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강정은 식어야 맛있다. 딱딱하게 굳은 튀김옷과 차게 식은 닭껍질은 따뜻하게 먹어야 제맛인 여타 음식들과는 다른 매력을 준다. 얼음을 씹듯이 이를 혹사해가며 먹는 닭강정. 입에 들어갔다 하면 입천장과 잇몸 위에서 때굴때굴 구르며 기분 좋은 고통을 주는 닭강정. 오늘따라 더욱 생각이 난다.
차게 식어 맛있는 음식이 한둘일까. 입안의 고통마저 즐기게 되은 음식이 한둘일까. 그래도 닭강정처럼 따뜻할 때나 식었을 때나 사랑받는 음식은 손에 꼽지 않을까.
생각해보니 나도 너도 우리 모두가 닭강정처럼 지내는 게 좋겠다. 뜨거울 때는 그 맛에 차가울 때는 또 요맛에 즐기는 닭강정마냥. 너 나 그리고 우리가 서로를 향해 시작할 때. 잠시 어딘 가에서 쉬어 전과는 달라졌을 때 거기서 풍기는 냄새나 눈빛, 마음이 틀린 게 아니라 또 다른 기쁨이 되기를 바란다.
늦은 밤 부모님이 사 온 닭강정. 식었지만 한순간은 따뜻했을 닭강정. 식은 게 대수일까. 어린 시절 우리가 열광했던 그때 그 순간의 닭강정처럼 이제는 우리도 그렇게 보내면 좋겠다.
마치 닭강정은 식은 것이 차가운 게 아닌 것처럼 당신의 매 순간이 그 자체로 의미가 생기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