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리

by 김지훈

치우지 못할 거고

지우지 못할 거니까

저절로 사라질 때까지

내버려 두라고

네게 얘기했다


그러자 너는 내게

갖지 말아야 할 것도

겉만 번지르르한 것도

쓸데없는 것도

버리라고 얘기한다


사춘기 소년처럼

투정을 부리는 것도 잠시

너의 말이 맞다며

하나씩 하나씩

버리기 시작했다


갖지 말아야 할 미련도

겉만 번지르르하게 포장된 기억도

쓸데없는 후회도

모두 버렸다


텅 비고 공허한 내게

무덤덤한 표정의 너는

자신을 시간이라 말하며

내가 한 건 정리라고 했다


너는 나를 떠나가면서

내가 정리를 할 줄 알아야

또 다른 네가 온다고 말한다

그렇게 나는 너를 정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