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설지만 설레는 사람

익숙하지 않은 사람

by 유지





낯설지만 설레는 사람





그와 나는 여전히 조심스러웠다.

말을 많이 나누지도 않았고,

그저 조용히 걷는 시간이 대부분이었다.


가끔 동시에 고개를 돌리다 눈이 마주치면,

우리는 말 없이 웃었다.


어색한 듯, 하지만 따뜻한 웃음.


그건 어쩌면,

우리가 조금씩

서로에게 익숙해지는 방식이었는지도 모른다.


함께 걸었던 그 길은 어느 계절의 오후였을까.


잔잔한 바람이 불었고,

햇살은 부드럽게 우리의 그림자를 길게 늘였다.


말은 없었지만,

마음이 조용히 움직이고 있었다.

나는 그의 옆에서 조용히 걸었다.


그와 함께 걷는 시간이 좋아서

그 시간이 좀 더 길어지길 바랬다.



망설임 끝에,

나는 조심스레 그의 팔에 팔짱을 꼈다.


작고 사소한 행동이었지만

그 순간 내 심장은 "조용히 두근거렸다."


그는 놀라지 않았고,

조금도 당황하지 않은 채


자연스럽게 나의 걸음에 속도를 맞췄다.

그저 그뿐이었다.


우리는 별다른 말도 없이

그 짧지도 길지도 않은 거리를

몇 바퀴나 걸었는지 모른다.


시간이 흐르는 줄도 몰랐다.

마치 "그 순간만 존재하는 것처럼."


우리는 서로에게 초첨을 맞추며

온전히 시간을 쏟고 있었다.

걷는 발걸음이 전부 조용하고 평화로웠다.



지금도 가끔 그 순간을 떠올린다.

무심한 듯 자연스러웠지만

사실은 오랜 망설임 끝에 용기 낸 첫 팔짱.


아마 그는 몰랐겠지.

"그 작은 순간이 나에게 얼마나 큰 용기였는지."


그 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것처럼 흘러갔던


그 오후가 사실은 내 마음 안에서

얼마나 선명하게 남아 있는지를.


어쩌면 사랑은

그렇게 시작되는지도 모른다.


무언가를 정하지 않아도,

크게 말하지 않아도,

서로가 천천히 가까워지는 순간들 속에서.


아무렇지 않는 눈짓, 짧은 숨결,

그리고 "조용한 용기 하나"

우리 사이를 조금씩 좁혀놓는 것이다.










사랑은 때로 말보다 조용한 행동에 담겨 있다.

그날 내가 그에게 팔짱을 꼈던 것처럼.


그날 그가 아무 말 없이,

받아주었던 것처럼


우리의 시작은 아주 조심스럽고 아주 조용했지만

그래서 더 오래 마음에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