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 닮았지만 다른 길
雲谷
나는 어릴 적부터 딱딱한 음식을 유난히 좋아했다. 마른오징어를 씹을 때 터져 나오는 그 고소한 맛, 소갈비 힘줄의 질긴 쫄깃한 맛, 삼겹살 속 오돌뼈가 부서질 때의 그 묘한 카타르시스, 씹을수록 단단함이 부서지며 입 안에 퍼지는 느낌이 좋았다.
그때는 그저 ‘맛있어서’ 즐겼을 뿐인데, 지금 치과 치료 의자에 누워 천장을 바라보니, 그 작은 즐거움들이 이렇게 나에게 뼈아픈 대가를 요구하게 될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치과 특유의 의료 기구 소리, 소독약 냄새, 그리고 숨 막히는 긴장감이 마음을 조여오며 내 안의 작은 공포를 흔들어 깨운다.
오랫동안 그 단단함을 즐기던 나의 작은 선택들이 치아를 힘들게 했다는 생각을 하니 미안함과 후회가 밀려온다...
선친께서도 딱딱한 음식을 즐기셨다. 그래서 나는 단순히 아버지를 닮아 그러려니 했고, 혹시 유전이 아닐까 잠시 의심했지만, 선친께서 돌아가시기 전까지 이빨 문제로 고생하시는 모습을 본 적이 없었다.
결국 내 집요한 기호는 유전이 아니라, 반복된 버릇의 소산이었다.
그 버릇의 축적은 내게 불편하지만 분명한 성적표를 들이밀었다.
사랑니를 제외한 28개의 치아 중, 어금니는 거의 전멸하다시피 했으며,
이미 5개는 임플란트로, 3개는 크라운으로 덮여 있었고, 오늘은 마지막까지 남아 버텨주던 금 크라운마저 깨져버렸다.
단단한 금속조차 더 이상 나의 버릇을 참아 내지 못한 것이다.
다행히 발치까지는 피했으나, 부서진 치아는 결국 지르코늄 크라운으로 갈아 끼워야 했다.
닮은 듯 다른 버릇과 루틴
깨어진 어금니를 보며 문득 나는 버릇과, 루틴 무엇이 다를까? 를 생각해 본다.
이 둘은 출발점이 같아 닮은 듯 보이지만, 달리는 방향은 달릴수록 서로 멀어지는 사이다.
버릇은 무의식적으로 자신도 모르게 몸과 마음이 자동으로 따라가는, 스스로도 인식하지 못한 채 형성된 습관의 덩어리 라면 루틴은 꾸준한 연습의 결과물이다.
루틴 역시 행위를 반복하지만, 버릇의 무의식과 달리 의식적으로 같은 행동을 반복하게 하므로 계획된 궤적을 만들어준다.
내가 어릴 적 왼손에 익숙해져 거의 왼손잡이가 될 뻔했다.
그러나 어른들의 꾸준한 감시와 교정 덕분에 오른손을 사용하게 되었지만 그 과정은 참 눈물겨웠다.
오른손을 사용하다 보면 어느 틈엔가 숟가락이 나도 모르게 익숙한 왼손에 가있다. 그럴 때마다 어김없이 야단을 맞았다
나는 결국 그 버릇을 오른손을 쓰는 루틴으로 바꾸었다.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그동안 딱딱한 음식에 대한 집착은 단순한 버릇에 불과했고, 나는 그 버릇의 댓가로 어금니를 지불 한 셈이다.
하지만 이제 그 자리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심을 때다.
삶은 반복의 누적이다.
무의식에 이끌려 반복 행위에 대한 대가를 지불할 것인가.
의도된 반복으로 나를 변화시켜 갈 것인가? 그것은 결국 나의 선택 하나에 달려 있다.
오늘 진료대 위에서 나는 조용히 다짐한다.
오늘부터 단순히 딱딱한 음식을 멀리하는 수준을 넘어, 치아 건강을 위해 식단을 관리하고 꾸준한 치아 운동과 정기적으로 검진을 받는 '나를 돌보는 루틴'으로 전환하겠다고......
그것이 곧 미래의 나를 책임지는 더 나은 삶으로 향하는 새로운 출발점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
치과병원 문을 나서며 55만 원이 결제된 카드 영수증을 보고 나지막이 신음처럼 나오는 한마디....
아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