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담기록] 강원시네마실: 짧지만 깊은 이야기 1

김현정 감독 <유령극>

by 고씨네

우선 영화 속 할아버지는 영화를 잘 이해하지 못하고 본다는 설정을 했습니다. 영화라는 건 원초적으로 동영상, 즉 움직이는 대상을 담아내는 거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할아버지는 장르물로 의식하고 본다기보다는 움직이는 그 자체에 포커스를 두고, 그걸 늘 반복해서 보는 캐릭터로 설정했습니다.

다만 할아버지와 이나가 반복해서 보는 영화가 하필 장르물인 이유는, 두 인물 간에 간극이 중요했기 때문입니다. 보통 반복적으로 만들어진 구조나 공식적인 이야기 틀로부터 만들어진 영화를 장르로 해석하는데, 할아버지 입장에서는 앞서 언급했듯 화면 속에 움직이는 대상을 관찰한다. 이것에 훨씬 더 의미를 두고 있고, 반대로 (장르적으로) 영화를 속속들이 이해하고 안내하는 것은 이나의 역할이라고 저는 생각했습니다


유령극_스틸컷(main).png <유령극> 스틸컷 (제공 : 김현정 감독)

고승현
네 확실히 이 영화가 액자식 구성으로 되어 있잖아요.
영화 속에 영화가 들어가고 그다음에 실제로 이제 주인공들이 겪게 되는 그런 상관관계도 굉장히 궁금해지는 작품이라서 오늘 그런 것도 편하게 한번 얘기를 해볼 수 있는 시간이 되면 어떨까 싶습니다.

관객 1
개인적으로 이 영화가 되게 뜻깊은 영화입니다.

저는 작년 아카데미 극장에 관련된 이슈가 있을 시기에 감독님의 수상소감이 기억에 남거든요.
힘을 많이 얻었었는데 극장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앞으로 대구라든지 다른 지역에 혹시나 이런 극장처럼 뭔가 사라질 만한 요소들이 있다면 그런 것도 다음 작품에 연결하실 생각이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고승현
제가 첨언해 가지고 말씀을 드리도록 할게요. 이 작품이 올해 전주국제영화제에서 감독상을 수상 한 작품이거든요. 감독님께서 말씀하신 수상 소감이 굉장히 힘이 됐고 또 극장을 잃어버린 사람들에게는 굉장히 지지가 되었어요. 사라지는 것을 가만히 둘 수 없고 계속 끊임없이 기록을 하고자 하는 그런 감독님의 마음이 지역 사람들에게 굉장히 큰 울림이었다.라고 첨언을 하면서 관객분 질문에 답변을 해 주시면 어떨까 싶습니다.

KakaoTalk_20241025_233133255_21.jpg 강원시네마실: 짧지만 깊은 이야기 <유령극> 프로그램

김현정
저는 사실 주변에 별로 관심이 없어요. 사회적 이슈에 기민하게 움직이는 사람은 아니고 어떻게 보면 제 내면에 있는 것을 끄집어내는 작업에 좀 더 익숙하고 선호하는데, 그런 측면에서 아카데미극장을 배경으로 한 <유령극>은 저한테도 좀 특별해요.

그 공간을 둘러싼 주변 사람들이 저한테는 신기하기도 했고, 내 위치에서 할 수 있는 것으로 도와주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영화작업을 점점 더 하면서 사회를 배워나갔던 사람이었어서 예전보다는 관심사를 열어놓고 보려고 합니다. 하지만 그래도 이슈가 터졌다고 바로 움직일 것 같지는 않고 관찰하고 제가 무언가 할 수 있는 선에서 해 볼 만한 게 있다면 아마 작업을 할 것 같긴 해요.
그런 측면에서 저한테도 되게 고마운 작업이긴 합니다.
제 얘기가 아니라 타인 그리고 이제 다른 지역의 어떤 것들을 기반으로 해보고 또 영화를 많이 상영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기 때문에 그런 측면에서 사실은 고맙고, 또 발판이 돼서 앞으로의 작업에서 조금씩은 변화를 줄 것 같긴 해요.

고승현
감독상 받을 때 기분이 어떠셨나요?


김현정
저는 이제 전주 상영을 마치고 대구로 돌아와서 밥을 먹고 있는데 연락이 왔어요.

다시 전주를 가는 길 내내 계속 수상소감에 대한 고민을 했거든요.
이게 저 혼자만의 작품이 아니라 관계된 사람들이 너무 많은 작업이어서 소감에 대한 고민이 좀 길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결국엔 긴장을 하는 바람에 약간 컨닝을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특히나 이제 전주국제영화제는 사실 영화인이라면 누구나 가고 싶어 하는 영화제인데 저는 사실 <유령극>으로 처음 가봤거든요. 거기다 수상까지 하게 됐으니까 되게 기뻤죠.

관객 2
작년에 감독님 영화 <흐르다>를 봤었거든요. 그때 무척 인상 깊게 봤는데 그래서 오늘 감독님 영화를 보려고 서울에서 내려왔어요. 찾아봤더니 볼 수가 없는 거예요. 서울에선 벌써 다 끝나가고 근데 강릉에서 정동진에서 내일인가 하더라고요. 강릉까지 갈 수는 없고 여기 오는 게 훨씬 빠르니까 일부러 내려왔는데 아까 사회자분도 얘기했지만 <흐르다> 하고는 오늘 <유령극> 하고 성격의 결이 많이 다른 실험극인 것 같아요. 그래서 한두 번 더 봐야지 관객 입장에서는 한 번 보고 이렇게 섣불리 얘기하기는 좀 힘들긴 한데, 그냥 제 느낌은 영화에 대한 영화, 메타 영화 같은 느낌도 들고요.
특히 아카데미극장 같은 시간과 기억이 많이 농축된 장소가 아니었으면 좀 발산하기 힘든 영화가 아니었을까 그런 생각도 조금 들었거든요. 그리고 영화 속 영화 ‘필연과 우연’이 앞에 상영했던 거하고 뒤에 상영했던 게 미묘하게 달라진 점이 있는데 영화 속에서 할아버지가 중간에 편집을 하잖아요.
그 편집을 통해서 영화가 달라진 것 같아요.

제 느낌대로 말씀을 드리자면 영화라는 매체가 그 자체가 <유령극> 같다는 생각도 들거든요. 사람은 할 수 없는 기억을 의도적으로 왜곡시킬 수도 있고, 또 착오에 의해서 재편집되는 그러한 것을 마치 마술처럼 부를 수 있는 게 영화라는 매체라는 점에서 <유령극>이라는 제목하고 이렇게 잘 어울리지 않나 그런 생각을 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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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정
처음부터 끝까지 생각해 왔던 고민이었고, 실제 영화에 담으려 했던 것들을 너무 잘 말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고승현
사실 저도 이 영화에 참여를 했었고 시나리오 단계부터 봤었는데 보면 볼수록 색다르다는 느낌을 굉장히 많이 받아요.
왜냐하면 영화라는 매체 자체가 시간의 예술이고 감정을 다루는 예술이기 때문에 내가 어떠한 감정을 가지고 내가 어떠한 것을 주안점으로 보느냐에 따라서 이 영화가 매번 달라지는 것이 어떻게 보면 이 영화의 매력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래서 질문을 좀 드리고 싶었던 부분은 ‘필연과 우연’이라고 하는 제목을 설정하신 것도 그렇고 확실히 이 자막을 넣는 것 자체가 관객에게 이 제목을 각인시키겠다 때려 박겠다는 이제 감독의 의도로 느껴졌어요.

그 제목을 짓게 되신 이유도 좀 궁금합니다.

김현정
전체적으로 영화란 무엇인가 이런 질문에 대해서 개인적으로 답을 제시해 보는 작업이었습니다. 저는 이전까지 개연성에 되게 집착하던 감독이었거든요. 그래서 극을 전개할 때 인과관계가 되게 뚜렷해야 했기 때문에, 고민을 많이 했는데 나중에는 그게 진짜 영화의 어떤 중요한 요소가 정말 맞을까 그런 의문이 스스로 들더라고요. 그래서 그런 걸 좀 놓아보고 싶긴 했었어요. 영화에서 제목이 ‘필연과 우연’이라고 하셨는데. 이런 단어의 나열에서 무게가 있는 단어를 뒤쪽에 배치시키잖아요. 그래서 이 영화에서는 이제 우연성에 대한 것을 좀 강조를 하고 싶었어요.
영화 속의 만남이 어떻게 보면 가벼울 수도 있고 이 소년과 군인의 만남이 그냥 지나칠 수 있지만 사실은 각자가 생각하기 나름에 따라 깊은 우정이나 그 이상의 관계로 갈 수 있듯이 영화라는 것도 받아들인 사람이 어떤 입장에 따라 되게 다른 의미로 온다고 생각했습니다. 결국 영화라는 건 각자 경험하는 거에서 오는 것들이잖아요.
그냥 정해진 서사가 아니라 영화를 같이 보는 사람이라던가 어떤 공간이라든가 혹은 영화 그 자체의 어떤 나의 느낌을 투영할 수도 있고요. 굉장히 매번 다르게 해석되고, 우연적으로 나에게 오는 거라서 그런 것들이 되게 중요한 지점이 아닐까 라는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이제 어떤 감독이나 작가가 제시하는 그런 정답 같은 게 아니라 그거를 받아들인 어떤 각자의 느낌, 상황 이런 것들로 전혀 다른 영화가 나에게 오는 것들에 대해 강조를 하고 싶었습니다.

영화 속 영화도 그런 주제 의식으로 상상을 했고 영화 밖의 액자식 구조의 할아버지 손자가 재편집하는 영화의 서사, 상황 그런 것들을 전달해 보려고 했습니다.

관객 3
저도 제 느낌대로 받아들이고 싶긴 한데 그래도 감독님의 의도가 궁금한 것들이 있어서요. 영화 속 영화를 외화로 설정하신 이유랑 그리고 로케이션이 산이었잖아요. 그래서 길을 잃기 쉬운 산이라는 로케이션과 그리고 할아버지를 글을 못 읽는 캐릭터로 설정하신 것 그리고 관람료가 1천 원이라는 것 그것은 어떤 의도셨는지 궁금합니다.


김현정
영화를 경험하는 배경을 뒤섞고 싶었거든요. 이게 과거인지 현재인지 좀 모호하게 설정하고 싶었고 그래서 실제로는 영화가 과거를 가리키고 있긴 해요. 특히 과거에 우리가 경험했던 영화의 설렘, 경외심이 있는 시대적 배경을 하고 싶었습니다.

사실 <유령극>을 설정하고 나서 서사는 되게 많이 바뀌었었거든요. 아예 소년만 나오는 버전도 있었고, 여러 가지 버전이 있었는데 어느 날 이전에 같이 작업했던 서인수 배우님에게 오랜만에 연락이 왔었고, 배우님의 실제 경험에 대해서도 많이 듣게 되었어요. 영화를 굉장히 사랑하셨을 때에 대한 이야기였어요. 그런 것들이 조금 같이 겹쳐지면서 설정들이 조금 더 구체적으로 세팅하게 되었습니다.
제 입장에서는 관객에게 영화를 선물하는 느낌이고 영화 안에서는 이제 손자가 영화를 잘 이해하지 못한 할아버지에게 그게 정답이 아닐지언정 할아버지를 위해 좀 재해석해서 선물처럼 전해주고 싶다. 이런 서사를 넣어야겠다고 생각해서 그런 것들을 디테일하게 잡아갔습니다

고승현

그래서 이나가 할아버지한테 다르게 번역을 하잖아요.

김현정
한글 해석은 전혀 다른 얘기죠. 동네 아주머니께서 되게 적대시하잖아요. 그게 이나 입장에서는 할아버지한테 상처 혹은 충격처럼 다가올까 봐 자기만의 해석으로 다시 영화를 읽어준다던가.이나 입장에서는 최초의 영화 재구성의 경험이었던 것 같고, 바깥에서는 편집이 다시 되어서 제시하는 레이어가 있죠.
크게는 3개 정도의 레이어가 있다고 생각하고 작업을 했습니다.

고승현
질문 주신 것 중에 로케이션이 산에 대한 이야기와 관람료가 1천 원 인지도 말해주시겠어요?

김현정
관람료는 과거의 영화 관람 경험을 토대로 해서 설정을 한 거고 산은 조금 사실 단순한 이유예요.
한국에서는 외국 배경을 찍을 수 없으니까 조금 이질적인 느낌을 가장 잘 구현해 줄 수 있는, 그리고 제가 생각한 영화 속 영화는 각자가 서로 헤매다가 만나는 설정을 하려니까 산밖에 떠오르지 않았었거든요.
영화 속 영화의 모티브는 정확히 말하면 <노인과 바다> 긴 했었어요.
이나와 할아버지의 관계를 이을 수 있는 과거 영화가 뭐가 있을까 생각했을 때. 노인과 바다는 할아버지와 가깝게 지내는 꼬마아이가 등장하잖아요. 이렇게 핏줄도 하나 안 섞였지만 끈끈한 어떤 관계였으면 좋겠다고 생각을 해서 그걸 모티브로 삼아 한국에서 할 수 있는 설정을 하다 보니 산으로 설정하고 진행했습니다.

고승현
영화를 보면서 길을 잃으셨던 분들이 지금 이 시간을 통해서 길을 찾고 재구성을 해나가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관객 4
아카데미극장에 대한 소식을 들으시고 이 영화를 만드시게 된 거잖아요.
그런데 왜 이런 형식을 택하셨는지 궁금해요. 어쩌면 보는 사람들한테 좀 불친절한 방식이라고 생각을 하는데, 아카데미극장에 대한 이야기를 더 확실하게 알리려면 더 친절한 방식도 있었을 것 같아서요.

김현정
정확히는 제가 영화를 만들던 때는 아카데미극장이 철거가 확정되지는 않았던 때였었고요.
그럴 수도 있겠다는 말이 무성한 시기였는데, 당연히 제 입장에서는 안 된다 지켜야 된다 이런 말을 하고 싶었거든요.
하지만 그대로 전하기에는 이제 누군가의 귀에 안 들어올 것 같은 거죠.
오히려 그게 잔소리 같다고 느껴져서 이 공간에서 궁금해지는 작업을 하고 싶었던 것 같아요.
영화가 뭐지라는 질문을 던지는 영화인데 그걸 마침 그 영화의 배경인 아카데미극장이 녹여져 나오는 방식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무래도 공간이 워낙 소중한 공간이다 보니 말씀해 주신 고민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사적으로 실험적인 작업을 해보고 싶다는 마음도 있지만, 이 공간에 대해서 어떻게 좀 잘 전달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 끝에 이런 방식이 최선이라고 저는 생각했던 것 같아요.

고승현
정확한 타임라인에 대해서 첨언을 드리면 이 <유령극>을 찍었을 당시에 철거 확정은 아니었어요.
보존에 대한 상상과 그다음에 시민들이 이 공간을 통해서 무엇을 더 할 수 있을까, 어떻게 보면 이 <유령극>을 시작으로 더 많은 영화를 찍을 수도 있겠다고 상상을 하던 시기였어요. <유령극>이 아카데미 극장에서 찍게 된 마지막 영화가 될 줄은 아무도 몰랐었기 때문에 그런 부분에 대해서 조금 첨언을 드리도록 합니다.
그러면 이어서 제가 질문드리도록 할게요.
배우님들을 상당히 많이 만나보시고 작업을 하시면서 디렉팅에 대한 디테일을 가까이서 많이 봤었기 때문에, 감독님께서 생각하시는 작업하기 편한 배우라든지 좋았던 배우라든지 아니면 <유령극> 속에서 인상 깊었던 배우와의 교감 지점이 있었는지 여쭤보고 싶습니다.

김현정
좋은 연기라는 게 정말 상대적인 거더라고요. 독립영화 진영에서는 연기하지 않은 연기를 조금 선호하는 편인 것 같아요.
경향은 달라지긴 했지만, 우리가 일상에 말을 하듯이 힘을 주고 하는 연기 방식이 아니라 독립영화에서는 정말 일상에서 저희가 이렇게 막 수다 떨듯이 하는 방식의 연기들을 선호하고 저도 그런 것들을 좋아했던 것 같아요.
그러한 자연스러운 방식으로 하다가 점점 제가 추구하는 방식이 되게 미니멀해지더라고요.
뭔가를 덜 했으면 좋겠는? 사실은 가까이서 보셨겠지만 서인수 배우님한테도 뭘 하지 말아 달라 그런 오히려 요구들을 많이 했어요.
그게 배우님은 조금 서운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사실 준비도 많이 해오시고 고민도 많이 하셨는데 제가 느끼기에는 영화가 진실에 어떻게 하면 가까워질 수 있을까 그런 고민들을 했을 때, 만들어진 방식보다는 그냥 그 사람 그대로를 전해주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근데 그런 디렉팅이 어렵거든요.
의외로 그렇게 부탁을 해도 잘 되지 않는 경우들이 굉장히 많아요. 그래서 늘 힘을 빼달라부터 조금 덜어달라부터 조금 자연스럽게 해 달라 이런 말들을 늘 반복하고 있는 것 같고 최초의 영화부터 지금까지 생각해 보면 계속 그거를 빼달라는 방식으로 작업을 했던 것 같아요.

고승현
무엇을 하지 않는, 덜어내는. 일상처럼 생활하는 연기를 추구하시는 거네요?

김현정
그것도 사실 생각이 또 바뀌고 있어요.

고승현
어떤 계기로 바뀌게 되시기 시작했어요?

김현정

갑자기 불현듯 가짜처럼 느껴질 때가 있는 거죠. 그 자연스러움을 만든다는 게 어차피 영화는 원래 우리가 서로 극성을 약속하고 보는 건데 굳이 내가 이렇게 배우한테 맞다고 생각하고 있는 연기들을 자꾸 빼달라고 하는 건 맞을까? 반대로 그런 생각이 들어서 아마 앞으론 조금 더 그런 시도들을 또 다르게 해 볼 것 같아요.
오히려 극성이 조금 더 가미된, 근데 <유령극>까지는 그런 것들을 계속 배제시켜 달라는 요청들을 굉장히 많이 했었고, 앞으로는 결국에는 내가 하는 작업에 따라서 조금씩 바뀌는 것 같습니다.

고승현
그런 지점이 어떻게 보면 이제 감독으로 된 입장으로 여러 가지 영화를 작업하면서 실험을 해보는 거네요.

또 혹시 궁금하시거나 이야기하고 싶으신 점이 있으시면 편하게 질문해 주세요.

관객 5
영화에 인상 깊었던 장면들도 많았고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장면들도 많았다고 생각을 하는데 그렇다면 감독님이 생각하시는 베스트 장면이나 좀 중요한 장면은 어떤 장면인지 궁금해서 여쭤봅니다.

김현정
의외이실 수도 있는데요. 영화의 한 중간쯤에 서사랑 전혀 상관없이 관객이 오고 가는 그 복도씬을 되게 좋아해요. 영화적이지 않은데 그 관객의 모습을 비춰주는 게 이 영화에서 가장 영화적으로 추구되는 것이었기 때문에 그 장면을 좀 애착하는 편이긴 합니다.

고승현
현장 얘기를 조금 해도 괜찮을까요? 감독님이 테이크를 굉장히 많이 가시는 편인데 그 장면 같은 경우에 테이크를 정말 많이 안 갔던 걸로 기억을 하고 있어요. 한 세 번인가 네 번 정도에 바로 끝냈던 걸로 기억을 해서. 시간이 없으셔서 그런 건가라고 생각을 했었는데 실제로 좋아하셔서 일찍 끝내시는 거구나라는 걸 처음 알았어요.

김현정
걷는 것도 되게 어려운 연기잖아요. 우리가 평소에 걷던 걸음을 갑자기 내가 찍겠다고 연기해 달라고 하면 되게 어색해지는 것들이 있는데 이상하게 다들 너무 잘해주셨어요.
그래서 되게 만족하면서 끝을 냈고. 그래서 그 영화가 어떻게 보면 영화의 전반부와 후반부를 가르는 느낌이기도 하고요. 영화의 방향성을 제시해 주는 장면인 것 같기도 해서 오히려 저한테는 좀 명확했던 장면이었던 것 같아요.

고승현
확실히 그런 공간을 재현하고, 연출을 한다는 것이 굉장히 어려울 거잖아요. 과거를 보여준다는 것 자체가 굉장히 어려운 일이기 때문에 감독님의 마음에 되게 잘 들게 나왔다고 하고 저도 그 장면도 되게 좋아하기 때문에 뭔가 교감이 되는 지점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다음에 또 이야기하셨던 것처럼 걷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고 하시고, 지금 연기를 준비하는 친구들이 있으니까 조금 더 첨언해서 혹시 그 걸음걸이에 대해서 한번 말씀해 주실 수 있을까요?

김현정
보통은 이제 목적을 설정하죠. 걸을 때 '그냥 걸어주세요'가 아니라 '지금 슈퍼마켓을 가야 돼요' 라든가 '지금 너무 화장실을 가고 싶은 걸음'이라든가 그런 나름의 설정을 만들어서 걷게 하면 걷는 분이 그 생각을 하면서 걷기 때문에 덜 의식하시는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복도신 같은 경우는 명백한 각자들의 목적지가 있었어요. '담배를 지금 피우러 가셔야 됩니다', '화장실로 가셔야 됩니다' 그런 목적지가 있었다 보니 잘해 주셨던 것 같아요.

유령극_스틸컷1.png <유령극> 스틸컷 (제공 : 김현정 감독)

관객 6
할아버지 하고 아이가 살던 집이 그 영화 아카데미 안에 있는 그 살림집인가요?


김현정

네 맞아요


관객 6
버스 타고 오는 거로 설정이 돼 있는데 사실은 그 안에서 찍으신 거죠?

김현정

원래 외부로 하려다가 그 공간을 딱 보는 순간 너무 완벽하다고 느껴서 그 공간에서 찍었습니다.

고승현
거기에 TV 하나 갖다 놓으신 거잖아요. 그렇죠?

김현정
네. TV랑 추울까 봐 전기장판 갖다 놓고 작업을 했습니다.

고승현
실제로 보셨던 극장 안에 집이 있었어요.

아직 한 번도 안 가본 친구들이다 보니까 이 영화를 통해서 처음 아카데미극장 살림집을 본 친구들도 있을 것 같아요.

관객 7
저는 중학교 때 아카데미 극장에서 살았어요. 수도 없이 영화를 봤어요.
중간에 들어가서 중간부터 보고 끝나고 나서 처음부터 다시 보고 그전에 예매라는 개념이 없었으니까 수도 없이 봤어요. 아카데미에서 초등학교 때부터 중학교 때까지

김현정
그런 게 진짜 낭만인 것 같아요

관객 7
지금 그걸 누군가 부셨다고 하는 게... 참.. 지금은 원주서 떠나 있거든요.
그래서 아무런 도움도 주지 못하고 작년 이맘때 극장 무너질 때 얼마나 속상했는지 몰라요. 이렇게 감독님처럼 영화 속에서 아카데미가 잘 존재하고 있었을 때 그 장면을 다 이렇게 찍어주셔서 두고두고 보는 게 제 영혼에 남는 거잖아요.

그것만으로도 굉장히 감사드려야 될 일일 것 같아요.

고승현
사실 아카데미극장을 되게 곳곳을 잘 담은 유일한 영화가 <유령극>이기도 해요. 살림집부터 정원이랑 복도 전부 모든 그 공간을 다 이제 극장 안에서 찍으셨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저희가 영화로서 추억할 수 있는 마지막 작품이지 않을까 그렇게까지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관객 8
처음에 살림집에서 TV에 나왔던 복도들도 다 아카데미 극장인가요?

김현정
네네 맞아요. 근데 촬영 배경은 그렇긴 한데 목적은 영화 속에 사실은 저는 공포감 같은 것들을 넣으려고 촬영을 한 거고요. 알 수 없는 무언가가 튀어나온다. 이런 설정을 가진 어떤 공포물로 설정을 해서 촬영을 해야겠다 생각했고 그거를 아카데미극장을 활용해서 찍고 싶었어요.

고승현
또 문득 궁금한 게 이나의 할아버지는 장르물을 좋아하시는 건가요?
뭔가 보셨던 DVD도 그렇고 극장에서 봤던 영화는 이제 의도한 건 아니겠지만 다 장르물인 것 같아서요.

김현정
우선 영화 속 할아버지는 영화를 잘 이해하지 못하고 본다는 설정을 했습니다. 영화라는 건 원초적으로 동영상, 즉 움직이는 대상을 담아내는 거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할아버지는 장르물로 의식하고 본다기보다는 움직이는 그 자체에 포커스를 두고, 그걸 늘 반복해서 보는 캐릭터로 설정했습니다.

다만 할아버지와 이나가 반복해서 보는 영화가 하필 장르물인 이유는, 두 인물 간에 간극이 중요했기 때문입니다. 보통 반복적으로 만들어진 구조나 공식적인 이야기 틀로부터 만들어진 영화를 장르로 해석하는데, 할아버지 입장에서는 앞서 언급했듯 화면 속에 움직이는 대상을 관찰한다. 이것에 훨씬 더 의미를 두고 있고, 반대로 (장르적으로) 영화를 속속들이 이해하고 안내하는 것은 이나의 역할이라고 저는 생각했습니다

유령극_스틸컷3.png <유령극> 스틸컷 (제공 : 김현정 감독)

고승현
이나랑 할아버지가 분리되어 있기는 하지만 결국에는 미래의 이나가 커서 이제 필름을 다시 재조립한다. 그리고 이나가 할아버지한테 보여주고 싶었던 장면들을 마지막에 만들어낸 것이 아닐까 생각이 들었어요.

김현정
어떻게 보면 장르는 이렇게 정해진 틀이 있는 이야기로 처음 중간 끝이 명확한 작업이지만, 결국 이나는 그런 것들이 중요하지 않다고 판단을 해서 장르의 어떤 규칙과 혹은 영화의 서사의 규칙을 내려놓고서 할아버지에게 전하고 싶은 말로써 이제 영화를 전달한다. 그런 측면에서 영화가 비치는 게 장르적인 영화였고, 마지막에 보이는 거는 그것이 재조립된 그런 규칙들은 상관이 없는 무의미한 것들이지 않을까 해요.

고승현

그래서 쪽지의 의미가 더 빛을 바라지 않나 또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김현정
아까 질문 주셨던 게 아카데미극장 로비를 보신 적이 없어서 여쭤보신 거죠?

고승현
건물에 들어가자마자 비디오에 있던 그 공간이 있었고요. 더 들어가면 영화를 보던 그 공간이 나왔었는데 객석 규모로 따지면 이제 664석이에요. 664석이라고 하는 규모가 2층으로까지 이루어져 있는 되게 커다란 극장이었습니다.

김현정
보신 적이 없었구나..


고승현
원주에 저런 극장이 작년까지 있었어요. 이제 딱 무너진 지 1년 되어서...

나름... 이 상영은 극장을 추억하고자 하는 저의 바람이었습니다.

관객 9
저는 개인적으로 신수원 감독님의 <오마주>도 재밌게 봤고 지금 GV진행하시는 고승현 감독님의 <남아있는 순간들>도 아카데미극장을 배경으로 찍었던 거잖아요.
그런 면에서 너무 감사하다는 말씀드리고 싶고 지금 이런 극에 나왔던 배우님들의 차기작이라든지 감독님의 차기작이 있으시다면 소개해 주시면 기대하겠습니다.

김현정
배우님들은 되게 왕성하게 활동하고 계시고요. 최근에 <라스트씬>이라는 단편 영화를 서인수 배우님께서 출연하신 걸로 알고 있어요. 기억해 두시면 아마 영화제에 상영 소식이 있을 거예요.이나 역할의 고해준 배우님도 단편 영화를 계속 꾸준히 작업하고 광고에도 많이 나오시더라고요.
되게 영민한 친구여서 아마 좀 눈여겨 봐주시면 이곳저곳에서 보실 수 있을 것 같아요. 저는 다시 극영화로 돌아와서 <최소한의 선의>라는 장편을 찍었습니다.
10대 미혼모와 담임 선생님 간에 이어지는 작품을 최근에 만들어서 곧 개봉을 하고요. 그 영화는 여러분이 편하게 보실 수 있는, 극성이 잘 갖춰진 그런 작품이고 어떻게 보면 메시지가 뚜렷한 작품이에요. 그래서 조금 거부감이 있으실 수도 있는데, 또 목적을 다시 이 방향으로 틀어서 이런 이야기가 중요하지 않을까라는 마음에 작업을 했습니다.

고승현
<최소한의 선의> 다음 주 개봉 예정이잖아요. 일반 멀티플렉스 극장에서도 볼 수 있죠?

김현정

그런 걸로 알고 있어요. 저도 극장 수를 아직 못 들었습니다.

고승현

멀티플렉스 극장에서 편하게 볼 수 있는 영화이니까는 편하게 또 친구들이랑 가족들이랑 지인분이랑 손 잡고 감독님을 생각하면서 보면 어떨까 싶습니다. 그럼 오늘 또 이렇게 함께해 주신 관객분들에게 마지막으로 한마디 해 주시면서 마무리하면 어떨까 싶은데요.

김현정
제가 여기 처음 상영한 거죠? 여기 너무 좋네요. 정말 낭만이 있는 공간이고 같이 해 주셔서 감사하고 영화가 조금은 복잡하고 모호해서 어렵게 느껴지실 수 있는데 그거를 만들 때 다 이해는 했으면 좋겠다 이런 마음으로 만든 건 아니고 그냥 각자 마음속에 한 장면이라도 좀 남기고 가셨으면 좋겠다. 그런 마음으로 영화를 만들었거든요. 그래서 어떻게 해석을 하든 상관이 없어요. 그런 것들을 한 개 남겨주시고 오늘 같이 해주신 이 시간들을 같이 기억해 주시면 너무 좋을 것 같습니다.
오늘 너무 즐겁고 감사했습니다.


고승현
함께해 주셔서 감사드리고 박수 치면서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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