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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섬 Jul 22. 2016

<새벽 두시 전화벨> 7화

아닌 건 아닌 거야

어렸을 때 나는 창작자가 될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리고 스무살 때 처음으로 단편영화를 찍은 뒤 나의 믿음을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다.     


이후로 연출이 아니라 이론을 공부하게 된 건 영화에 대한 사랑을 포기하지 않고 그 주변에 머무르는 방법이라 믿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나는 이론을 배우면서 한 가지 의문이 생겼다.     


나는 분명 이 영화에서 빛나는 순간을 보지 못 했는데 왜 평론에서는 이 영화가 ‘마스터피스’라고 하는 걸까.     

그러면서도 주위의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눌 때 나는 소심하게 동의하지도 않는 평론의 문구들을 주워섬기곤 했다. ‘영알못’(영화 알지 못하는 사람)이기 싫었다. 그리고 그 시절의 나에겐 그게 중요했다. ‘영알못’은 내 사랑의 깊이가 얕다는 걸 인정하는 꼴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졸린 눈을 부비며 조조로 유명감독님의 신작을 보았던 겨울의 어느 날에 나는 잠을 포기하면서 이 영화를 보았다는 사실이 문득 아까워졌다. 그리고 순간 어떤 번개 같은 깨달음이 찾아왔다.     


그래     


내가 재미없으면 재미없는거야     


아닌 건, 아닌 거야     


(by TEAM "PLAN S", 글: 서은호 / 그림: 한섬)

<새벽 두시 전화벨> 7화 - 아닌 건 아닌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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