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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프레도박 Jan 30. 2018

러빙 빈센트 반 고흐 #30

30화 심장의 은유

  1888년에 고흐가 펜과 연필로 그린 풍경화다. 고흐가 그린 데생 중에는 뛰어난 구도를 갖고 있는 작품들이 종종 있다. 중앙 약간 위쪽에 유럽의 풍차 방앗간이 있고 정중앙에는 사람들이 말을 타고 언덕 너머로 향하고 있다. 풍차 방앗간만 없다면 한국의 시골 풍경과 흡사하다. 단색으로 칠해져 있어 더욱더 전원 풍경을 상상하게 한다. 하단의 사선으로 그려진 가로수는 그림 전체를 안정적으로 받쳐주는 기둥 역할을 하는 것 같다. 이 그림에서 심장 역할을 하는 것이 있다며 무엇일까? 무엇이 고흐로 하여금 이 풍경을 그리게 했을까? 중앙에 그려진 사람들일까? 한가로운 전원 풍경일까? 단색의 펜과 그 펜의 선의 굵기로 한가로운 느낌을 만드는 힘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심장이 멈추면 의학적으로 피가 인체에 돌지 않아 바로 죽는다. 누구나 알다시피 심장은 각 신체 장기에 36.5도의 뜨거운 피와 장기의 기능을 제어하는 호르몬을 보낸다. 심장은 은유적으로 매우 많은 것을 포함한다. 심장하면 붉은색과 함께 뜨거운 열정이 떠오른다. 심장이 뜨거워진다는 말은 감동했다는 것이다. 나의 마음을 움직이게 했다는 것이다. 

  심장은 연인과의 사랑과도 밀접한 관계이다. 마음에 드는 상대를 만나면 심장이 두근두근 거린다. 반면에 헤어지게 되면 가슴이 터질 듯이 아프고 숨 쉬기조차 어려워지기도 한다. 정신적으로 고통을 느끼면 스트레스 호르몬이 과다 분비되어 심장의 펌프 능력이 눈에 띄게 낮아지기 때문이다.

  나는 ‘남한산성’이라는 국내 영화를 보았다. 이 영화는 김훈 소설가가 쓴 ‘남한산성’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이다. 김상헌(김윤석 분)과 최명길(이병헌 분)이 남한산성에 피신한 인조에게 청과 싸워야 할 이유와 항복해야 할 이유를 주장하는 장면이 압권이다. 내가 인조가 되어 양 편의 서로 상반되는 절규하는 주장을 듣는다고 생각해보면 심장이 뜨거워진다. 사드 배치로 중국은 제적으로 압박을 가하고 있다. 모 화장품 업체는 작년 대비하여 매출이 반으로 줄었다. 문제는 화장품 업체와 관련된 업체의 매출도 똑같이 감소하는 영향을 받는다. 이 영화는 특히 국내의 사드 배치 상황과 맞물려 나의 심장을 뜨겁게 했다. 김상헌은 청과의 타협을 거부하고 대사헌을 지낸 강직한 인물이다. 대사헌은 중앙 행정의 감찰과 고발을 담당하는 사헌부의 수장을 말한다. 김상헌으로 자신의 신념을 확신했던 인물이다. 김상헌의 일관된 강직한 성격은 그의 심장에서 왔을 것이다. 극 중 그의 대사는 그의 심장에서 하는 말들이었다.

  심장은 자기 성찰을 통해서도 뜨거워진다. 고독한 자기성찰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것은 자신의 신념에 대한 확신과 확신으로 인한 에너지이다. “확신을 가져라. 아니 확신에 차 있는 것처럼 행동해라 그러면 차츰 진짜 확신이 생기게 된다.” 빈센트는 이런 말을 했다(쟈크 아탈리, 2016). 확신이란 종교처럼 믿는 것이다. 확신하면 확신한 대로 일이 확실히 완성되는 것이다. 스스로의 확신이 없으면 자신의 심장을 가동할 수 없다. 확신이 자신의 심장을 미치도록 뛰게 만드는 에너지다. 

  고흐는 10년간 그림을 그렸는데 그림이 팔리지는 않았다. 얼마나 불안했겠는가? 화가가 자신의 천직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림 시장의 반응은 그에게 차가웠다. 10여 년을 했는데 결과가 없는 것이다. 아무리 심장으로 그림을 그렸지만 그림이 팔리지 않는 것이다. 그의 독특한 예술관이 사람들의 인식보다 앞섰기 때문일 것이다. 빈센트는 편지에 이런 글을 쓴다. “만약 가슴 안에서‘나는 그림에 재능이 없는 걸’이라는 음성이 들려오면 반드시 그림을 그려보아야 한다. 그 소리는 당신이 그림을 그릴 때 잠잠해진다” 확신이 없어질 때 오히려 그림을 그려서 자신을 위로하고 에너지를 다시 얻어서 계속 그림을 그린 것이다. 

  1881년 고흐는 “나는 광인이다.”라고 하면서 힘을 느낀다고 말한다. “내 안의 어떤 힘을 느낀다. … 내가 끄지 못할, 계속해서 타오르게 해야 할 불을 느낀다”(스티븐네 이페 & 그레고리 화이트, 2016). 빈센트는 자신의 불같은 열정을 느끼고 힘을 느낀다.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자신감, 내가 살아야 할 이유, 살면서 반드시 해야 할 일을 찾았다는 의미로 말한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은 스스로 끌 수 없는 계속 화산처럼 타오르는 열정을 갖고 있다. 다만 발견하지 못했을 뿐이다. 정말로 발견하려고 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사람은 별로 자신에게 열정이 없는 일을 시작한다. 열정이 있어 보이는 일을 시작한다. 그래서 그 열정은 딱 3일 정도 지속할 뿐이다. 그 이후에는 저절로 꺼진다. 왜 그럴까? 자신의 일에 대해서 깊이 있게 성찰해보지 않고 시작했기 때문이다. 성찰이란 사전 정의대로 마음속 깊이 반성하여 살피는 것을 말한다. 깊이 돌이켜 보기만 해서는 정말로 변화가 없다. 구체적으로 실천할 수 있는 한 가지 액션 아이템을 찾아야 한다. 액션 아이템이란 계획을 세울 때 행동할 수 있는 것을 설명한 리스트를 말한다. 빈센트의 액션 아이템은 무엇이었을까? 그의 편지를 통해보면 아침에 일찍 일어나 화구를 들고 그림을 그릴 장소로 가는 것이다. 저녁에 오면 편지를 쓰거나 책을 읽는 것이다. 아침에 일어나서 그림 그리고 책 읽고 편지 쓰는 것이다. 편지는 주로 친구나 테오에게 썼다. 편지 쓴 내용을 보면 어떻게 보면 회사에서 사용하는 주간보고서, 월간보고서 같은 업무 일지다. 왜냐하면 그의 직업은 화가였고 그의 편지 내용은 대부분 그림과 관계된 그의 느낌과 견해의 표출이다. 내 그림이 왜 안 팔리는 지를 테오에게 물어보기도 한다. 

  열정의 화신이라 불리는 고흐만 아니라 사람마다 자기 자신의 에너지가 있다. 어떤 에너지는 사람을 즐겁게 하고 어떤 에너지는 사람을 침울하게 하기도 한다. 빈센트는 예술혼에 불타서 계속 그림을 그려야 하는 에너지를 갖고 있었다. 에너지는 단순히 보면 무엇인가 하고 싶어 하는 욕구이다. 내 생각에 에너지란 그 사람이 평소에 살아오면서 느꼈던 모든 신념과 받아왔던 사랑과 줄려는 사랑의 총체일 것 같다. 에너지가 있어야 생동감을 느낀다. 


  고흐와 일반 사람의 차이는 자신의 심장을 가동하는 힘에 대한 집중력 차이다. 빈센트는 자신의 방법대로 자신에게 집중했었고 일반 사람은 자신의 심장에 집중할 동기와 여유를 갖지 못할 뿐이다. 자신의 심장에 집중한다는 것은 나의 마음 내면 깊숙이 바라보는 것이다. 자신에게 집중해 충분히 사색하는 시간을 갖는 것은 자신의 심장을 가동하는 첫 번째 과제이다. 사람들은 남의 심장을 뛰게 했던 방법을 자신에게 적용해 보지만 그것은 100% 안 맞게 되어 있다. 오히려 안 되는 게 정상이다. 성도 다르고 나이도 다르고 직업도 다르고 직장도 다르므로 100% 똑같은 방법을 실행해 본다는 것 자체가 논리적으로 틀린 것이다. 나는 다른 사람과 100% 다르다. 좋아하는 것도 다르고 집중하는 방법도 다르고 생각하는 방법도 다르다. 인생관도 다르고 세계관도 다르다. 그의 동기 부여 방식과 나의 동기부여 방식도 달라야 한다. 성격이 경쟁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고 경쟁을 싫어하는 사람도 있다. 남의 심장이 아니라 자신의 심장이라 그 방법은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나의 심장을 뛰게 하는 방법은 스스로 자기 심장에 맞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나에 맞게 적용해야 하는 것이다. 나의 심장이라는 엔진을 튜닝하는 것은 바로 나의 자신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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