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리꼬-
2024년은 내게 엄청난 해였다. 내 인생에 큰일은 많이 있어왔지만 꽤나 큰 분기점이 되었던 사건으로 인해서 나는 처음으로 독립을 했다. 어떤 일이든 처음이 어려운 것이지. 독립은 오히려 처음에는 개운한 마음으로 즐겁기만 했는데 그것도 참시 몇개월이 지나고 겨울이 다가오면서 점차 숨어있던 내 마음의 상처, 우울감, 공허함들이 물밀듯이 쏟아져나오면서 주체하기가 힘든 그런 겨울을 맞이했었다.
심지어 매년 겨울은 북적였거든. 항상 가족, 친구, 친척 주변에 휘둘릴 정도로 많은 사람들로 인해서 바쁘고 정신없는 연말을 맞이하고 또 연말 다음으로 있는 1월달 내 생일도 축제처럼 지나가곤 했거든. 근데 그런 나날들과 상반되게 이번 첫 독립후의 겨울 그리고 내 생일은 너무나도 쓸쓸했다. 처음으로 온전히 겪어보는 독립 그리고 겨울. 난방비가 무서워서 난방없이 지낸 사람, 나요.
가뜩이나 관리비도 빠듯한데 난방까지 하면 파산일 것 같아서 얼음장같은 실내온도를 두터운 기모잠옷과 털가디건, 털양말로 버텼다. 그리고 나와 함께 겨울을 난 죄없는 나의 불쌍한 고양이는 여름내내 빗겨도 계속 털뭉치가 나올 정도로 겨울 내내 털이 엄청나게 쪘었다. 그렇게 추위를 내 고양이도 견딘 것이지. 미안해. 누나가 좀 더 부자였더라면 좋았겠지만. 대신 샤료는 비싼거 사주잖아,
아무튼 쌀쌀한 실내에서 털로 된 옷과 양말을 껴입고 거기에 털로 된 담요를 칭칭 감아올리면서 앉아서 거실의 티비를 주로 시청했다. 올해 봄까지는 직업상 재택이 가능해서 재택근무를 하고 있었는데 그래서 밤낮이 따로 없었고, 겨울에는 더 나갈 일이 없어서 낮에 자고 밤늦게 일을 하고 일이 끝나는 새벽시간에 티비를 보는 게 일과였다. 고요함 속에서 보는 티비는 그야말로 즐거움.
자주 보던 영화는 디즈니였다. 그냥 갑자기 디즈니의 그 엄청난 퀄리티의 애니들에 빠져들었다. 입체감도 좋고. 그러다가 전에 영화관에서 유행하느라고 한 번 대강 본 겨울왕국이 생각나서 어떤 내용인지도 생각이 안 나서 제대로 한 번 봐야겠다, 싶어서 집 티비로 재생했다.
예전 영화관에서는 졸았나? 내가 기억하는 내용이 별로 없었다. 그래서 새롭게 보기가 좋았다. 자신의 독특한 능력, 개성때문에 사람들 속에서 살 수 없는 엘사. 사랑하던 가족이나 왕국, 동네를 떠나는 모습은 왠지 2024년 여름, 급박하게 집을 나오게 된 나의 억척스러움이 생각났다.
높게 쌓인 눈보라가 치는 눈밭을 헤치며 걸어가는 엘사는 고요히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그 노래는 바로 유명한 레리꼬. 가사도 이리 좋을 줄이야. 도입부 부분은 정말 내 맘에 쏙 박혔다.
자신이 있어야할 곳을 자신의 손으로 개척하는 과정도 짜릿했다. 내가 예전에 본 겨울왕국이라는 영화를 고양이와 사는 내 집에서 새벽시간에 담요를 둘러매고 감동받아가면서 보게 되다니. 그 당시엔 절대 모르고 봤을 겨울왕국이었을 것이다.
나는 멋진, 서른여섯살의 엘사였다. 나 홀로 이것저것 감당해야할 미래를 짊어진 엘사!
The snow glows white on the mountain tonight
오늘밤 산 위에 쌓인 눈은 희게 빛나고
Not a footprint to be seen
발자국은 하나도 보이질 않네
A kingdom of isolation,
고립의 왕국,
And it looks like I'm the queen.
내가 이 곳의 여왕인 듯 해
The wind is howling like this swirling storm inside
바람은 내 안에 소용돌이 치는 폭풍같이 휘몰아치네
Couldn't keep it in
더이상 이 안에 숨기고 있을 수가 없어
Heaven knows I tried!
내가 노력했다는 걸, 하늘은 아실거야!
Don't let them in, don't let them see
그들과 가까워지면 안돼, 그들이 보게 하지 마
Be the good girl you always have to be
착한 아이가 되렴, 항상 그래야만 해
Conceal, don't feel, don't let them know
감추고, 의식하지도 말고, 사람들이 알게 하지마
Well, now they know!
그런데, 이제 모두가 알아버렸네!
Let it go, let it go
다 잊어, 내버려둬
Can't hold it back anymore
더이상은 참을 수 없어
Let it go, let it go
다 잊어, 내버려둬
Turn away and slam the door!
외면하고 문을 세게 닫아버리자!
I don't care What they're going to say
그들이 뭐라고 말하든 신경쓰지 않아
Let the storm rage on,
폭풍아, 몰아쳐라!
The cold never bothered me anyway!
나 추위에 괴로워한 적 없으니!
It's funny how some distance Makes everything seem small
이렇게 조금만 멀리 있어도 모든게 작게 보이다니, 우습구나
And the fears that once controlled me
게다가 한때는 나를 지배했던 두려움들이
Can't get to me at all!
나에게 다다를 수조차 없잖아!
It's time to see what I can do
이제 내가 뭘 할 수 있는지 알아볼 때야
To test the limits and break through
한계를 시험하고 그걸 넘어서겠어
No right, no wrong, no rules for me
내겐 옳은 것도, 그른 것도, 규칙도 없어
I'm free!
나는 자유야!
Let it go, let it go
다 잊어, 내버려둬
I am one with the wind and sky
내 곁엔 바람과 하늘이 있어
Let it go, let it go
다 잊어, 내버려둬
You'll never see me cry!
다시는 눈물 흘리지 않을거야!
Here I stand
나 여기에 서있고
And here I'll stay
나 여기에 머무르리
Let the storm rage on!
폭풍아, 몰아쳐라!
My power flurries through the air into the ground
내 힘이 허공으로 마구 휘몰아치고
My soul is spiraling in frozen fractals all around
내 영혼은 이곳을 둘러싼 얼음 속으로 솟구쳐 올라
And one thought crystallizes like an icy blast
나의 생각은 얼음장같이 찬 바람처럼 결정체가 되네
I'm never going back,
나는 절대 돌아가지 않아,
The past is in the past!
과거는 과거일 뿐!
Let it go, let it go
다 잊어, 내버려둬
And I'll rise like the break of dawn
그리고 난 동이 틀 무렵의 태양처럼 떠오를거야
Let it go, let it go
다 잊어, 내버려둬
That perfect girl is gone!
그 완벽했던 소녀는 이제 없어!
Here I stand In the light of day
나 여기 한낮의 빛 속에 이렇게 서있네
Let the storm rage on,
폭풍아, 몰아쳐라!
The cold never bothered me anyway!
나 추위에 괴로워한 적 없으니!
-네이버뮤직 출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