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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앤비 Sep 07. 2020

명품으로도 채울 수 없는 것


가난한 개척교회 목사님 딸로 자란 나는 어린 시절부터 돈 많은 사람이 되고 싶었다. 먹고 싶은 과자도 마음껏 먹고, 더 좋은 옷도 사 입는 그런 환경이 얼마나 부러웠는지 모른다.


지금에서야 그때 부모님을 생각하면 어린아이들 키우면서 얼마나 힘들었을지 이해가 된다. 하지만 그 당시 나는 자린고비 같은 부모님으로부터 빨리 독립해 마음껏 펑펑 쓰면서 살고 싶었다.


꿈꾸던 직장인이 되고, 매월 들어오는 월급에 이제 내 맘대로 쓰면서 살아야지 생각했지만, 막상 부모님으로부터 보고 자란 지난 세월이 몸에 배어 쉽게 펑펑 쓰는 습관이 생기진 않았다. 나에게 쓰는 의식주는 정말 짠순이처럼 아끼고 아끼며 살게 되더라. 기껏 기분을 내서 옷을 산다고 해도 1만 원 선뜻 더 쓰기가 어려울 만큼…


겉보기에는 근검절약하는 크리스천 청년이었으나, 내 안에는 돈, 명품에 대한 갈망이 끊임없이 올라왔다. 착착 돈이 쌓여가는 것이 보여야 생기는 안정감, 다른 사람의 눈을 의식한 허세스러운 소비를 하고 싶은 욕구 등 돈에 대한 집착이, 결국 돈이 나를 경직하게 만들었다. 


그런 내가 무너지는 계기는 결혼이었다. 가정을 꾸리는 과정에서 신랑은 나에게 새로운 경제관을 요구했다. 우리의 수입의 십 분의 일은 교회 공동체에, 또 십 분의 일은 가족에게, 또 다른 십 분의 일은 이웃들에게. 첫 번째는 당연히 찬성. 그러나 두 번째부터 내키지 않았다. 막상 부모님이 나보다 수입이 더 많은데 굳이? 그리고 마지막 이웃에게는 더더욱 내키지 않았다. 십 분의 일로 정해놓기는 아깝기도 하고 부담이니, 정기 후원 정도는 어느 정도 할 수 있는 거 아니겠냐고… 나의 화려한 입담으로 반대했다.


의외로 신랑은 강요하지 않고 몇 개월을 묵묵히 기다려줬다.


그 시간 동안 나는 간과하고 있던 돈에 대한 나를 발견하게 되었다. 돈이 나를 묶고 있다는 사실과 함께, 돈으로 세상을 쉽게 판단하고 정죄하고 있던 내 모든 죄들까지 고구마 뿌리 뽑듯이 줄줄이 드러나 외면하고 싶던 나의 모습들을 마주하게 되었다. 결국 나는 무릎 꿇었다.


“하나님 저도 이런 제 모습이 싫어요. 주님의 자녀답게 물질에 휘둘리지 않고 자유하게 해 주세요. 주님 한 분만으로 만족하고 싶습니다.”


벌써 6년 전, 그 고백을 통해 하나님은 나를 하나하나 변화시켜주셨다.


그렇게 만들어진 우리 가정의 하늘 통장. 하나님이 언제나 마음껏 쓰실 수 있는 통장으로 이웃과 선교를 위해 언제든 흘려보낼 수 있도록 매월 수입의 십 분의 일을 모은다. 신기하게도 그 돈을 아까워했던 마음이 변해서 이제는 하나님의 마음을 더 민감하게 느끼고 싶은 간절한 사모함이 되었다.


돈이나 명품 같은 물질이 아닌 주님이 온전히 내 삶의 주인이 되었을 때 일어나는 변화는 참 놀랍다. 기부는 있는 사람들이나 하는 거라 생각해 남의 이야기 같았었는데, 이제는 하나님의 주시는 감동으로 손을 펼 수 있는 자유함을 갖게 되었다. 


여전히 나는 스스로에겐 후하지 못하지만, 우리가 지난 시간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 청지기처럼 살게 하실 주님께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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