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뼈가 안녕하길

by 약속의 땅

엄마...다른이들의 눈엔 80이 된 노인이지만 나에겐 엄마라고 부르는 엄마다.

엄마는 거의 매일 교회에 가서 새벽기도를 드리고 운동을 가신다. 걷기를 하고 동네 공원에 설치된 운동기구로 몸을 조이고 풀며 운동을 한다. 그래서인가 허리도 곧고, 걸음도 빠르며 전국 방방곳곳을 대중교통 이용하여 혼자 잘 다니실 만큼 총기가 여전하다.


이런 울 엄마가 운동을 하는 이유가 있다.

나이들어 자식 것들에게 짐이 되기 싫다는 것이다.

난 엄마의 이 말을 처음 들었을 때 몹시도 서운했다.

“엄마가 왜 짐이냐?”

“나이들면 아프고 그럴 수 있지~뭘 그런 걸 가지고 미리 걱정하고 그래~ ” 서운함에 따졌다.

나는 왜 서운 했을까? 엄마가 스스로 짐이 되기 싫다라는 말의 짐을 내가 해결해 주지 못해

엄마를 짐으로 만들었다는 미안함을 감추려 서운했던 걸까.

미안한 서운함을 버르장머리 없이 풀풀되던 내게

엄마가 말한다.

“니도 나중에 나이 먹어봐라”라고장군을 먹이신다.

엄마의 말에 난 멍군을 날릴 수 없었다. 반박 할 서운함을 찾지 못했다.

그런 애길 들은지 얼마지나지 않을 때였다.

엄마의 오른쪽 팔목이 부러졌다.

엄마는 혼자 의자를 놓고 전구를 가시다가 넘어지셨다. 의자가 휘청하여 바닥에 떨어질 때 어깨와 팔이 골절 되어 병원신세를 지고 수술을 하셨다. 그리고 별 탈 없이 회복을 맞이 하셨다.


그렇게 무탈한 어느날 운동을 가셨다가 발을 헛디딛고 넘어 지셨다.

또 팔이 부러졌다.

그리고 수술을 하고 기어코 회복을 맞이 하셨다.

5개월 정도가 지났다. 그 사이 마일리지를 쌓아가는 러너처럼 엄마는 매일같이 운동을 하셨다고 전해 들었다.그러다가…엄만 성남 시에서 조성 해 놓은 황톳길을 걷다가…그만 또? 그래..맞아…또 미끄러 지셨다.

아이고…엄마는 본능적으로 손을 땅에 대셨고…

그 순간 팔은 골절을 달성했다.

골절PR을 달성 하셨다.


너무 아프고 정신이 없어 한 동안 멍하니 앉아 있다가 겨우 몸을 일으켜 밖으로 나오셨다고 전해 들었다.

팔은 붓기 시작했고 엄마의 표현으로 너덜너덜 거리셨단다.

119를 불러야 한다는 생각을 하셨지만 옷 몸이 황토로 덧칠 된 몸을 보고 응급차가 더러워 질까 연락을 못하셨다고 한다. 우리 권사님 보살 나셨다.

그리고 터벅터벅 팔을 잡고 내려와 혼자 병원을 가려니 진료가 안되었다고 한다. 어쩔 수 없이 집으로 와서 겨우 옷을 갈아입고 큰 형에게 연락을 하셨다.


대식아~ 우리 큰형이름이다. 현관에서 미끄러져 조금 다쳤다. 병원을 가봐야 겠다. 형이와서 병원을 갔고, 사진을 찍고 수술을 해야하는 상황이 되었다. 형은 화가 나서 옥상의 엄마의 작은 텃밭을 뭉게었다고 한다.

속상한 마음에 엄마가 또 옥상에 올라 가실까봐….

그리고 나에게도 연락을 해왔다.

“인식아 엄마 또 팔 부러졌다.”

그 한 마디에 형의 속상함이 전해졌다.

나는 물었다.

"왜?" "옥상 갔다가 현관에서 미끄러 졌단다…"

수술이 끝났다. 입원비 수술비 등을 처리하는 과정에 엄마는 조용히 나의 아내 막내 며느리에게 전화를 했다.펑소에도 자주 전화를 주고 받으며 편하게 애기하는 사이라 엄마는 전화를 하셔서 베일에 갇혀 질 뻔한 진실들을 공개자백 하셨다.

"사실은…운동하다가…넘어 진거다. 황톳길에서…"

시에서 보상을 해준다는데 이런저런 서류가 있어야 한단다. 그렇게 사건의 진실이 드러나게 되었다.

또 운동 하다 다쳤다고 하면 자식들 걱정 할 일에 애초에 혼자 말끄미 처리 하려고 하셨다고…

운동이 좋아서도 아니고 러너들처럼 운동에 중독되어서도 아니었다. 아프면…짐이 되기 싫어서. 아들들 불편해질 듯 하여 그랬단다.

이게 울 엄마가 팔이부러지신 이유다.


팔이 너덜너덜 거려도 응급차가 더러워 질까 신고를 못한 울 엄마의 예쁜 마음이 그 부러진 뼈에 진액처럼 고여 있다. 엄마는 부러진 뼈로 견딜수 없는 것들을 견디며 살아왔는지 모른다.

나는 엄마의 뼈속에 있는 진액을 알면서도 잔소리를 했다. 아무리 더러워도 구급차는 상관 없다.

사고난 사람들이 이것저것 다 묻지~ 당연히 지저분하지~ 그건 문제가 안되…엄마의 마음을 알면서도 내 입은 잔소리를 쏟아냈다. 내 속 편하자고…


엄만 또 다시 퇴원을 했고 여전히 튼튼 하시다.

그리고 여전하게 새벽기도를 드리시고 여전히 운동을 나서신다. 여전히라는 말이 이리 반가운지 모르겠다.

나는 전화를 할 때면 꼭 당부한다.

엄마 모자 꼭 써. 운동화 꼭 신고.

비오고 눈오면 가지마…

엄만 잔소리가 좋은건지 해탈하신 건지 작게 웃으신다.

그리고 반격이다.

알타리 먹었냐? 속에것 부터 먹고 꼭 한 번 뒤집어라… 아직 덜 익었을게다. 하루 이틀 내 놔라.

나도 지난주 들었덨 잔소릴 또 듣는다.

나도 웃음이 난다. 엄마의 잔소리에 뼈가 잘 붙었음이 전해졌다.


어쩌면 엄마의 팔이 또 부러질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 때도 엄마의 진액이 튼튼하게 흘러나와 잔소리로 전해 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해 본다.

그리고 계속해서 내게 알타리무를 담궈 주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나는 또 뒤집지 않을거고…엄마는 잔소리를 해주시겠지…


서울가는 기차에 한 할머니가 깁스한 팔을 가느다란 목에 줄 하나를 달고 팔을 의지 하고 있다.

그리고 다른 손엔 보따리가 하나 들려있다. 보따리를 들어드리고 함께 내려 갔다.

엄마의 부러진 팔이 여전히 안녕한 뼈가 생각난다.


우리들의 엄마 그리고 아빠의 뼈가 안녕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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