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아무것도 하지 못한 날에도, 나는 여전히 여기 있었다
오늘도 하루가 끝났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한 게 없다.
침대에서 일어났고, 휴대폰을 들여다봤고,
밥을 먹었고, 다시 누웠다.
그게 전부인 날이었다.
예전의 나라면 이런 날을 견디지 못했을 것이다.
“왜 이렇게 무기력할까.”
“이러다 정말 아무것도 못 되는 거 아닐까.”
스스로를 다그치고, 자책하고,
결국 더 깊이 가라앉았을 것이다.
그런데 오늘은 조금 달랐다.
여전히 무기력했지만, 예전처럼 나를 미워하지는 않았다.
그 사실 하나가, 나에게는 작지 않은 변화였다.
무기력은 게으름이 아니라,
신호일지도 모른다
한동안 나는 ‘아무것도 하기 싫은 나’를
게으른 사람,
의지가 약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가만히 돌아보니
그 시기의 나는 단순히 쉬고 있던 것이 아니라
너무 오래 버텨온 사람에 가까웠다.
감정은 계속 쌓여 있었고
생각은 정리되지 않은 채로 엉켜 있었고
마음은 이미 여러 번
“그만하고 싶다”고 말하고 있었는데
나는 그 신호를 계속 무시하고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 몸이 대신 멈춰버린 건 아닐까.
무기력은 나의 실패가 아니라
“이제 좀 나를 돌봐줘”라는 신호였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하니
조금은, 정말 조금은
지금의 나를 덜 미워해도 될 것 같았다.
아무것도 하지 못한 나를 혼내지 않기
✔ 오늘 아무것도 하지 못했어도, 스스로를 비난하지 않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