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진해여자 Jan 08. 2024

겨울밤

울음이 울음을 부르고 한 번 터진 둑처럼 흘러넘쳐 눈물과 콧물이 같이 흐르다 나중에는 코가 막혀 입을 벌리고 숨을 쉬다가 꺼이꺼이 소리 내며 눈가  실핏줄이 다 터지도록 울다 보면 산소가 부족해 하품이 나오고 시간과 공간 속에 내가 존재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지지 않아 몸을 눕히기만 하면 스러지듯 바로 잠들어버릴 탈진한 것 같은 상태까지 이르도록 그렇게 울 때가 종종 있었는데


울음 터뜨린 딸아이를 안고 있다 보니 한동안 잊고 있던 그때가 생각나 내가 이 아이에게 물려준 것이 이 같은 서러움뿐인가 싶어서 한 없이 미안해지다가 그때 집에 혼자 있을 때만 기다렸다가 차가운 방바닥 위에서 웅크려 울게 한 아이에게 또 한없이 미안해지다가 딸을 토닥이다 그때의 그 아이를 토닥이다 세상 서러움과 불안을 잠재워 놓고 그때를 굳이 떠올리려 하지는 않는다 잊혔으면 잊은 채로 잊은 척이라도 가능하면 그런 척 살아가기로.



매거진의 이전글 白紙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