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담기록] 강원시네마실: 가을밤

박근영 감독 <정말 먼 곳>

by 고씨네
KakaoTalk_20241013_222314486_07.jpg 강원시네마실: 가을밤 현장사진

박근영
이렇게 야외에서 가을날 상영하는 게 색다른 경험이어서 재미있는 마음으로 왔고요. 같이 시간 내주셔서 색다른 추억을 함께할 수 있어서 반갑습니다.

고승현
확실히 가을날에 굉장히 어울리는 영화인 만큼 관객분들의 생각도 궁금하고 어떻게 보셨는지 느낌도 궁금합니다. 그래서 영화를 보고 궁금하신 지점을 말씀해 주셔도 괜찮고 영화에 대해서 느낀 점을 편하게 말씀해 주셔도 좋으니까 언제든지 손을 들어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우선 감독님께 제가 첫 질문을 먼저 한번 드려보도록 할게요.

감독님께서 처음으로 강원도에서 작업하신 작품이 <정말 먼 곳>이잖아요. 그래서 어떻게 화천에 이르러서 작업을 하시게 됐는지 그런 작업에 대한 시작의 계기, 동기를 한번 좀 여쭤보고 싶습니다.

박근영
영화 만들기 한참 전부터 화천에 머물기도 하고 자주 오기도 하면서 화천에 애정이 생기는 공간들이 생겼었어요.
목장도 그렇고 파로호나 성당이나 애정이 많이 생겼는데, 서울에서 그렇게 물리적으로 멀지 않은 곳에 이렇게 아름다운 곳이 있었다.

내가 그동안 한국에서 살면서 잘 느껴보지 못한 영감을 주는 공간이 있다는 게 아이러니했어요. 그래서 언젠가 여기서 영화를 찍고 싶다는 마음을 품고 있던 중에 영화 주인공인 강길우 배우하고 영화제 참석차 기차를 타고 가면서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가 제가 "화천에 이런 공간들이 있고 여기서 영화를 찍어보고 싶다. 어떤 영화를 찍을 수 있을까?" 이런 얘기를 하게 되었고, 서로 주거니 받거니 하다가 얘기를 나누게 된 아이디어들이 있었어요.
얘기를 나누면서 강길우 배우한테 이런 거 이렇게 하면 어떨까 많이 나눴었거든요. 그게 씨앗이 돼서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글을 써서 여기까지 온 것 같습니다.

고승현
실제로 이 작업 이후에 화천에 사시고 지금은 춘천에 거주하고 계시잖아요?

박근영
서울에 거의 한 20살 때 올라와서 쭉 한 20년 가까이 살다가 영화 속 대사처럼 서울 생활에 좀 지치기도 했어요. 이런 생각에 서울에서 좀 멀어져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할 무렵 이 이야기를 쓴 거였어서 제 바람 같은 게 담겨 있었던 영화인데 그걸 영화로 완성하고 나서 실현을 하게 된 것 같아요. 그래서 화천에 가서 지내보고 지금은 춘천에서 지내고 있습니다.

정말 먼 곳 스틸 (6).jpg <정말 먼 곳> 스틸컷 (제공 : 제닉스 스튜디오)

고승현
우선 이 영화 속에서 도드라지고 인상 깊었던 지점 중에 하나가 밥 먹는 장면들이 굉장히 많이 나오더라고요.
가족에 대한 것이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당연히 밥 먹는 장면 속에서 대화가 많아가지고 그런 것일 수도 있겠지만, 밥 먹는 장면들도 어떻게 보면 집이다 보니 단조로울 수도 있음에도 불구하고 컷들이나 샷들이 과감하고 감독님의 애정이 많이 담겨 있는 듯한 느낌이 굉장히 많이 들었어요.
가령 예를 들어서 밥 먹는 장면이라고 하면 사람들이 굉장히 많이 나오니까 이 사람의 얼굴도 딸 수 있고 저 사람의 얼굴도 딸 수 있고 여러 각도로 보여줄 수도 있기는 하는데 우직하게 원테이크로 들어가시더라고요. 그래서 그런 부분에 대해서도 어떻게 샷을 구성하시게 됐는지 여쭤보고 싶습니다.

박근영
이 영화가 여러 가지 관계들, 여러 가지 주제들이 담겨 있다고 할 수 있을 텐데 기본적으로는 퀴어가 있는 가족 드라마라고 생각을 했어요.
이 가족 구성원이 어떤 혈육 관계는 아니고 다 제각각의 인물들이 모여 있는 유사 가족 형태의 가족 이야기라고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이 혈육이 아닌 사람들이 가족처럼 구성이 되어 있는 느낌을 잘 살려볼 수 있을까를 많이 고민했어요. 그리고 말씀하신 것처럼 식사 장면들이 많기 때문에 똑같은 식사 장면을 이야기의 흐름이나 맥락에 맞춰서 각각 다르게 연출할 수 있을까? 계속 반복되는 장소지만 어떻게 구도를 다르게 해서 다른 분위기를 만들고 그것이 이야기와 어떻게 맞물리게 만들 수 있을까를 좀 고민을 많이 해서 카메라의 위치나 이런 것들을 결정을 하기도 했고요.
그리고 최대한 구성원이 다 갖춰진 형태에서의 그 구도를 쭉 끌고 나가는 것이 가장 자연스럽고 이 가족의 형태를 보여줄 수 있는 거 아닌가라는 생각들을 했었습니다.

KakaoTalk_20241013_222314486_08.jpg 강원시네마실: 가을밤 현장사진

고승현
굉장히 재미있던 게 처음에 밥 먹는 장면 같은 경우에는 이 가족들이 어떤 구성원들이지?라고 하면서 유추하면서 머리를 쓰면서 보다가 주인공의 남자친구인 현민이 오고 나서부터는 카메라가 굉장히 가까워지고 화기애애한 모습들로 보이다가 그다음에 할머니가 된장찌개를 끓이는 장면에서 카메라가 굉장히 가까워져서 이 구성원들이 진짜 피는 섞이지는 않았지만 어떠한 완전체 같은 그런 가족의 모습이 보인다는 느낌이 굉장히 인상이 깊었어요. 이런 카메라의 위치들도 감독님께서 섬세하게 신경을 썼던 지점이 아닐까 싶어 가지고 질문을 한번 드려봤었습니다.
혹시 궁금하신 지점이나 이야기 나누고 싶으신 분이 계시다고 하면은 손을 들어주세요

관객 1
같은 장면마다 기존의 배치가 비슷한 배우가 있고 추가되는 배우가 있고 이런 변화가 많았던 게 구성원이 계속 바뀌어간다라는 느낌을 줬던 것 같아 저는 재밌게 봤거든요. 근데 사실은 퀴어에 대한 주제가 선정하는 게 쉽지는 않았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리고 이렇게 오픈해서 상영하고 하는 데 있어서도 관객수에 영향을 줄 수도 있는 부분인데 혹시 좀 특별하게 퀴어를 선택하신 부분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박근영
제가 화천에 있으면서 느낀 어떤 아이러니라고 생각했던 지점이 물리적인 거리감과 심리적인 거리감의 괴리 같은 것들이었어요. 그래서 처음에는 화천이라는 공간으로부터 영감을 받아서 시작하면서 우리 삶 속에 존재하는 이 수많은 거리감이라는 것에 대해서 다뤄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강길우 배우를 두고서 거리감에 대한 영화를 만들겠다고 했을 때 이 퀴어와 이 사회와의 거리감을 먼저 떠올렸어요. 그래서 여기서부터 영화를 한번 시작해 보자!라는 생각을 했고 그러면서 이 거리감이라는 화두를 조금씩 조금씩 한번 확장을 시켜보자, 그 안에 퀴어와 사회와의 거리가 있고 그 안에 구성원들 간의 관계에서 거리감이 있고 이런 식으로 조금조금씩 확장을 시켜보자라는 생각을 하면서 퀴어의 이야기를 시작을 했던 것 같습니다.

고승현
소재적인 측면에 있어서도 굉장히 인상 깊었던 게 감독님께서 제일 잘하시는 장르가 드라마이자 로맨스이잖아요. 그래서 어떻게 보면 그런 거리감이 확 가깝게 느껴졌다가 한순간에 비틀어지는 그러한 상황이나 사건으로 인해서 굉장히 같은 공간이지만 멀게 느껴지는, 한 사람이지만 어떠한 사건이나 순간에 따라서 달라지는 그런 거리감을 잘 포착해 내기 위한 소재로 잘 녹여내시지 않았나 이렇게 생각을 덧붙여서 말씀드립니다.


정말 먼 곳 스틸 (7).jpg <정말 먼 곳> 스틸컷 (제공 : 제닉스 스튜디오)

관객 2
영화 너무 잘 봤고 저는 목장에 사는 어른들이 설이를 대하는 모습들을 보면서 엄마나 아빠 삼촌. 이런 구분 없이 다 엄마 같은 모습으로 보였기 때문에 한계 없이 퀴어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제가 궁금했던 거는 극 중에 나오는 시가 감독님이 쓰신 신지 여쭤보고 싶었습니다.


박근영
이 시는 박은지 시인의 2018년도 등단작이에요. 제가 국문과를 나왔는데 제 대학교 동기거든요.
제가 이 이야기를 시나리오를 쓰고 있을 때 이 친구의 시가 생각이 났고 그래서 친구에게 연락을 한 거죠.
내가 이런 영화를 지금 쓰고 있는데 너의 그 시를 영화 안에 좀 녹여내고 싶다. 네가 이 시를 어떤 마음으로 썼는지는 나는 다 알지 못하지만 내가 이 시를 보면서 느낀 감상과 영감으로 이 영화를 만들고 싶다고 얘기를 했고 흥미로워했어요. 이 시를 다르게 해석하면서 어떻게 시가 영화 안에서 확장이 될 수 있는지에 대해서 흥미로워했고 그렇게 해서 이 시가 영화 안에 들어오게 된 거였습니다.

고승현
조금 제가 덧붙여서 좀 질문을 드리고 싶은 게 감독님께서 박은지 시인의 시를 보고서는 영화에 녹여내었다고 말씀을 해주셨고, 그 분명히 느낀 지점이 있으셨다고 말씀을 해주셨잖아요. 그 부분이 영화에서 드러나는 시의 지점과 비슷한 맥락에 나와 있는지 그게 좀 궁금하거든요. 그래서 영화 속에서 시가 사용된 시점 같은 경우에는 할머니의 장례식장에서 엄청난 사건들이 있고 나서부터 현민이 시를 읊으면서 시작이 되잖아요. 그래서 제가 영화 속에서 느꼈던 시가 나오는 포인트와 감독님이 실제로 녹이셨던 의도가 혹시 얼마큼 닿아 있을지 그게 좀 궁금해지고 질문을 드립니다.

정말 먼 곳 스틸 (9).jpg <정말 먼 곳> 스틸 (제공 : 제닉스 스튜디오)

박근영
이 시의 전문을 어느 타이밍에 어떻게 등장을 시킬 수 있을까를 고민을 많이 했었어요. 그랬을 때 이 시가 등장하는 부분이 이 영화의 가장 큰 터닝 포인트 같은 게 될 수 있을 것 같은데 사실 이 시를 이 영화 속에 현민의 어떤 마음에 대입을 하게 된다면 이 모든 일들이 다 벌어진 후의 시점에서의 생각들 같은 시거든요. 그래서 지금 영화에 등장한 타이밍보다 조금 더 시간이 지난 후에 마음들이라고 볼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은 했었거든요.
근데 이 시가 이 영화를 만드는 데 있어서 중요한 만큼 가장 큰 터닝 포인트에 이 시가 등장을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고, 중요한 분기점이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을 했기 때문에 그 시가 등장하는 타이밍과 시가 등장할 때 보이는 장면들을 지금까지 영화가 쭉 끌어오던 어떤 스타일과 조금 다르게 약간 몽타주 장면 활용한다든가 어떤 장면의 흐름이나 느낌이 조금 다르게 변주를 주는 포인트를 만들어놓고 싶었다는 생각을 하면서 넣었던 것 같습니다.

관객 3
영화 정말 인상 깊게 잘 봤습니다. 저는 그 결말에 대해서 질문을 드리고 싶은데요. 이게 설이가 서울로 돌아가려는데 설이를 잠깐 불러 세우고 한밤중에 유사 가족이지만 그 가족들이 둘러 모여서 새끼 양이 태어나는 거를 지켜보는 장면이잖아요. 그때 진우의 얼굴 표정을 클로즈해서 잡아주시고 그다음에 이 새끼 양이 태어나는 것을 이렇게 직접 영화에서 볼 수가 있었는데 이 장면이 굉장히 감명 깊게 나오면서도 이 감상에 대한 거를 머릿속에서 정리를 하려는데 이게 어떻게 언어적으로 잘 표현이 되지가 않더라고요.
어떻게 해서 이렇게 이런 결말을 묘사하시게 됐는지 여쭤보고 싶었습니다.


박근영
이 영화의 전체적인 구성을 만드는데에서 드는 생각 같은 것도 있었고, 그리고 거리감에 대한 여러 가지 생각들을 담는 거에 있어서 이 모든 거리감들이 여러 가지 심리적인, 물리적인, 사회적인, 이 수많은 거리감들이 다 삶과 죽음 속에, 삶과 죽음 사이 거리감 사이에 있는 것들 아닌가 생각도 하고 그런 구조적인 생각도 많이 했었어요. 감정적으로 많이 생각을 했던 거는 이렇게 마음이 너무 힘들 때 무엇이 나를 살게 할까 무엇이 계속 삶을 지속되게 할까 라는 생각을 했었어요.
근데 그게 때로는 나와 상관없는 어떤 작은 것에서 내가 계속 살아갈 수 있는 마음 같은 거를 확인하는 거 아닌가라는 생각을 했었거든요.

그거를 제가 사실 제가 고양이를 십몇 년째 키우는데 제가 너무 힘들 때 고양이를 보면서 그런 생각을 할 때가 있었거든요. 막 그런 거 있잖아요. "너 때문에 산다." 그런 느낌처럼 내가 지금 이렇게 힘든데 무엇이 나를 살게 할까? 이런 게 진짜 다시 마음을 이렇게 일으키는 것이 별거 아닌 거에서 올 수도 있지 않을까? 약간 이런 생각들도 하고 여러 가지 그런 생각들을 하면서 좀 결말을 엔딩 장면을 만들었던 것 같습니다.


관객 4
네 정말 영화 정말 잘 봤고요. 궁금한 거라면은 배우님들이 연기를 하면서 양하고 같이 있는 장면들이 좀 있더라고요. 그래서 배우들과 동물들과의 교감을 어떻게 쌓으셨는지 좀 그런 과정이 좀 궁금했습니다.

정말 먼 곳 스틸 (2).jpg <정말 먼 곳> 스틸 (제공 : 제닉스 스튜디오)

박근영
사실 이게 가장 중요한 게 양인데. 사실 양은 교감할 수 없어요. 영화 속에서도 얘기하지만 순해 보이지만 정말 야생 동물이거든요. 성격들이 다 다른데 교감을 한다기보다 '우리가 양에 대해서 알아간다.', '양이 우리 마음을 알아주는 걸 바랄 수 없고, 우리가 알아간다.', 한 마리 한 마리의 성격들을 알아가고 성향을 알아가고 어떻게 해야 우리한테 조금 더 다가오고 약간 이런 거를 배우면서 촬영을 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영화의 첫 장면이 첫 촬영이었는데 그때는 다 서툴렀어요. 영화가 두 달 정도 기간 동안 찍은 건데 모든 연출 제작부 스태프들이 점점 이렇게 양치기가 되어가는 과정이었던 것 같습니다.

고승현
사실 양이라는 동물이 직관적이라고 느꼈던 게 설이가 건초더미를 주는데 그 와중에 상희배우님, 은영이가 사료통을 들고 있었잖아요. 근데 사료 소리를 듣고 굉장히 반응을 잘하더라고요. 생각보다 양은 직관적인 동물이구나 이런 걸 많이 느꼈어가지고 그 장면이 기억에 남았습니다.

박근영
저희한테는 약간 좀 치트키 같은 거였어요. 이게 여물이 있고 사료가 있는데 사료는 약간 마치 마약처럼 반응을 하는 거예요. 거의 막 눈빛이 달라지면서 달려들거든요. 여물 같은 거는 이렇게 조금 자연스럽게 다가오고. 그래서 말씀하신 장면을 찍을 때는 설이는 여물을 들고 있고 은영이는 사료를 들고 있거든요. 은영이가 그걸 내려놓는 순간 분명히 달려들 걸 우리는 알고 있었거든요. 그래서 그렇게 약간 배치를 해서 연출을 했던 것 같습니다.

고승현
너무 시네필스러운 질문만 드린 것 같기는 하는데 제가 가벼운 질문 한번 드리도록 할게요.
라이징 스타 홍경 배우님과 함께 작업을 하셨잖아요.
어떻게 캐스팅을 하시게 됐고, 캐릭터 구성에 있어서도 많이 고민이 되셨을 것 같아요. 그래서 어떤 방식으로 배우님과 작업하셨는지 그것도 한번 좀 말씀해 주시면 어떨까요?

박근영
현민 역을 가장 늦게 캐스팅을 하게 됐거든요. 다른 이유는 아니고 제가 원하는 느낌의 배우를 찾는 게 어려웠어요. 선이 가늘면서 성숙함을 갖고 있으면서 진우와 대비되는 이미지를 갖고 있고 여러 가지 구체화했던 어떤 캐릭터가 있었는데 그거에 딱 맞는 배우를 계속 못 찾고 있었거든요.
그래서 정말 여기저기 정보도 얻으려고 애를 쓰고 저도 막 찾으러 다녔고요. 시간을 오랫동안 보냈는데 그러던 와중에 서울독립영화제에서 하는 배우 독백 페스티벌 영상을 보다가 한 배우를 본 거죠.
거기에 딱 제가 원하는 느낌의 배우가 딱 있는 거예요. '이 사람이다.' 하는 느낌을 좀 받았어서 서울독립영화제에 연락을 해서 만나보고 싶다, 그렇게 해서 아주 오랜 시간 끝에 만나게 된 배우였고, 실제로 만나서 대화를 나누는데 더 제가 생각한 '현민'에 가까운 사람이구나라는 걸 느꼈어요. 너무 반가운 만남이었어요. 그리고 캐릭터를 준비를 하면서는 제가 같이 국문과에 나온 시인 중에 박준 시인이라고 있는데, 그 시인을 모델처럼 소개를 해줬어요.
시인에 대한 선입견이 있을 수도 있는데 생각보다 선입견과는 멀 수 있다 하면서 이 '박준'이라는 사람이 있는데, 이 시인이 방송에 나온 모습 말고, 어떤 일상생활처럼 사람들하고 뭔가 대화를 할 때 이 사람이 하는 말투나 워딩들을 한번 눈여겨봤으면 좋겠다. 나는 현민의 결이 거기에 좀 닮아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얘기를 했었거든요. 그러면서 좀 캐릭터를 잡아갔던 것 같습니다.

고승현
확실히 감독님과의 깊은 이야기를 통해서 현민이라는 캐릭터가 독보적인 느낌이 상당히 많이 들었습니다. 어떤 영화에서도 볼 수 없는 섬세한 캐릭터이고 애정이 있는 캐릭터라고 굉장히 많이 느껴서 흥미로웠습니다.

확실히 이 영화를 만들다 보면 애정하는 장소를 가지고 애정하는 장면들을 굉장히 많이 만들어내잖아요?
물론 영화가 당연히 내 자식 같고 내 새끼이긴 하겠지만 가장 좋아하시는 장면은 어떤 장면일까요?

박근영
사실 제가 스태프들 배우들하고 한 장면 한 장면 만들어내는데 정말 모두의 심혈을 기울였던 경험이었거든요.
그래서 뽑는 게 조금 어렵긴 한데 영화 속에 제가 직접 카메라를 잡고 촬영한 장면이 한 두 장면 정도 있어요.
그중에 하난데 사실 배우들이 안 나오는 장면이라 배우들한테 좀 미안하지만 마지막 엔딩에 눈이 내리기 시작하는 장면이 있거든요. 이게 강길우 배우와 둘이서 목장에 따로 좀 이렇게 촬영을 하려고 갔다가 그때가 4월이었는데 갑자기 저 멀리 눈구름이 오고 있는 게 눈에 보이는 거예요. 그래서 본능적으로 저거는 찍어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근데 정말로 눈구름이 몰려와서는 서서히 눈이 내리기 시작하더라고요. 너무 경이로운 순간이었습니다. 그래서 이 장면은 영화 속의 넣을 수밖에 없겠다는 생각을 했었고, 그래서 오히려 영화를 찍기 전에 먼저 찍게 됐던 장면이고, 그 장면을 목도했던 그 순간이 저한테는 잊히지 않아 애정을 많이 하는 것 같습니다.


고승현
확실히 CG로도 구현하기 어려운 샷이라고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자연을 사랑하는 감독님이 애정을 담았기 때문에 만들어낸, 담을 수 있었던 그 순간이 아니었나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시간 관계상 마지막 질문 한번 좀 드려보도록 할게요.
오랜만에 관객분들을 만나셨는데 혹시 어떤 작업을 준비하고 계시고 그리고 오늘 함께한 관객분들에게 마지막 인사 한마디 같이 해 주시면 어떨까 싶습니다.

박근영
사실 영화를 언제 찍게 되는지 사실 늘 정확히 알 수가 없으니까 다음 작업에 대해서 얘기를 하는 게 항상 좀 조심스러운데, 오늘은 여기 원주에 와서 말씀드려요. 제가 영화를 하나 준비하고 있는데, 그걸 원주에서 찍으려고 준비하고 있어서 사실 이런 자리에서 얘기하고 싶지 않은데 오늘은 원주에 와서 원주에서 영화를 찍으려고 한다. 말씀드립니다.

고승현
많이 왔다 갔다 하셨잖아요

박근영
준비를 하고 있고 영화 나오면 많이 아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고승현
그럼 이것으로 박근영 감독님과의 함께하는 시간은 이것으로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함께해 주신 관객 여러분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정말 먼 곳 스틸 (5).jpg <정말 먼 곳> 스틸 (제공 : 제닉스 스튜디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