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기억하는 방법. 하나.
여행을 기억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남는 것은 사진이라며 열심히 카메라와 폰으로 그 순간을 남기기도 하고, 먹는 것이 남는 거라며 열심히 먹어 입으로 기억하기도 한다. 체험을 통해 몸으로 익히기도 하고, 다양한 정보를 들어 기억함으로써 여행을 기억하기도 한다. 그렇게 남긴 기억 중 단연 오래가는 것은 사진이지만, 디지털로 거의 모든 사진이 파일화된 지금, 인화하지 않은 채로 컴퓨터 폴더 안에 잠들어 있는 어마어마한 추억들이 있다. 그런 추억들을 언제든 펼쳐볼 수 있는 또 다른 기억의 방법을 소개하고자 한다.
필자는 4년 전부터 또 다른 방식으로 여행을 기억하기 시작했다. 종이와 펜으로 여행의 순간을 시간을 기록하는 것이다. 여행 드로잉, 여행스케치라고도 하는 이것은 그림일기처럼 여행지에서 눈에 보이는 것을 그리고 또 적는 것을 말한다.
그림을 그리는 시간은 20분 내외이지만 그 시간 동안 무아지경에 이를 수 있고, 그리는 시간이 오롯이 그림에 녹아들어 그림을 다시 꺼내보는 순간 그때 그 시간으로 다시 돌아갈 수 있는 마법의 힘을 지녔다.
여행이라는 커다란 일정은 장소와 장소의 이동으로 시작하며, 때론 설렘과 함께 기다림이 동반되기도 한다. 어쩌면 지루할 수 있는 그 시간을 순삭으로 즐길 수 있는 방법이라 할 수 있다.
보통 현지에서 이뤄지는 드로잉은 장소와 장소를 이동하는 동안이나, 기다리는 순간, 혹은 여운을 즐기는 순간에 이뤄진다.
아래의 그림은 비행기의 탑승을 기다리는 순간에 그린 것이다. 면세점 쇼핑(?)을 끝낸 뒤 커피 한 잔과 함께 그리기 시작하여 비행기 지연으로 처음에는 비행기가 없었지만, 연결통로를 다 그린 후에 등장한 비행기로 최종 그림을 완성시킬 수 있었다.
스마트폰이나 게임으로 사라질 수 있는 시간을 빌어 여행을 기록하여 즐기는 방법이다. 그리고 여행의 시작을 알릴 수 있는 그림이기도 하다.
이렇게 순간의 그림이 차곡차곡 쌓이면서 나만의 여행 드로잉북이 완성된다. 보이는 대로 그리다 보면 비율이나 위치가 틀릴 수 있고, 각도나 형체가 다를 수도 있다. 최대한 내 눈에 보이는 대로 그리되 너무 똑같이 그려야 한다는 것에 강박관념을 갖지 말아야 한다. 즐기거나 혹은 쉬기 위해서 가는 것이 여행 아닌가? 그러니 너무 사진과 같은 그림을 그리려고 하지 말자. 우린 사진을 찍는 게 아닌 손으로 그림을 그리는 거니까.
사실 장소가 아니어도 된다. 그 순간을 기억할 수 있는 소품도 아주 좋은 소재가 된다.
아래의 그림처럼 커피 한 잔과 그때의 가격 등의 정보나 느낌을 함께 적는 것도 간단하게 즐길 수 있는 여행 드로잉이다.
이제 여행을 떠나기 전에 종이와 펜을 준비해보자. 또 다른 여행을 즐거움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온전히 나의 것이 된 여행을 즐겨보자.
tip]
1. 그림은 앉아서 그리자.
서서 그리는 것은 집중하기가 힘들다.
2. 낱장의 종이보단 수첩 형태의 종이가 좋다.
묶음 형태로 되어 있으니 시간별로 기록할 수 있고 분실의 위험도 적다.
3. 준비물은 종이와 펜, 간단하게 준비하자.
뭐든 장비가 많으면 쉽게 접근할 수 없다. 이 장비가 없으니 안된다는 핑곗거리가 생긴다.
4. 장소가 어렵다면 소품도 좋은 드로잉 요소이다.
비행기 티켓, 커피잔, 지갑 등등의 여행 아이템을 그리는 것도 좋다.
5. 너무 잘 그리려고 하지 말자.
실패해봤자 그림 한 장이다. 또 그리면 된다.
같은 것을 계속 그리다 보면 그림 실력은 좋아진다. 그러니 실패를 두려워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