반이다. 아니 한 팔십프로쯤 되는 것 같다.  


페드로 티팩토리(Pedro tea factory)  


페드로 티팩토리 전경


힐컨트리에 왔다면 티팩토리 하나쯤은 꼭 보고 가야 하지 않을까, 고산지대는 차를 재배하기 좋은 환경이다. 그래서 영국은 이곳을 중심으로 차밭을 만들었다. 그래서 맥우즈 등의 티팩토리가 있다. 우리는 그 중에서 '페드로 티팩토리'에 방문했다. 맥우즈가 훨씬 유명하긴 하지만 타운에서 쉽게 갈 수 있어 그 곳을 택했다. 타운에서 바둘라로 움직이는 버스를 타고 이십 분 정도를 가면 팩토리에 도착한다. 별도의 입장료는 없다.


차의 생산과정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모습


앞치마를 두르고 가이드를 따라가면 가이드가 차의 재배과정과 제조과정을 이야기 해 준다. 여린 찻잎을 사용해야 맛있는 차를 만들 수 있다고 한다. 또한 볶아지는 정도에 따라서도 차의 향이 달라진다고 한다. 홀리듯 차 강의를 듣고 나면 웰컴 드링크를 한 잔씩 준다. 서늘한 기운에 마시는 차가 유난히 향긋하다. 여기에서 생산되는 대부분의 찻잎은 스리랑카에서 소비되지 않고 선진국의 유명 차브랜드로 수출된다고 한다.  조금은 씁쓸한 현실이다.


 스리랑카에 딸기가?



고산지대인 누와라엘리야는 딸기가 재배되는 몇 안되는 지역이다. 하지만 한국의 딸기처럼 크지도 달지도 않다. 그래도 귀한 딸기인지라 많은 관광객들이 딸기 농장을 찾는다. 농장 안에 위치한 카페에는 딸기가 들어간 핫케이크, 쥬스, 쨈 등이 있다. 한국 딸기의 상큼 달달함을 기대했지만 아주 신맛에 가까웠다. 그러면 어떠리 설탕이 딸기의 모자란 달달함을 채워주니 주스의 맛은 달콤했다.



'여자 마음은 누와라엘리야 날씨같다' 라는 스리랑카의 말이 있다. 그만큼 자주 변하는게 누와라엘리야 날씨이다. 한낮의 쨍쩅함에 여름이라고 느끼다가도 어느순간 찾아온 바람에 옷깃을 여미기도 한다. 변하는 날씨만큼 매력 많은 도시이기도 하다. 예측하기 어려워도 순간순간 변해가는 날씨 속에 몸과 마음을 맡긴다면 더 행복한 곳, 가을의 도시 누와라엘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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