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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백맘 Aug 16. 2023

고백맘(Go back Mom)

고백맘 - 다시 키우면, 잘 키울 수 있을까.

혼자 크며 온갖 사랑 줬지만, 당연시받고 불평만 하다 독립한 첫째를 보며,

 ‘오빠처럼 키우지 않겠다’라고 다짐하며 둘째를 키웠다.

올해 6학년인 둘째는 학습이며 생활면에서 자기 주도적인 아이로 자랐고,

큰아이의 육아 방식에 대한 반성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큰아이 땐,

내 입에 들어가는 거보다, 아이 입에 들어가는 게 좋은 엄마였다.

반짝이는 호기심을 채우려 어디든 데려갔고, 온 집은 장난감으로 넘쳐났다.

불편할 틈 없이 미리 해결해 주고, 부족함이 뭔지 살피기 급급했다.

이 학원, 저 학원으로 실어 나르며, 일타 강사를 찾느라 시간을 허비했다.

체력을 키울 생각은 애당초 없고, 책상에 앉아 머리만 쓰게 했다.

밥 먹을 시간도 아끼느라, 이동 중 차에서 밥 먹이며 공부만 시켰다.

교육 커뮤니티를 오가며 정보를 퍼 나르는 교육광 열혈 엄마였다.     


다행히, 아이는 잘 따라와 주었고, 기대치 이상으로 성과도 거둬 어깨를 으쓱하게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암 진단을 받고, 수술하러 집을 비워야 했다.      

수술방에서 나오자 마취가 깨기 전 큰아이 걱정으로 전화부터 찾았다.     


 “이거 했어? 저거 했니?”      


병원에서 전화통 붙들고 동동거리며 애만 태웠다.      

새벽까지 게임을 하니 아침에 일어나질 못했고 학교는 지각하기 일쑤였다.

누가 챙겨주지 않으니 씻고, 먹고, 입는 단순한 일상부터 우왕좌왕이었다.

엄마의 애끓는 숟가락질로 끼니를 해결한 아이였으니 먹는 것도 고역이었고,

무너진 일상에서 공부는 아예 물 건너갔다.     


게임의 맛을 완전히 알게 된 큰아이.

엄마 부재의 불안함을 단 음식으로 풀며 TV 속 세상에 푹 빠진 작은 아이.

무엇을 위해 이렇게 아등바등 살았는가.

그토록 잡고 싶고 애썼던 부분이 한순간에 무너져 있었다.     




아이들 뒤만 쫓고, 자신을 돌볼 줄 몰랐던 나.

자식에게 다해주고 싶은 부모의 마음을 모른 채 철없이 받기만 받던 나.      


자기 할 일을 스스로 못하는 내 아이.

좀 안 되고, 불편한 상황에서 불평, 불만만 늘어놓으며 탓만 하는 내 아이     


나와 내 아이 그리고, 친정엄마.

퍼즐이 어느 정도 맞춰졌다.      




아이의 ‘손, 발’이 되어 주고 스스로 할 수 없게 ‘손과 발’을 자른 사람이 엄마인 나였다.
그리곤, ‘왜 안 할까?, 왜 안 되지?’ 아이만 탓하며 전쟁 같은 사춘기를 보냈다.


나 역시, 친정엄마가 돌아가신 후, 세상을 향해 홀로서기 한,

그전에는 그 울타리에 숨기 바쁜 딸이었다.

나약하고 성장하지 못한 엄마는 답습한 대로 ‘약한 아이’를 키우고 있었다.      

수술 후 회복 기간을 통해 나를 바라볼 수 있는 온전한 시간을 가지며 지나온 삶을 돌아봤다.     


나는 어떤 엄마인가.

아이들에게 줄 수 있는 게 무엇인가.

어떻게 살아야 할까.      

어린 둘째를 다르게 키우기 위해 마음먹고, 다른 방향으로 전환했다.      


, 자기주도 학습, 체력.     


둘째는

안정된 애착으로 마음이 단단한 아이.

책의 재미를 아는 아이.

4살부터 엄마 따라 등산 다닌 체력 좋은 아이.

건강한 집밥만 먹는 아이.

생활습관이 좋은 아이.

dvd와 책으로 영어 실력을 쌓은 아이.     


다시 돌아간다면 잘 키울 수 있을까.


이제야 고백건대 난 성공한 고백맘(Go back Mom)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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