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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특허 : 인공지능이 발명자가 될 수 있을까?

AI 시대의 새로운 법적 도전

by 로이어 쿄

안녕하세요, 로이어 쿄입니다.


지난 10월, 인공지능 연구의 선구자인 제프리 힌턴이 노벨 물리학상을, 데미스 하사비스가 노벨 화학상을 수상했습니다. AI가 이제 과학 발전의 핵심 동력이 되고 있는 것이죠. 이런 시점에서 오늘은 많은 분들이 궁금해하시는 'AI 발명의 특허 문제'에 대해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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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AI가 발명을 한다고요?


2019년, 전 세계 특허업계를 놀라게 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AI 시스템 'DABUS'가 독특한 모양의 식품 용기와 신경신호를 이용한 비상등을 발명한 것입니다. DABUS의 개발자인 스티븐 태일러 박사는 이 발명의 특허 출원시 발명자란에 'DABUS'를 기재했습니다.


특히 이 식품 용기는 기존 디자인과 완전히 다른 프랙털 구조를 가지고 있어, AI가 인간과는 다른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습니다. 이는 마치 알파폴드(AlphaFold)가 인류가 수십 년간 풀지 못했던 단백질 구조 예측 문제를 해결한 것과 비슷한 혁신이었죠.


2. 현재의 국제적인 법적 상황


2-1. DABUS로 특허출원 신청


미국의 인공지능 개발자 스티븐 테일러가 ‘다부스(Device for theAutonomousBootstrappingof UnifiedSentience, DABUS)’라는 이름의 인공지능을 발명자로 표시한 국제특허출원을 하였는데요.


우리나라를 포함하여 16개국에 출원하였고, 그 주요 내용은 "출원인은 이 발명과 관련된 지식이 없고, 자신이 개발한 ‘다부스’가 일반적인 지식을 학습 후에 식품용기 등 2개의 서로 다른 발명을 스스로 창작했다"라고 주장하는 것입니다.


2-2. 각국의 반응


위와 같은 DABUS의 특허 출원에 대한 각국의 반응은 매우 흥미로웠습니다.


1. 미국 특허청(USPTO)은 2020년 4월, "발명자는 반드시 자연인이어야 한다"며 출원을 거절했습니다(출처: USPTO 결정문 16/524,350). 특허법상 발명자는 '개인(individual)'을 의미하며, 이는 자연인만을 지칭한다고 해석한 것이죠.


그리고 미국 대법원은 스티븐 테일러 박사가 미국 특허상표청(USPTO)을 상대로 제기한 항소 판결을 기각하며, “인공지능(AI)은 특허 발명자가 될 수 없다”라고 판결하였습니다.


2. 유럽 특허청(EPO)도 2021년 비슷한 입장을 보였습니다. "AI는 재산권을 보유할 수 없고 직원처럼 권리를 양도할 수도 없다"는 것이 주된 이유였습니다(출처: EPO 보도자료 2021-01-28).


3. 가장 흥미로운 반응을 보인 곳은 호주였습니다. 2021년 7월, 연방법원은 처음으로 "AI도 발명자가 될 수 있다"라고 판단했습니다. 하지만 이 판결은 2022년 4월 항소심에서 뒤집혔죠(출처: Thaler v Commissioner of Patents [2021] FCA 879).


4. 그리고 독일 연방특허법원에서는 '자연인만 발명자로 인정하되, 그 성명을 기재할 때 인공지능에 대한 정보를 병기하는 것은 허용된다'는 판결이 있었습니다.


2-3. 한국의 상황


한국 특허청도 이 문제를 심각하게 검토하고 있습니다. 2023년 발표된 '인공지능 발명 심사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현행법상 AI를 발명자로 기재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습니다(출처: 특허청 보도자료 2023-06-15). 다만, AI를 이용한 발명의 경우 그 과정을 상세히 기재하도록 하고 있죠.


그리고 최근 해당 사안에 대해서 판결(서울행정법원 2023. 6. 30. 선고 2022구합89524 판결)이 선고되었는데요. 그 판결의 요지를 정리하면, 아래와 같아요.


1) 현행 특허법령상 발명자는 '자연인'만 해당되며, 인공지능을 발명자로 표시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고, 권리주체에도 해당되지 않아 특허권을 보유할 수 있는 주체가 될 수 없다는 것이에요.

2) 그리고 실제 발명 과정에서 인공지능이 독자적으로 발명한 것이 아니라 아직까지는 '상당한 수준의 인간의 개입'이 있었다는 점에서 독자적인 발명자의 지위를 인정할 수 없다고 보았어요.

3) 추가로, 재판부는 '인공지능의 발명이나 그 결과물'과 관련된 법적분쟁이 발생할 경우 책임소재의 불분명 등 발명자로 인정할 경우 발생하는 위험성에 대해서도 지적했습니다.


재판부가 상당히 고심한 것이 느껴지죠? 이처럼 아직까지 인공지능의 발명은 현행 법령에서 제도적으로 인정받지 못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판례 원문의 내용이 다소 길지만 한 번 함께 살펴볼까요.



라. 출원서의 '발명자'란에 자연인이 아닌 인공지능 등을 기재할 수 있는지 여부에 관한 판단
나아가 앞서 든 증거들, 갑 제3, 8호증, 을 제2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해 보면, 현행 우리 특허법령상 발명자는 '자연인'만이 해당된다고 보일 뿐이고, 따라서 출원서의 발명자로 '인공지능'만을 표시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고 봄이 타당하다. 같은 전제에서 이루어진 이 사건 처분은 적법하고, 이와 다른 원고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1) 특허법 제33조 제1항은 '발명을 한 사람 또는 그 승계인은 이 법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특허를 받을 수 있는 권리를 가진다. 다만, 특허청 직원 및 특허심판원 직원은 상속이나 유증(遺贈)의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 특허를 받을 수 없다.'고 규정하여, 그 문언 그대로 발명자는 발명을 한 '사람', 즉 자연인임을 표시하고 있다. 특허법이 2014. 6. 11. 법률 제12753호로 개정되면서 이 부분 원래 '발명을 한 자(者)'로 규정되어 있었던 것을 '사람'으로 개정하였는바, 이 역시 발명자의 개념이 자연인을 전제로 하는 것임을 보다 명확히 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또한 특허법 제42조 제1항 제4호, 제203조 제1항 제4호는 특허출원서에 발명자의 '성명 및 주소'를 기재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특허법 제42조 제1항 제1호, 제203조 제1항 제1호가 특허출원인의 경우 출원인이 법인일 경우도 예정하여 '성명 및 주소'가 아니라 '그 명칭 및 영업소 소재지'를 기재할 수 있도록 한 점과 비교해 보더라도, 위 조항의 발명자는 '성명'과 '주소'를 가질 수 있는 자연인만을 예정하고 있음이 분명하다.

2)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 AI)이란 인간의 인식, 판단, 추론, 문제 해결, 그 결과로서의 언어나 행동 지령, 학습 기능 등과 같은 인간의 두뇌작용을 컴퓨터를 통해 구현하는 기술로 정의된다. 인공지능은 일반적으로 약한 인공지능(Weak AI), 강한 인 공지능(Strong AI)으로 분류되는데, 특정 분야에 치우치지 않고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인간처럼 스스로 사고하고 결론을 낼 수 있는 단계에 이른 인공지능을 강한 인공지능이라 하고, 특정 분야에 관한 알고리즘과 데이터, 규칙을 반복적으로 학습하여 필요한 추론을 도출해 내는 인공지능을 약한 인공지능이라 한다.

강한 인공지능은 입력된 규칙에 한정되지 않은 능동적·복합적 사고가 가능하고 알고리즘을 설계하며, 기초데이터, 규칙 없이 스스로 데이터를 찾아 학습하고 특정 영역에 국한되지 않고 다수의 영역에서 활용된다고 한다.

반면 약한 인공지능은 논리적 사고, 논리적 행동이 가능하지만 입력된 규칙을 넘어서거나 인간과 같이 능동적·복합적 사고를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한다.

현재까지의 기술 수준에서 인간이 개발하거나 제공한 알고리즘이나 데이터를 벗어나 스스로 결정하고 행동하는 위 강한 인공지능에 해당하는 인공지능이 등장했다고 볼 만한 자료는 없으며, H 역시 강한 인공지능에 해당하는 정도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 즉 원고는 H가 일반적 기본지식만을 기초로 인간의 어떠한 개입 없이 이 사건 발명행위를 독자적으로 하였다고 주장하나, 을 제2호증의 기재에 의하면 피고가 2021. 9. 6. 원고의 해외 대리인으로 알려진 소외 I 박사와 화상면담을 진행하고 같은 달 20.에는 H의 학습방법 및 생성물 등에 대하여 추가로 확인하는 등 H의 기술수준에 관하여 충분히 검토하였는데, H의 학습과정에 인간이 상당한 수준으로 개입하였고, 이 사건 발명 역시 H가 생성한 문장이나 그래프 등을 변리사가 취합하여 특허명세서에 맞게재작성한 사실을 확인하였다.


3) 특허법 제2조 제1호는 '발명이라 함은 자연법칙을 이용한 기술적 사상의 창작으로서 고도한 것을 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기술' 자체가 아닌 '기술적 사상'이란 결국 인간의 사유를 전제로 하는 것이고, '창작' 역시 인간의 정신적 활동을 전제로 하는 것이다.

또한 발명행위는 이른바 사실행위로써, 발명행위를 하게 되면 특허법상 발명자지위가 부여되고 특허권이 발명자에게 원시적으로 귀속되므로(특허법 제33조 제1항, 소위 '발명자주의'), 발명자의 지위는 원칙적으로 권리능력이 전제가 되어야 한다. 그런데 민법에서는 '사람은 생존한 동안 권리와 의무의 주체가 된다.'고 규정하여 원칙적으로 자연인에게만 권리능력이 부여된다는 점을 명시하고 있고(제3조), 다만 제한된 범위 내에서 법인에게도 권리능력을 부여하고 있는데(제34조), 인공지능은 법령상 자연인과 법인 모두에 포섭되지 않으므로[민법상 '본법에서 물건이라 함은 유체물 및 전기 기타 관리할 수 있는 자연력을 말한다.'고 하여 사람과 법인을 제외한 나머지를 포괄적으로 물건으로 보고 있는바(제98조),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가 결합하는 형태의 인공지능 역시 민법상 유체물로서 물건에 해당할 여지가 높아 보인다], 현행 법령상으로 인공지능에게 권리능력을 인정할 수도 없다(원고는 인공지능이 출원서에 '발명자'로 기재되는 것이 권리능력 등과 별개로 허용될 수 있다는 취지로 주장하나, 이는 앞서 본 바와 같은 특허법상 발명자의 개념과 상치되는 것이고, 통일적 법해석에 전혀 부합하지 않는 주장이어서 받아들이기 어렵다).


4) 나아가 원고는 인공지능을 발명자로 표시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이 발명을 장려하고 그 이용을 도모함으로써 기술발전을 촉진하여 산업발전에 이바지하고자 하는 특허법의 목적·취지에 더 부합한다고도 주장한다. 그러나 인공지능이 발명자로 표시될 수 있다 하더라도 그로 인하여 인공지능이나 인공지능의 개발자가 더 적극적으로 발명을 할 유인이 발생한다고 볼만한 합리적 근거는 부족한 반면, 인공지능을 발명자로 인정할 경우 향후 인간 지성의 위축을 초래하여 미래 인간의 혁신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우려, 연구 집약적인 산업 자체가 붕괴될 우려, 발명이나 그 결과물과 관련된 법적 분쟁이 발생할 경우 인공지능의 개발자인 인간이 책임을 회피함으로써 책임 소재가 불분명해질 우려 등이 엄존하고, 소수 거대 기업 등이 강력한 인공지능을 독점하함으로써 특허법이 소수의 권익만을 보호하는 수단으로 전락할 위험성도 있는바, 인공지능을 발명자로 인정하는 것이 우리 사회의 기술 및 산업발전의 도모에 궁극적으로 기여할 것이라고 단정하기도 어렵다.



3. AI 발명의 특수성


3-1. 기존 발명과의 차이점


2023년 노벨 화학상을 수상한 알파폴드의 사례는 AI 발명의 특수성을 잘 보여줍니다. 알파폴드는 수백만 개의 단백질 구조를 몇 주 만에 분석했는데, 이는 인간 과학자들이 수십 년 동안 해결하지 못한 과제였습니다(출처: Nature, Volume 596, 2021).


이처럼 AI 발명은 다음과 같은 특징을 가집니다.

초고속 데이터 처리

인간이 생각하지 못한 패턴 발견

기존 지식의 새로운 조합


3-2. 법적 쟁점들


가. AI 발명에서 가장 큰 문제는 '권리와 책임의 주체'를 정하는 것입니다.


최근 서울고등법원의 판결은 "특허법 제33조 및 제42조의 해석에 비추어 특허법상 발명자가 자연인을 의미하는 것이 분명함은 제1심판결에서 본 바와 같다. 인공지능의 출현 및 발전 정도, 현재까지의 기술 수준, 인공지능에 대한 사회의 인식 등에 비추어 현재의 특허법 규정만으로 인공지능을 발명자에 포함시키는 것은 정당한 법률해석의 한계를 벗어난다. 향후 인공지능의 발명으로 보호받아야 할 대상이 존재한다면 이는 사회적 논의를 거쳐 입법을 통해 보완해 나가야 할 것이다(서울고등법원 2024. 5. 16. 선고 2023누52088 판결)."고 판시하여,


"자연인이 아닌 AI는 법적 권리의 주체가 될 수 없다"는 점을 다시 한 번 확인하면서도, 향후 사회적 논의를 통한 입법으로 제도적 포섭에 대한 가능성을 시사했습니다.


나. 그 이외에 구글의 법률 자문위원 존 파트리지는 최근 한 컨퍼런스에서 "AI 발명을 위한 새로운 특허 체계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는데요. 그는 구체적으로 다음과 같은 제안을 했습니다.

AI 보조 발명 카테고리 신설

보호기간 차별화

공동 발명자 제도 도입


AI가 개발되고 빠른 속도로 발전하게 되면서, 과거 SF영화에서나 볼 수 있었던 '인공지능의 권리 주체성'에 대한 논의가 현실 속에서 뜨거운 논쟁의 대상이 되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4. 마치며


AI 기술의 노벨상 수상이 보여주듯, AI는 이제 단순한 도구가 아닌 '발명의 주체'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아직까지 현행 법령상 제도적으로 인정받지는 못하고 있지만 사회적인 논의가 충분히 성숙해지면 결국에는 법령도 인공지능이 관여된 발명에 대해서도 사회적 변화를 반영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아직은 과도기이므로 '인공지능이 관여된 특허 발명'에 있어 개인이나 기업들은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현행법 체계 내에서 권리를 확보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 바람직하겠네요.


더 궁금하신 점이 있다면 댓글로 남겨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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