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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m Oct 04. 2015

7. '응', '음', '어...', '으음...'

B의 어머니의 장례식

 그 날은 B의 어머니의 장례식이었다.


 유달리도 어머니와 친했던 B였기에, 갑작스런 부고를 듣게 된 당시 B에 대한 걱정부터 앞섰다. 지병도 없으셧던 B의 어머니의 아침 출근길 사고로 인한 부고는 유난히도 감성적이었던 B의 모든것을 흔들어 놓기에 충분하다는 사실을 알았기에 진행 중이던 클라이언트와의 회의 자리를 뛰쳐나왔다. 사실 유난히 감성적이지 않은 사람이라도 충분히 충격을 받을 법한 일이었지만 말이다. 그렇게 나는 단박에 B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그 녀석은 참으로 신기하게 자신의 감성적인 면들을 너무도 완벽하게 숨기며 살아갔다. 왜저러나 싶을 정도로 평소에는 냉철하고 날카로운, 사뭇 차갑기까지 한 그의 모습을 십수년간 그의 섬세한 감성을 온전히 보면서 살아온 나는 그의 모습이 결코 이해되지 않았다. 자기 딴에는 거창한 이유가 있었다. 감성을 쉽사리 드러내다 버릇하면 사람이 약해진다며, 약한 모습을 자꾸 드러내다 보면 약해질 나는 누군가에게 잡아먹힐 것이라고,  이 세상은 강자들의 전쟁터이기에 나는 강직한 모습만을 사람들에게 비출 것이라고, 그리고 그렇게 얻은 신뢰와 명성을 바탕으로 최고의 심리 상담가가 되겠다는 이상한 이유였다. 내가 보기에는 B의 이러한 면을 B가 상담자가 되기 전에 고쳐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나름 업계에서 명성을 얻어가는 그의 모습을 보며 혼자만의 마음에 품고 있다.



 그리고 그는 울고 있었다. 힘들때 마다, 자신의 넘치는 감정과 그 순수한 감수성을 종종 드러냈던 세상에 둘 밖에 없는 가족을 떠나보낸 그는 울고 있었다. 홀어머니를 모시던 그는 처절하게 울고 있었다. 세상에 저 냉철하던 녀석이 수 많은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서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나는 말 없이 그에게 다가섰다. 그리고 그를 가볍게 안아주었다.


"응"


그의 눈물 범벅 얼굴을 보며 말 해주었다. 


"음... 응."


 내 얼굴을 보자 감정이 더욱 붙받이는지 B는 더 크게 울었다. 


"어... "



B는 자신 옆에 나를 보며 눈물이 흐르는 그 눈으로 나를 처다봤다. 그리고는 오른쪽을 가리키며 다시 엎어져 울었다. 그가 가리킨 곳에는 하얀 완장이 있었다.


 화장실에서 옷 매무새를 다시 잡고, 이제는 진정된 B의 옆에 섰다. 내 왼쪽 팔에 있는 완장을 보고 B는 뭇내 다시 울음을 터트렸다.




그 날, 내 팔에는 검적색 줄이 두개 그어진 완장이 채워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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