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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이리 Sep 23. 2022

지난 추석에 일어난 이야기

여덟 살 아이의 가을(2022.09-2022.11)



귀를 막을 자유



아이는 강아지를 좋아하지 않는다.


정확하게 개 짖는 소리를 무서워한다. 몇 달 전 주인과 산책하던 강아지가 아이를 향해 짖은 적이 있었는데 그 이후로 강아지에 대한 공포가 생겼다. 작은 강아지였고 목줄을 하고 있었지만 아이는 그 경험을 잊지 못했다. 근처에 개만 지나가도 아이는 두 손을 들어 귀를 막기 시작했다.


생각보다 우리 주변에 반려견을 키우는 가족들이 참 많다. 가정에서 미술을 가르치는 선생님 댁에도 강아지가 있다. 사람으로 치면 할아버지, 나이 지긋한 이 반려견은 거의 짖지 않았다. 아이는 귀를 막고 그림을 그리러 갔다가 "그 개가 참 좋다."라고 말하며 밖으로 나오곤 했다. 여전히 길가다 개를 마주치면 양손으로 귀를 감싸지만, 아이가 좋아하는 반려견 한 마리가 있다는 게 희망처럼 느껴졌다. 언젠간 개에 대한 불안도 사라질 거라 생각했다.


추석을 맞아 시댁에 갔다. 최근 반려견 두 마리를 키우기 시작한 형님이 반려견을 시댁에 데리고 왔다. 아이는 양손으로 귀를 막았다. 어른들은 아이를 보며 귀를 막지 말라고 했다. 이 개들은 짖지 않는다고. 귀를 떼고 한번 있어보라고. 그래도 아이는 말을 듣지 않았다.


시댁 식구와 함께 할머니 댁에 방문했다. 그곳에도 반려견 한 마리가 있었다. 형님이 데리고 온 두 마리 반려견을 포함해 모두 세 마리였다. 아이는 인사도 제대로 못하고 귀를 막은 채, 개가 들어오지 못하도록 방문을 닫았다. 거실에서는 개 짖는 소리가 들렸다. 작고 볼품없는 소리였다. 그 소리에도 아이는 내 손을 잡고 자기 귀를 막아 달라며 울먹였다.


밖에 있던 반려견들은 각 주인의 품에 꽉 안겨 있었다. 아마 개를 무서워하는 내 아이에 대한 배려였을 것이다. 그런데도 아이는 밖으로 나가지 못했다. 잠깐 식사를 하러 나오긴 했는데, 그때도 순간순간 귀를 막으려 했다. 개가 보이지 않아도 그랬다.


어른 중 한 분은 아이에게 왜 귀를 막냐며, 이 강아지들은 잘 짖지 않는다고, 손만 제발 떼라고 말했다. 좀 이상해 보였을 것이다. 게다가 어른 말씀처럼 자주 짖는 개는 결코 아니었다. 전혀 공격적이지 않았다. 그런데도 나는 어른의 반응이 마음에 걸렸다. 이 세상은 내 아이에게 호의적이지 않다. 자기 귀를 막는 것조차 자유롭지 않다.


사람들은 모른다. 개가 언제 짖을지 모르는 예측 불가의 상황이 아이를 힘들게 한다는 것. 그 상황을 피하기 위해 귀를 막는다는 것. 개에 대한 공포를 없애기 위해 개를 한번 만져보라는 말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강아지가 무섭지 않은 존재임을 알려주고 싶은 선의의 마음은 이해하지만, 그보다 귀를 막는 행동을 자연스럽게 바라봐 주었으면 좋겠다.




사실 나도 강아지를 참 좋아하는데...
큰일이다. 나중엔 고양이를 키워야 하나?
고양이는 짖지 않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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