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 도화지

어른이 되는 것

by 김무심

선생님이 나에게 한 장의 종이를 내민다.

너의 꿈을 그려봐.

선생님이 내민 종이를 한참 내려다 보았다. 나는 시간이 다 되도록 간단한 선 하나 긋지 못했다.

나의 꿈을 그리기엔 이 도화지는 너무나 작으니까.

결국 빈 종이를 내밀었다. 선생님은 나에게 빈 종이를 낸 이유를 물었다.

망설이던 나는 솔직히 털어놓았다.

제 꿈을 그리기엔 종이가 너무 작아요.

선생님은 비뚜름한 미소를 지으며 나에게 말했다.

꿈이 뭐야? 그 꿈을 작게 그려보는 거야.

선생님은 제 꿈을 이해하지 못해요.

왜?

어른들은 못 느끼는 거예요.

선생님은 이해하기가 어렵다는 듯이 인상을 찡그리며 입을 열었다.

어른들은 모르는 게 없단다? 말해 보렴.

선생님. 왜 어른들은 눈에 보이는 것만 추구할까요?

그야, 그것이 자신의 가치를 드러낼 수 있는 수치니까?

저는 어른이 되기 싫어요.

선생님은 어이없다는 미소를 지으며 나를 어깨를 잡고선 나를 쳐다보았다.

네가 되기 싫어도 너는 언젠가 어른이 된단다.

네, 알아요.

언젠가 네가 이런 말을 하고 있을 거야. 인정하기 싫은 현실 속 섞여서 너는 본질을 잃게 되겠지.

선생님은 잠깐 말을 멈추고 다시 이어나갔다.

네가 지금 하고 있는 그 생각을 잊게 될 거란다. 그리곤 어느날 어린아이가 물어오는 질문에 다시 떠올리게 되겠지.

나는 어깨에 올려져 있는 손을 떼어 내면서 도화지를 집었다.

이렇게 변명 하는 어른들도 이해하기 어려워요. 그저 숫자가 조금 늘어난 것 뿐인데 자신이 모든 책임을 지고 있는 양 굴까요.


선생님은 어느새 울 것 같은 표정으로 말했다.


사회에선 숫자가 늘어난 만큼의 책임감을 가지라고 말해. 20살이면 20살 만큼의, 50살이면 50살 만큼의 무거운 짐을 들게 되는 거야. 아직 네가 이해하기 어려운 말이지?


나는 고개를 저었다.


그건 사회에서 요구하는 어른이잖아요. 자신을 위해 살아가면 안되는 건가요?


너도 이 사회 안에 있단다. 그리고 그 틀을 벗어나지 않는 게 가장 편한 방법이지.


선생님이 수업시간에 그러셨죠. 우물안의 개구리가 되지 말라고, 더 넓은 세상이 있다고. 그런데 지금 선생님은 자꾸만 저를 우물 안에 가둬 넣을려고 하는 것 같아요.


나는 말이 없는 선생님을 쳐다보았다.


선생님이 저를 가두려고 하신다면 저는 개구리가 되겠죠. 저는 이 사회가 옳다고 생각하며 아이에게 수많은 변명을 늘어 놓을 거예요. 그리곤 가장 중요한 걸 놓치게 될 거예요.


나는 들고 있던 흰 도화지를 찢었다.


이 작은 틀안에 묶어 놓지 마세요. 저는 자신이 원하는 게 뭔지도 모르는 어른이 되고 싶지 않아요.


책상 옆에 걸려있던 가방을 챙겨 매고선 문 앞에 섰다.


제 꿈을 그리기엔 종이가 너무 작아요. 그리고 이 교실도 너무 좁아요.


교실 안에 서있는 선생님을 뒤로 하고 문을 닫았다.


어른은 이렇게 작은 건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