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험놀이상담'의 매력

by 남영은

‘모험놀이상담’의 매력


남영은


내가 ‘모험놀이상담’을 처음 접한 것은 2013년에 실시한 권역별 연수에서였다.

‘부천모험상담교육연구회’ 회장인 박 선생님이 진행을 맡았는데, 나는 워크숍이 시작되는 순간부터 이것의 매력에 빠져들고 말았다.

‘모험놀이상담(Adventure Based Counseling)’이란, 놀이 활동을 통해 공동과제를 해결하고 성장을 촉진시키고자 하는 집단상담의 일종이다. 대화를 통해 상담효과를 거두는 일반적인 상담과는 달리, ‘놀이’를 통해 상담효과를 가져오는, 말 그대로 모험적인 놀이 활동인 것이다. 1970년대에 미국에서 학교 교과과정으로 도입되었고 우리나라에는 2000년쯤에 소개되었다.


나는 이것을 본격적으로 배우고자 하는 생각으로, 직무연수를 이수한 후 2014년부터 연구회 회원으로 등록하여 지금까지 활동하고 있다.

회원들의 열정은 대단하다. 국내에 이미 소개된 활동은 물론 영문본 프로그램까지도 일일이 번역하여 실습에 옮기며, 교사와 학생들을 대상으로 적용함으로써 구성원간의 신뢰 증진에 많은 효과를 거두고 있다.

해를 거듭하며 일선 학교에도 모험놀이상담이 점차 알려지게 되었고, 연구회에 강의 요청이 지속적으로 접수되면서 은퇴로 시간에 구애됨이 없는 나는 그 기회를 많이 갖게 되었다.

내가 선호하는 프로그램은 ‘눈치껏 제자리 찾기. 그룹 저글링, 위즈뱅, 물방울 태그, 개미집 찾기’ 등이다. 어른이나 아이나 던지고 받고 뛰고 잡으며 즐긴다.

강의 후 그들은 매우 놀라워한다. 이렇게 재미있고 의미 있는 상담 프로그램이 있었느냐는 것이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서먹했던 관계가 친근해지고 서로 이해하게 되어 즐거운 학교를 만들 수 있을 거라 말한다. 그럴 때면 나는 참 흐뭇해진다. 이렇게 좋은 활동을 알게 된 것도 그렇고 더욱이 나의 강의에 많은 사람들이 함께 즐거워한다는 것이 정말 보람되다.


5년간 강의 활동을 하는 중에 가슴 뭉클했던 일화도 많다.

2016년 여름에, 캄보디아의 중학생들을 대상으로 활동을 진행한 적이 있었다. 이들은 한국 교회의 초청으로 3주간 수학여행을 온, 한국인이 세운 학교의 남녀학생12명이었다.

이 학교는 20대의 젊은 나이에 나와 같은 곳에서 근무했던 박 선생님이, 인천의 한 교회를 통해 캄보디아 씨엠립 지역의 교육선교사로 파송되어 설립하고 운영하는 학교이다.

현지 학생들을 대상으로 시험을 쳐서, 학업 의지가 강하고 실력 있는 학생들을 선발하여 한국어와 한국의 중고교 교과목을 가르치는 소규모의 기숙형 국제중고등학교이다.

한국의 뜻있는 분들의 후원금으로, 학비는 물론 숙박과 교복 구입 등 일체의 운영 경비를 충당하고 있다. 이들은 졸업 후 한국 또는 본국의 대학에 진학한다. 기독 신앙에 기반하여, 조국 캄보디아의 발전을 위해 일하는 인재를 양성하고자 하는 것이 이 학교의 비전이다.


내가 학생들을 만난 곳은 서울의 한 고등학교에서였다. 한국의 교육 현장을 보여주기 위해 이날 학생들을 초대한 것이다. 급식실에서 저녁식사를 마친 후 오후 7시부터 9시까지 모험놀이상담을 실시하기로 계획되어 있었다. 나의 연구회 활동 내력에 대해 알고 있는 박 선생님의 배려로 가능한 일이었다.

나는 두 시간 동안 6개 정도의 프로그램을 실시하였다. 학생들은 학교에서 이미 한국어를 확실히 배웠기 때문에 활동을 진행하는 데에 어떤 어려움도 없었다.


실시했던 활동 중에 ‘내 비밀은’은 많은 것을 생각하도록 한 프로그램이었다.

이 활동은, 자신의 비밀 하나를 적은 종이를 등에 붙이고 도망 다니면서 상대방의 비밀을 알아내어 자신의 또 다른 종이에 적는 활동이다. 그런 후 빙 둘러앉아, 친구들의 비밀에 대해 나눔으로써 상대방을 더욱 잘 이해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여학생인 쏘리야(가명)는 자신의 비밀을 ‘잘 운다.’라고 적었고 이것을 알아내서 적은 한 친구의 요청에 의해, 쏘리야의 그 비밀에 얽힌 사연을 듣게 되었다. 그런데 다른 친구들은 모두 그 비밀에 대해 이미 알고 있다는 듯 고개를 끄덕거리며 경청하는 것이었다.


사연은 이랬다.

이 학교의 교육선교사이자 교장이며 설립자인 박 선생님이 ‘한국어’ 교과를 가르치는데, 어찌나 열심히 가르치며 헌신하는지 수업하시는 모습을 볼 때마다 감동과 안타까움에 눈물이 저절로 흘러내린다는 것이었다. 초등학교 시절의 경험이나 캄보디아 내 다른 학교의 경우를 볼 때 박 선생님 같은 분은 찾아볼 수 없다는 것이었다. 한국이라는 좋은 나라와 가족을 떠나 멀고 덥고 어려운 나라에 와서, 오로지 신앙심과 봉사정신만으로 다른 나라 학생들을 위해 헌신하는 것을 볼 때, 쏘리야 자신은 ‘잘 운다.’라는 비밀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또 박 선생님과 다른 한국 선생님들의 은혜에 보답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해서 조국에 필요한 사람이 되겠다는 결심도 힘주어 덧붙였다.

나와 다른 학생들은 한참이나 박수를 보내며 쏘리야의 생각을 공감하고 응원하였다.

위의 긴 이야기를 차근차근히 말하는 여학생의 한국어 실력은 정말 대단했다.

이 학교는 중학교 교육 연한 4년 중 ‘KLC(Korean Language Course)’ 과정의 일 년 동안은 오로지 ‘한국어’ 교과만 교육하고 있었다. 나는 가르치고 또 가르치고 배우고 또 배워서 익힌 캄보디아 학생들의 한국어 실력에 놀라는 한편, 박 선생님을 비롯한 한국 교사들의 헌신이 얼마나 지대한가를 실감하지 않을 수 없었다. 쏘리야가 울보가 될 수밖에 없는 사실과 친구들조차 그의 비밀을 이미 공유하고 있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환경이 다르고 피가 달라도 사람의 생각과 감정은 통한다.

이것은 ‘진실’이나 ‘사랑’에서 오는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이로 인해 인간은 살아가는 에너지를 얻는다. 그 에너지는 다른 곳으로 퍼져나가 다른 사람들을 더욱 진실하게 그리고 서로 사랑하게 만들어 주는 것이다.

그들은 이러한 사실을 신앙 안에서 배우며 행하고 있었다.


사랑과 진실이라는 심성을 내면으로부터 끌어내어, 공유하고 신뢰하게 하는 것이 바로 ‘모험놀이상담’의 매력인 것이다. 이처럼 무한한 에너지를 가져올 수 있는 이 활동이 많은 개인과 집단에 전파되었으면 좋겠다. 이로써 궁극적인 목적인 ‘구성원간의 심리적 · 정신적 성장’이 촉진되기를 바란다,

앞으로도 모험놀이상담에 대한 나의 애정은 계속될 것이다.



수필집 <우리의 사랑법>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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