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모르는 나다움

feat. 나답다는 건, 과연 어떤 얼굴일까

by 운곡

雲谷

끔 우리는 어떤 배우가 한 작품으로 큰 사랑을 받으면 그 이미지에 갇혀버려 후속작에서 크게 주목받지 못하는 경우를 본다.

특히 인기 아역 배우 출신이 성인이 되어서 크게 주목받지 못하는 일은 다반사이다.

관객들은 그 배우의 특정 이미지에 고착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럴 때 배우들은 그야말로 파격적인 모습으로 이미지 변신을 꽤 해보지만 쉽지 않다.


도 누군가의 기억 속에

고정된 어떤 이미지로 남아 있는 건 아닐까 싶은 사건이 있었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 5명과 식사 주문하는 과정에서 메뉴를 선택하면서 리더 격인 친구가 나는 물론 다른 친구들의 의사도 묻지도 않고 이 집은 이게 전문이야 하면서 5인분을 주문한다.

나도 평소 같으면은 얼큰하고 매운 음식을 좋아하기에 별 불만 없이 가만히 있지만 그날은 속 사정(?)이 불편해 좀 담백한 것을 먹고 싶었다.


무도 불만이 없는데 내가 딴지를 걸며 야 오늘은 좀 다른 분위기로 가자 하니까.

모두 의외라는 듯 쳐다본다.

그중 한 친구가

“오늘, 너답지 않게 왜 그래?”

툭 내뱉은 그 한마디가

이상하게 오래 마음을 긁는다..

평소와 다르게 서운하고,

억울한 마음이 좀처럼 가시질 않는다.

내가 나답지 않다니,

그렇다면 ‘나답다’는 건 과연 어떤 얼굴일까.


구는 아마

내가 늘 웃고, 너그럽고, 유쾌했던 날들만

기억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 기억 속의 내 모습에 익숙해져

평소와 다른 오늘의 내가

낯선 모습으로 보였던 것일까?


말엔 친근함이 담겨 있을 수도 있지만

"너는 이래야 돼"라고 생각하는 일방적인 자기 기준에 나의 개성은 안중에도 없는 듯한 친구의 한마디에 만감이 교차한다.

이건 어쩌면 그동안 크게 내 주장을 어필하지 않은 내 잘못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불현듯이 든다.


도 잘 모를 때가 많은 나를,

친구는 언제, 어디서, 어떻게 정의하고

‘나에 대해 나 아닌 또 다른 나를 생각하고 있었을까?

사실 나는 하루에도 여러 개의 표정을 짓는다.

때론 들뜬 얼굴, 때론 고요한 표정,

가끔은 수다를 즐기기도 하고,

기분이 좀 꿀꿀(?) 한 날은 입을 닫기도 한다.

나는 모든 표정의 나를 나로 인정받고 싶은 마음이다.


것은 내 기분을 좀 살펴 조심을 해달라는 의미이다.

그래서 그 모든 표정의 나를,

그 다채로운 감정의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주었으면 하는 마음.

어쩌면 그것이 내가 바라는 진짜 '나다움'이다.


끔 "너답다"라는 말이

때로는 칭찬으로 들릴 때도 있다.

하지만 “너답지 않다"라는 말은

자주 불편하다.

어떨 때는 내가 자신들이 기억하는 모습에서

조금 다른 모습을 보이면 안 되는 것 같은 의무감이 들기도 한다.


당연한 나의 권리 주장도

슬그머니 접어야 하는 지경까지 오면

난감할 때도 있는데 오늘이 딱 그 경우다.

진정한 나다움이란

일정한 모습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갈등을 느끼기도 하고, 또 변덕도 부리며

때로는 멈추기도 하는

그런 나의 모습들을 대변할 수 있어야 하는 것 아닐까?


러니,

혹시 다른 표정이나 평소와 다른 단호함이 보였다면 “너답지 않다"라는 말보다

“오늘 무슨 일 있었어?

“표정이 안 좋네..

라고 조심스럽게 물어와 주는 사람이

진정으로 나다움을 잘 이해해 주는 사람이 아닐까?


도 아직 잘 알 수 없는

내 안의 수많은 모습들 가운데

나다움을 찾는다는 것은

어쩌면 요원한 일일지도 모른다.

차라리 이번 참에 파격적인 변신을

꾀해볼까..

雲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