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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헤더 Oct 27. 2024

내가 사랑한 파리의 숨겨진 미술관 5

경험 디자인 설계가 녹아진 퐁피두센터

퐁피두 미술관에 도착했다. 저번 퐁피두 도서관 이후로 미술관은 처음이다. 어쩌다 보니 오르세 – 오랑주리 – 퐁피두로 시대 순서대로 돌고 있다. 프랑스 국립 현대 미술관인 만큼 규모도 꽤 있고 코스 안내도 상세하게 되어있다.

퐁피두 센터는 경험 디자인적인 요소가 잘 녹아져 있다. 우선 건물 설계 자체가 브랜딩이다. 자칫 촌스러워 보일 수 있는 정유 공장 외관이지만 철골 구조물을 활용해 로고를 만들거나 캐릭터를 만드는 등 심볼 이미지를 잘 만들어 활용하고 있다.


또한 고층이 없는 파리 시내에서 파리 전역을 볼 수 있도록 4-5층에 전시관을 설치했다. 그래서 전시를 보다가 힘들면 발코니에 나와 파리라는 또 다른 작품 앞에 누워서 쉴 수 있다.


그리고 오디오 가이드 기계가 따로 없고 퐁피두 챗봇이 있다. 이게 젊은이로서 참 흥미로운 것이었는데 (어른들은 좀 불편할 것 같다) QR코드를 찍으면 챗봇이 켜진다. 그 안에 내가 보고 있는 작품을 찍어서 보내면 대화하듯 작품에 대한 설명을 해준다. 팟캐스트처럼 들을 수도 있고, 읽을 수도 있으며, 같이 보면 좋을 그림들을 한번에 추천해준다.


한국어 버전이 없어서 듣다가 약간 시들해졌지만 퐁피두 챗봇과 그림에 대해 주고 받는 인터렉션은 아주 흥미로운 경험이었다.


그 외에도 현대 작품까지 포함해서 그런지 전시의 형태가 아주 다양하다. 그림은 물론이고 공간, 빛을 활용한 전시, 조형물, 영화, 미디어 아트, 3D영상물까지 골고루 있었다. 덕분에 약 5시간을 번역기와 함께 이리저리 쏘다니는 시간이었다.

인상 깊었던 작품 몇 가지를 소개해본다.


1. 우선 파블로 피카소의 작품이다. 피카소 박물관에 다녀온 뒤 이야기를 나누고 그 다음에 보니 또 색달랐다. 그리는 대상을 분해해서 도형과 같이 쪼개 다시 재배치하는 능력. 그러나 그 재배치한 것에서 감정을 전달할 수 있다는 것이 놀라운 점이다.


그의 이야기를 듣고 나서 자꾸 글을 분해한다면 어떤 조각을 낼 수 있을까, 그리고 이를 재배치해서 다른 감정을 전달한다면 어떻게 할 수 있을까 상상하게 된다.


글의 가장 보편적 단위는 무엇일까? 피카소는 개체에서 원이나 삼각형, 직선 곡선 등을 분리해 내어 전혀 다른 그림을 그렸는데 그렇게 글을 쓴다면 어떻게 쓸 수 있을까? 문학과 예술의 사회사를 읽으며 보았던 나비모양의 시가 생각나서 예전에 친구에게 물어봤는데 그 시인이 피카소의 친구라고 했던 기억이 난다. 동시대를 산다는 건, 서로에게 영향을 받는다는 것은 정말 놀라운 일이다.


2. 마르크 샤갈의 그림도 기억에 남는다. 벨라라는 이름을 가진 아내와 사랑에 푹 빠진 그림으로만 봤는데 오늘 설명을 다시 보니 결혼하는 그 장면을 표현하며 물 위를 걷는다는 상징도 담겨 있었다.


성경에도 나오는 물 위를 걷는다는 믿음이 대체 무엇을 의미할까 되뇌이고 있는데 이 장면에서 그걸 발견하니 소름 돋았다. 사랑하는 이에게 믿기지 않을 기적같은 존재라는 칭호를 붙이며 사랑하는 그의 모습이 그려졌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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