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나지 않을 싸움이기를…
오랫만에 엄마집에 들리는 날이었다.
네 식구는 성남 골목을 돌고 돌아, 빌라 3층 엄마 집으로 올라갔다. 전날 사온 한우와 엄마 드릴 이것저것을 차곡차곡 들고서.
익숙한 냄새가 문을 열자마자 몸에 와 닿았다.
오래된 이불 같은 냄새. 씻어도 지워지지 않는 체온처럼, 엄마 집에는 늘 그 냄새가 있었다.
우리는 아침을 굶고 갔다. 전쟁을 준비하는 군인처럼. 상을 차리기도 전에 이미 배는 텅 빈 깡통처럼 쩌렁쩌렁 울리고 있었다.
반찬들은 이미 잠복해 있었다.
싱크대 위, 냉장고, 김치냉장고, 어디든 숨어 있다가, 마치 군홧발 소리도 없이 상 위로 몰려나왔다. 배추전과 도라지무침, 호박전과 두부무침, 갈치구이와 이름 모를 나물들, 청국장, 그리고 그 옆에 누가 어디서 데려왔는지도 모를 연합군 반찬들까지.
우리가 엄마에게 했던 말은 소용이 없었다.
“엄마, 고기 가져가니까 반찬 준비하지 마.”
엄마는 고개를 끄덕였고, 그 고갯짓은 바람에 흔들리는 풀잎만큼이나 가볍고도 의미 없었다.
밥상은, 유튜브 먹방을 찍어도 될 만큼의 양으로 순식간에 완성됐다.
우리는 늘 엄마와 새도우복싱을 한다.
“엄마, 아무것도 하지 마.”
“알았다, 알았다. 차 조심해라. 천천히 와라.”
주고받는 이 잽은 서로에게 닿지 않는다.
맞는 사람도, 때리는 사람도 없다.
그저 입에서 입으로, 의무처럼 흘러나오는
대사일 뿐이다.
결과는 매번 같다.
그날도 한정식집 부럽지 않은 밥상을 꿰뚫고, 한 점 남김없이 먹어치운 뒤 집으로 돌아갈 때, 손에는 먹은 것보다 더 많은 반찬들이 들려 있었다.
“저건 냉장고에 바로 넣어라. 이건 바로 묵고, 요고는 하루 놔뒀다 넣어라. 아랐나?”
“응, 알았어.”
다가오는 어느날에도
우리는 또 새도우복싱을 할 것이다. 엄마랑.
그리고 나는 마음속으로 생각한다.
이 복싱이,
앞으로 서른 해는 더 계속되었으면 좋겠다고.
서로 맞지도 않고, 쓰러지지도 않는 이 경기.
그 끝이, 아직은 오지 않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