흩날리는 여운
속이 시끄럽다. 마음이 마음대로 된다면 마음을 다잡고 마음 가는 대로 달려갈 텐데. 주인이 제멋대로여서 마음도 제 마음대로다. 마음만 먹어서인지 마음에 담아 두기만 했다. 마음을 꼴깍 삼키고 가라앉혔더니 마음이 무거워 상해버렸다. 탈이 난 마음은 여전히 그림을 그렸다. 끄적인 낙서가 퍽 재미있는 형상을 하고 있었다.
아무 일도 없어서 일기를 쓸 수 없었다. 새로운 것보다 지켜내는 게 더 어려웠다. 잘 못하는 순간마다 잘못하는 것처럼 여겨졌다. 이불 안에 이 불안을 숨겨 놓았다. 꿈을 폈다 접었다. 마음을 접어서 구겼다. 기분을 구겨 넣었다. 감상을 넣고 다녔다. 골목을 다니며 생각했다. 쓸모를 생각하면 무용해졌다.
질문에 의문이 들었다. 답이 없어서 답을 내렸다. 덧붙일 말이 없어 구차해졌다. 생각이 많아서 생각할 수 없었다. 물음이 울음이었다. 너무나 적당해서 울고 싶었다. 무미건조한 나머지 선인장처럼 자라났다. 드물게 꽃이 폈다. 꽃이 희게 폈다 졌다. 꽃물이 가루를 뿌리고 있었다. 비가 닿는 곳마다 벚꽃 비가 흐드러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