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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의 거리


뮌헨에 오래 살았던 사람들은 생각보다 근교 도시에 잘 나가지 않는다. 언제든 가볼 수 있다는 생각에 굳이 가까운 곳의 매력을 찾아볼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 그런데 1-2년 사이 코로나 락다운이 반복되면서 이곳 독일 남부의 로컬 매력을 찾게 된 사람들이 많아졌다. 혹은, 곧 여기를 떠날 예정인 사람들이 서둘러 주변을 둘러보다 떠난다. 이제 와서야 다급히. 사람은 미지의 먼 것에 대해 호기심을 가질 뿐, 손에 닿을 것들은 따분하고 사무적인 일상의 테두리로 묶어버린다.




최근 아끼는 친구 두 명이 연달아 어머님을 멀리 보내드렸어야 했다. 그중 한 명은 6개월 전에 아버님을 보내 드렸으니, 당사자 마음은 감히 헤아리기조차 어렵다. 수년의 투병 과정을 알고 있었지만, 떠남은 언제나 갑작스럽고 황망하다. 이제야 죽음이란 개념을 구체적으로 경험하기 시작할 나이가 되었나 보다. 철없던 시절엔 환자들의 죽음도 추상적이었고, 동생의 죽음도 그냥 덮어놓았을 뿐이다. 애도하기엔 너무나 멀고 무서운 것이었다.
두 번 연속 카카오페이로 조의금을 보내고 위로랍시고 카톡 문자를 보냈다. 멀리서 조의를 표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대한 불편한 안타까움 이후엔, 내 부모님 생각을 더 많이 그리고 몰래 하고 있었다. 애정 표현이 그다지 없어도 너무 익숙하고 당연한 관계이지만, 부모님과의 거리를 짚어볼 나이가 되었다. 사회생활을 통해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관계 이전에 가장 가까웠던 관계의 거리를 거닐면서 정녕 많은 시간을 보냈는가.



나란히 앉는 관계의 아름다움 #1 (C) 익명의 브레인 닥터




첫째 딸이 자전거 대신 도보로 하교하는 길엔 일부러 절반의 거리를 마중 나간다. 궁금한 내용은 그리 많지 않고, 질문과 답이 오고 가다 끊기면 어린 딸과 나 사이에도 침묵이 흐른다. 같은 나이대의 친구들과는 수다가 끊임없이 이어지는데, 가족과 수다를 떨 때 노력이 필요한 이유를 고민할 때가 있다. 함께 보내는 시간과 관계의 깊이가 당연하게 비례하지 않는다. 가장 가까운 거리라고 애돌보려 하지 않으면서, 그 존재의 가치를 쉽게 얻어보려 했었다.


수많은 일상 시간이 관계를 버티고 있었지만,  시간을 어떤 내용으로 채워나가야 할지 고민해본다. 관성으로 끌어온 관계의 속을 들여다보고 있다. 언제나 열정과 설렘을 주지 않더라도, 온전히 나로서 소통할 수 있는 가족 관계의 깊이를 들여다볼 때가 되었다.


나란히 앉는 관계의 아름다움 #2 (C) 익명의 브레인 닥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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