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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가희의 나라 Aug 22. 2023

기록은 한계가 없다

  가히 기록 범람의 시대다. 많은 사람들이 기록, 아카이브를 말하고 있다. 미술은 미술아카이브로 민간에서는 마을아카이브로 기록이 없는 곳에는 구술아카이브로 그 외 환경아카이브, 일기아카이브 등 아카이브의 형태는 다양해졌다. 또한 공공에서 민간으로 단체에서 개인의 영역으로 확산 발전하고 있으며, 앞으로의 변화는 무궁무진해 기록관리 변화를 오랫동안 지켜본 나조차 확신할 수 없을 정도다. 

  며칠 전 MBC와 양천구치매안심센터가 업무협약을 통해 방송아카이브로 치매관리를 돕는 프로그램을 국내에서 처음으로 시도하기로 했다는 기사가 났다. 또한 서울시는 건설현장에 동영상 기록관리를 활용해 부실공사를 예방하고 사고가 발행했을 때 원인을 밝히는 역할을 수행할 “건설현장 동영상 기록관리”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필자가 기록관리를 시작하고 배워온 시간은 기록을 이관(수집), 관리, 보존하는 것이 가장 핵심적인 일이었다. 서비스, 활용은 새로운 영역이었을 정도로 기록의 관리 형태는 일상적, 반복적, 규칙적이었다. 그러나 이제 기록만을 관리하는 시대를 벗어나 “기록”을 통해 더 나은 서비스를 창출하거나 그것의 이용으로 보다 내실있는 결과를 나타내는 등 기록의 이용은 보다 나은 부가서비스를 창출하고 있다.      

  기록은 늘 존재해왔지만 어떻게 지금, 기록의 활용도가 높아지고 다양한 이용방법을 각자의 분야에서 생각하게 되었을까? “기록”이라는 단어가 일상화되고 기록관리와 연관되는 아카이브(archives), 아카이빙, 아키비스트라는 생소한 단어가 사회의 여러 분야의 수식어처럼 사용되는 이유를 잠시 생각해본다. 1999년 「공공기관의 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이 제정된 후 24년이 흘렀으며, 실질적으로 법을 운영할 기록관리전문직들이 공공기관에 투입되어 업무를 시작한 2005년(지방자치단체는 2008년 등 기관 사정에 따라 다름) 이후 18년이 흘렀다. 그동안 이들은 기관 내에서 “아무것도 아닌 것 같은 일들을”꾸준히 묵묵히 실행해왔다. 아무것도 아닌 것 같은 일들을 할 때, 스스로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이 세상의 기준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은, 기록관리를 이해하지 못했지만 이해하려 들지 않았다.      

  그러나 타인의 시선은 내가 선택할수 없듯이, 이해하려 들지 않는 상황 또한 제어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그저 감내하는 것, 그럼으로써 해야 할 일을 하는 것이 할 수 있는 최선이다. 그렇게 음으로 양으로 모은 축적의 시간, 기록은 보존되었고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축적된 기록을 “이용”하기 시작했다. 기록물의 이용 즉 서비스의 시작은 약 10년전부터 기록전문직들 사이에 필요성이 논의되기 시작했고 기록자체의 이용이었을테지만 기록전문직들은 조금씩 축적의 시간으로 모은 값진 기록들을 내·외부적으로 공개하기 시작함으로 그 효과는 사람들에게 조금씩 알려졌다.     

 이는 “아무것도 아닌 것 같은 일들을 반복적으로 할 때” 가능한 일이다. 마음이 급해 타인의 시선을 견디기 어려워 보여주기 급급했다면, 기록물의 지속적인 활용가능성은 담보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기록은 한계가 없다. 잘 관리된 기록은 공공 혹은 개인에게 도움이 되는 핵심자료가 될 것이며 다양한 사업에 이용되는 효용성 있는 증거자료로 사용될 것이다. 기록은 그 자체로 개인과 사회의 기억 혹은 사실을 증거하는 증거물로 기능하지만 이제 기록은 기록자체의 효용성을 넘어 사회 각 분야를 뒷받침하고 내실있게 하는 지원군으로 기능하고 있다. 

  한 사회가 무의식적으로 말하는 단어에는 그 사회의 필요성이 담겨있다. 예컨대 “품격”이라는 단어는 사물따위에서 나타나는 품위라는 뜻이지만, 우리 사회는 말의 품격, 음식의 품격, 교통품격 등 품격이라는 단어를 사용해 이 사회에 “품격”이 필요하는 것을 무의식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그렇다면 아카이브, 기록화라는 단어가 계속적으로 확대되고 사용된다는 것은 이 사회가 그것을 바라고 있다는 반증이 된다. 때문에 한계 없는 기록뒤에 “아무것도 아닌 것 같은 일”은 계속 되어야 한다. “작은일도 무시하지 않고 최선을 다하면... (중략) 결국 생육”된다는 중용23장의 말처럼 기록의 지속가능한 활용을 위해 수행하는 기록의 이관, 관리, 서비스라는 반복적인 행위, 무의미해 보이지만 값진 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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