첼리스트, 지휘자
日記: 지역시립교향악단 357회 정기연주회
1. 첼리스트
유약한 남자
소심하고 겁이 많은 남자
그러나 고집은 있는 남자라고
그게 아니라면 저 첼로를 품은 지 얼마 되지 않았을 거라고 마음대로 생각했다
연주 중에 갈기갈기 터져버린 활 털에서
찢어진 스타킹이나 뜯어진 단추를
쉴 틈을 주지 않고 끝까지 몰아치는 잔인한 스타일의 사랑
모든 것을 내던지고 아무것도 남지 않은 것이 주는 공허가 익숙한
자기를 돌보지 않는
스러지듯 아슬한 하루하루가 이어지는 위태로운
2. 지휘자
곡보다 지휘자에 더 집중하게 되는
김건의 지휘를 위한 교향곡이 되는
잔뜩 올라온 손등의 뼈
터질 것 같은 목의 핏줄
왼 손 끝 허공에 펼치는 현란한 연주
실패와 좌절이 없었을 것 같은 몸짓
자신감은 넘치나 우수는 깃들지 않은 지휘
너무나 완벽해서 매력이 없는 사람 같은 종류의 완벽함
음악도 모르고 첼로도 모르고 지휘도 모르고 사람도 모르기 때문에 함부로 거칠게 한 생각들. 상상들.
3. 어딘가에
어딘가에 그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문득 들면서
그때 나는 참 어렸고 세상을 몰랐고 몰랐고 몰랐고
그러나
어떤 한 장면으로 남는 남아야 하는 남을 수밖에 없는
집으로 가는 길 오랜만에 미샤마이스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