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아름다운 이별...

feat. 가을 낙엽

by 운곡


가을바람이 귓가를 스치고, 오후 햇살이 조용히 나뭇가지에 스며든다.


나는 가을이 내려앉은 잔잔한 숲길을 걷는다.


나무는 저마다 바쁜 손길로 가지의 잎들을 매만진다.


가을바람은 이별의 통지서.....


나무는 그 메모를 조용히 받아들인다.


하지만 떠나는 잎이 애틋해서일까.


나무는 잎들을 서둘러 떠나보내지 못한다.


한 장 한 장, 햇빛과 바람을 조각처럼 얹어오고, 노란색 붉은색 한 올 한 올 곱게 물감이 번진 옷으로 갈아입힌다.


딸 시집보내는 어머니가 연지 곤지 찍어주고 화관을 씌우듯 그 정성스러운 손길이 지나친 자리마다, 잎은 여름의 초록을 수줍게 벗는다.



황홀한 금빛, 익어가는 홍빛, 바람결 닮은 투명함이 겹겹이 번진다.


이별을 앞둔 나뭇잎들은, 그래서 가장 눈부신 순간으로 피어난다.


가을바람이 재촉하면 나무는 조심스레 잎을 떼어 건네준다.


풀어나가는 손길에 아쉬움이 묻어나지만


꽃가마 탄 신부처럼, 잎들은 들떠 숲길을 지난다.



낙엽의 끝은 결코 버려진 것이 아니다.


나무가 나지막이 전한다.


떠나보내는 일은 아름다움의 정점을 선물하는 것이라고.



언젠가 내 마음의 잎사귀 하나를 놓아야 할 그날,


무심히 떼어내듯 보내지 말고, 나무처럼 마지막까지 아름다움으로 예쁘게 단장시켜


떠남이 슬픔이 아닌 축복이 되도록....


가을 숲길 아래, 바람에 곱게 흔들리는 낙엽들을 바라보며 나는 배운다.


진정한 이별은 버림이 아니라, 남은 이의 마음을 다한 꾸밈 속에서 완성되는 것임을.



운곡

긴 세월의 내공을 껴안고, 삶의 무늬를 또 다른 언어로 그려 내려고 고민합니다. 가슴에 조용히 웅크리고 있던 지나온 날들의 바람 소리, 잊히지 않는 얼굴들, 그리고 아직도 풀리지 않은 질문들을 물결로 엮어 실개천에 조용히 흘려보내고 싶습니다. 단순한 이야기가 아닌, 마음 깊은 곳에서 우러난 한 줄 한 줄의 문장들이 바람처럼 스치고, 별빛처럼 가슴 깊은 곳에 내려앉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