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지

by 우두커니

얼마간의 베트남 방문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온 뒤에도 민수의 일상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여전히 취업 준비를 명목으로 도서관과 좁은 자취방을 오갔고, 가끔 아버지 만철과 텔레비전을 보며 의미 없는 말대꾸를 주고받았다.


달라진 것이 있다면, 대방동 라멘집을 지날 때마다 더 이상 붉은 간판의 불빛이 거슬리지 않는다는 것 정도였다. 민수는 종종 페이스북 메신저를 열어 히엔의 안부를 물었다.


[오늘 서울은 눈이 왔어요. 거기는 여전히 덥죠?]


히엔의 답장은 짧지만 꾸준했다.


[네. 여기는 매일 비가 와요. 눈 보고 싶네요.]


그러나 어느 날부터인가 그녀의 답장이 끊겼다. 하루, 이틀, 그리고 일주일이 지나도록 민수의 메시지 옆에는 ‘읽음’ 표시조차 뜨지 않았다. 민수는 직감했다. 낡은 선풍기가 돌아가던 후에의 그 좁은 방에서, 오랜 시간 앓아온 늙은 여인의 숨결이 마침내 멈추었으리라는 것을.


민수는 더 이상 메시지를 보내지 않았다. 그저 조용히, 베트남 중부의 습한 땅에 서 있을 그녀의 고립된 슬픔이 조금이라도 빨리 마르기를 바랄 뿐이었다. 그러다 열흘째 되던 날 밤, 핸드폰이 짧게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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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남도 순천 태생, 1/3의 K대생, 전직 은행원, 47개국 방랑자, 현재는 세계놈팽이 타이틀로 스탠드업 코미디 무대에 서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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