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완의 틈으로 스며드는 따뜻함.(연재 10-10)
고사성어 연재 (마지막 10편)
雲谷
교각살우(矯角殺牛)란 *“뿔을 바로잡으려다 소를 죽인다”*는 뜻이다.
잘못을 고치려는 의도가 지나쳐, 오히려 일을 돌이킬 수 없는 지경으로 만드는 어리석음을 경계하는 말이다.
이 고사는 플라톤의 이데아론을 떠올리게 한다.
완벽한 형태(이데아)를 추구하려는 인간의 욕망은
현실의 불완전한 존재를 깨뜨리는 아이러니를 낳는다.
그러나 존재의 본질은 강요된 완벽함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불완전함 속에 깃든 조화가 아닐까?
우리가 작은 흠에 집착하면 전체를 잃게 되고, 그 틈으로 실존의 불안이 스며드는 것이다.
과잉 최적화의 함정
우리 주변에는 종종 ‘교각살우’의 그림자를 품은 사람들을 의외로 쉽게 볼 수 있다.
직장에서는 청결과 규율에 집착해 먼지 한 톨에도 신경을 곤두세운다거나,
보고서의 글꼴 크기와 줄 간격을 따지느라 정작 중요한 신뢰와 창의성이 실종되는 우를 범한다.
다이어트 중 체중의 소수점 단위에 매달리며 스스로를 옥죄는 사람들이나, 경제적 안정을 위해 절약을 극단으로 밀어붙여 오히려 삶의 온기와 가족의 웃음이 서서히 사라지게 하는 사람들을 보면 우리는 문득 깨닫는다.
완벽을 향한 지나친 집착은 결국 마음의 평화가 무너지고, 삶의 본질을 흐려지게 하는 것임을...
결함 속의 생명력
사소한 흠에 매달리면 큰 그림이 보이지 않는다.
결함 없는 완벽함은 아름답지만, 생명력이 없다.
도자기의 미세한 금, 손으로 빚은 그릇의 울퉁불퉁함,
그 모든 불 완전 함이야말로 인간의 체온이 스민 흔적일 것이다.
소의 뿔이 약간 비뚤어져 있어도 소는 여전히 소다.
뿔의 모양보다 중요한 건 따뜻한 소의 숨결이 아닐까?
우리네 삶도 조금의 거침과 흠이 있어야 손에 잡히고, 조용히 온기가 스며들 틈이 생기는 것이다.
불완전함을 포용하는 자유
불완전함을 있는 그대로 사랑할 줄 아는 지혜,
그것이야말로 인간다움의 핵심이 아닐까.
니체가 말한 아모르파티(Amor Fati) —
‘운명마저 사랑하라’는 그 말처럼,
비뚤어진 그 뿔조차 내 삶의 일부로 받아들일 때
우리는 비로소 자유인이 되는 것이다
완벽을 향한 긴장 대신, 불완전함 속에서 피어나는 공간.
그 작은 틈새로 스며드는 빛으로 삶은 다시 숨 쉬고, 관계는 따뜻해지는 것이다.
혹시 오늘,
우리 마음에 비뚤어진 뿔 하나쯤 보인다면
그것을 굳이 바로잡지 않아도, 삶은 이미 충분히 아름답지 않을까.....
프로필
운곡
긴 세월의 내공을 껴안고, 삶의 무늬를 또 다른 언어로 그려 내려고 고민합니다. 가슴에 조용히 웅크리고 있던 지나온 날들의 바람 소리, 잊히지 않는 얼굴들, 그리고 아직도 풀리지 않은 질문들을 물결로 엮어 실개천에 조용히 흘려보내고 싶습니다. 단순한 이야기가 아닌, 마음 깊은 곳에서 우러난 한 줄 한 줄의 문장들이 바람처럼 스치고, 별빛처럼 가슴 깊은 곳에 내려앉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