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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상순 Jan 17. 2024

빡트는 진행 중

그렇다. 아직 포기하지 않았다. 하지만 어제 2주 만에 빡센 트레이닝을 다시 시작하려니 몸이 부서졌다. 월요일은 이른바 '스포츠 데이'다. 오전엔 3시간 동안 태극권을 한다. 저녁엔 3시간 동안 다이빙 실력 향상을 위한 빡트를 한다. 다이빙에 몸과 마음을 빼앗겨 태극권을 소홀히 하고 있다는 각성 이후, (왜 이런 것에까지 이토록 깔끔한 분배의 정신을 발휘해야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태극권에도 성심을 다하기로 했다. 성심을 다하기로 했는데 무릎이 아팠다. 태극권 마치고 집에 돌아와 깜빡 잠을 자고 다시 광주 풀장으로 향했다. 


드라이 트레이닝을 시작한다. 렁스트레칭을 서서 한다. 최종호흡 후 숨을 참은 채로 팔을 크게 벌려 가슴과 등을 늘려준다. 옆구리와 등 뒤쪽을 늘려준다. 늘 생각한다. 평가관님의 시계는 내 시계보다 느리다고. 십, 구, 팔, 칠, 육, 오, 사, 삼, 이, 일.... 일초와 일초 사이에 무수한 시간이 있다. 자리에 눕는다. 최종호흡을 하고 숨을 참은 채로 발차기를 시작한다. 1분을 버티기는 너무 버거워 30초씩 3세트로 집에서 연습했는데, 별 효과가 없다. 1분을 참는 게 너무 힘들다. 겨우 참았다 싶어 회복자세를 취할라 치면, 여지없이 들려오는 악마의 목소리 "20초 전", "10초 전", "다시 숨 마시고, 십, 구, 팔, 칠, 육, 오, 사, 삼, 이, 일, 시작!" 발차기를 안 하더라도 숨은 참은 채로 발을 내리지 않고 버텨야 한다. 허벅지를 두 손으로 부여잡는다. 눈은 발끝을 봐야 한다. 모가지가 너무 아프다. 참아야 한다. 참아야 한다. "이렇게 힘들어하는 거 보면 집에서 연습 안 한 거야." 아니거든요. 했거든요. 근데 죽겠거든요. 회복호흡하느라 세어 본 적은 없지만 아마도 무호흡 발차기를 5세트 정도 하는 것 같다. 회복자세를 취해도 좋다는 사인을 받고 죽은 것처럼 쉰다. 그것도 잠시, 다시 일어나 무호흡 팔 벌려 뛰기를 한다. 8회까지는 가능한데, 9회부터는 한 호흡에 숨을 뱉고 한 호흡에 숨을 마시는 것이 불가능하다. 대체 나와 함께 트레이닝에 참여하는 다른 참가자들은 평안하신가. 다른 사람이 어떻게 하고 있는지 살필 기운도 여유도 없는 순간, 다른 사람들은 괜찮은데 나 혼자 지옥문 앞을 서성이고 있는 기분이 든다. 


10분 휴식 후, 주야장천 25미터 풀 왕복 달리기가 시작된다. 빠른 발차기로 앞사람의 꼬리를 잡아야 한다. 나름대로 전력질주 중인 나를 평가관님이 붙잡는다. 피닝을 교정하잔다. 지금껏 이 풀장에서 못해도 7명의 강사와 피닝을 교정했다. 그들의 지침은 모두 달랐고 나도 그 다양성을 수용하는데 익숙해졌다. 일상 속도의 피닝은 꽤 편안해졌는데 빠른 피닝에선 여지없이 비틀댄다. 이번에 하달된 지침은 이러하다. 


-엉덩이에 힘을 준다. (지금껏 골반에 힘을 줬다)

-엉덩이와 골반을 안쪽으로 움직인다. (지금껏 바깥쪽으로 움직였다)

-밀 때 발끝은 포인트, 찰 때 발바닥에 집중

-핀은 직선 운동을 하지 않는다.


하라는 대로 해 본다. 내가 모르는 영역이니 하라는 대로 해 보는 자세가 필요하다. 5분 휴식 후 풀장 가장자리에 나란히 선다. 콩나물(수직 피닝 연습)은 콩나물인데 무호흡 콩나물이다. 아니 콩나물도 숨을 쉬어야 잘 자랄 텐데, 왜 숨을 못 쉬게 하나. 십, 구, 팔, 칠..... 최종호흡 후 숨을 참은 채로 발차기를 한다. 리듬을 타라는데 숨을 참고 리듬을 타는 건 유체이탈만큼이나 힘든 일 아니더냐. 숨을 참은 채로, 피닝을 하면서, 손목은 물 밖으로 내어 놓는다. 숨을 참은 채로, 피닝을 하면서, 머리에 손을 얹는다. 아우 C, 이대로 물속으로 사라지고 싶다. 결국 오른쪽 종아리에 쥐가 났다. 쥐가 났다고 하면 쉬라고 할 줄 알았는데 쥐 났으면 핀을 벗고 계속하란다. 핀 벗고 하다가 정말 물에 빠져 죽을 것 같아(저는 물 공포증자라고요!) 얼른 핀 챙겨 신고 다시 피닝을 시작한다. 라스트, 이제 숨을 쉬면서 피닝을 하라는데 왠지 "성은이 망극하옵니다"를 외치고만 싶다. 이런 것이 길들여짐 아닌가. 허흑.


끝인 줄 알았다. 아니었다. 다이내믹 테이블을 돌린단다. 에라 모르겠다. 아무도 죽겠다는 호소를 하지 않으시니 나 혼자 주접을 떨 수는 없어서 하라는 대로 한다. 하지만 테이블이 반복될수록 평가관님은 나를 죽이려고 하는 게 분명하다는 생각이 든다. 천천히 가면 그래도 릴랙스를 유지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빨리 가란다. 그래야 오래 쉴 수 있단다. 악마의 유혹은 계속된다. 결국 무호흡 콩나물하다가(거 봐 콩나물은 숨을 쉬어야...) 쥐 난 종아리가 다시 꿈틀댄다. 마지막 왕복 테이블을 완료하지 못하고 풀장 바깥으로 나와 스트레칭으로 쥐를 살살 풀어준다. (쥐야, 고마워) 


오늘, 아무래도 30초 무호흡 발차기로는 발전이 없는 것 같아 1분으로 시간을 늘렸다. (발전하다 죽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다시는 몰차트레이닝은 가지 않겠노라,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다짐했다. 근데 나는 왜 또 CO2 테이블을 돌리고, 무호흡 발차기를 하고 무호흡 팔 벌려 뛰기를 하고, 렁스트레칭을 하고 있나. 안 갈 거다. 정말 안 갈 거다. 그냥 혼자서 연습만 하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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