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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해여자 Mar 22. 2024

제주 4: 관능의 유동커피

관능적인 맛을 추구하는...:유동커피 컴퍼니 인스타 첫줄의 소개


관능적인 맛을 추구하는 곳이라고 해서 동행을 권한 것은 아니다

단지 제주의 마지막 밤을 붙잡고 싶었고

(그를 붙잡고 싶었던 것인지 아닌지는 잘 모르겠으나)

(이건 뭐 완전한 강조 아닌가)

흐르는 밤이 아쉽다면 이야기로 채우면 되지 않을까 해서

그러해서

관광객도 없고 현지인도 없는

텅 빈 거리 아직은 차가운 바람에 가까이 붙어서고 싶은 봄 밤

무엇에 취한 사람들처럼 비틀거리며 밤을 가르고

걸음을 내딛는데

전혀 알 수 없는 저쪽의 마음은 관계없이

펍 분위기의 그 공기 속으로

취객들의 낭만 같은 것이 흐르고

다듬어지지 않은 화초 불쑥불쑥 올라오는 화초대처럼

저도 알지 못하는 마음이 불쑥불쑥

서귀포에서 가질 수 있는 가장 완벽한 시간

관능적인 맛

을 추구하는

유동커피

낮시간의 일정을 마치고 밤을 보내기 좋은 곳

혼자보다는 함께

함께의 즐거움을 알게 해주는

누구와라도 친구가 될 수 있을 것 같은 공간

역사의 시작이 될 수 있을 것 같은 밤을 만들어주는

관능이 끼어들 틈이 많은

커피의 맛

전혀 새로운 느낌의 환상을 선사하는

우리는 둘이어야 했을까 셋이어도 좋은 셋이어서 좋은

노골적인 시선을 주지 않아도

한 눈으로 슬쩌기 바라보는 한 곳만 향하는

컵 속의 나는 그가 그를 그와..

상기될 수밖에 없는 낮은 조도 다소의 소란이

밤거리로 다시 내몰면 우리를

두 걸음쯤 떨어진 거리에서 완전한 타인들보다는 가까운 걸음으로 우리는

어두운 골목길에서 선명하게 들리는 재즈 낮은 조도의 공간을 응시하다

관능적인 맛을 추구하는 사람이 된 것처럼

더 어둡고 더 가려진 더 조용한 곳을 더듬어도 보다가

쌉쌀하지만 향기로운 유동커피만 품고

604호에서 결국은 잠들지 못하고 하얗게 밤을 새우면서

되도 않는 글을 쓰게 하는 유동커피

인데


그이로 인해 밤을 새운 것인지

유동커피로 인해 밤을 새운 것인지를 알려면

그이 없이 유동커피를 마셔보기도 하고

그이와 유동커피 아닌 커피를 마셔보기도 해야겠는데

이를 어쩌나

다시 만날 수밖에 없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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