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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희 Jul 20. 2021

의표

뜻밖의 연속



잊히지 않는 장면을 찍으러 같은 장소에 다시 찾아갔다. 아침엔 비가 왔고 점심에는 청명했다. 해가 질 때 즈음엔 구름이 잔뜩 떠다녔다. 회색빛의 동쪽 하늘과는 달리 서쪽은 붉게 물들고 있었다.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방문한 단골 현상소는 문을 닫았다. 다른 곳을 급하게 찾아갔지만 그날만 가게 문을 일찍 닫으셨다. 하필 또 다음날이 일요일이라 다음 주가 찾아올 때까지 기다려야 했다.‎ 월요일엔 정작 밤이 돼서야 메일을 열어봤다. 이 필름카메라를 구매한 지 딱 2년째 되는 날이었다.


알다가도 모를, 예상 밖의 일투성이다. 드물게 찾아가던 현상소, 평소에 자주 쓰지 않는 필름, 겹겹이 쌓인 우연은 색다른 사진을 담아냈다. 목적과는 다른 장면이 눈에 들어왔다. 셔터를 누를 때 스치듯 지나간 물체는 사진의 중심이 되었다. 노출도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찍은 건 가장 마음에 들 만큼 잘 찍혔고, 공들여 찍었을 땐 초점이 미세하게 빗나갔다. 초록빛 필름으로 주홍빛 하늘을 담았더니 수채화 빛 하늘이 만들어졌다.


삶의 목표는 사소한 계기로 하루아침 만에 바뀌었다. 오랜 친구는 소식을 알지 못하고 예상 밖의 친분과 안부를 주고받았다. 세상은 노력으로 만들어낸 운이 불현듯 찾아오는 곳이었고 인생은 필연보다 우연에 의해 좌우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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