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덟 살 아이의 가을(2022.09-2022.11)
한숨 크게 쉬고
학교 친구이자 같은 아파트 단지의 친구들 다섯 명이 한데 모였다.
누군가의 생일을 축하하는 자리. 친구의 엄마는 아이들이 뛰어놀 수 있는 공간을 빌려 헬륨 가스 가득 채운 풍선을 띄웠다. 하얀색, 핑크색, 하늘색 풍선이 옹기종이 떠 있는 모습에 잠시 설레긴 했다. 아이들은 그 자체만으로도 기분이 들떠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놀았고, 엄마들은 한쪽에 모여 맥주 한 캔 마시며 숨을 돌리고 있었다. 작은 잔치 같은 분위기에 취하는 것도 잠시, 내 아이가 원인이 되어 일어나는 사소한 분쟁 거리를 들었다. 다른 아이는 OO가 풍선으로 자신을 때렸다며 엄마에게 조르르 달려오고, "저리 가, 하지 마"와 같은 내 귀에 익숙한 아이의 앙칼진 소리가 들려왔다. "이 녀석"이란 말도 들린다. 나는 아이에게 다가가 말했다.
"친절하게 말해야지. 아이들과 사이좋게 지내려면 소리 지르거나 때리면 안 되지. 이번이 경고 한 번이야. 경고 세 번이 되면 바로 집으로 가는 거야."
아이에게 주의를 주었음에도 계속 다른 아이의 불평 소리가 들렸다. "OO이가 자꾸 이렇게 하잖아." 다른 아이의 이름이 불릴 때도 있었지만, 엄마 마음인지 내 아이의 잘못을 지적하는 말들이 더 크게 들렸다. 아이는 여러 번 내게 주의를 받았다. 나는 아이 근처에 앉아 다른 친구들을 지켜보았다. 아이는 다른 친구들과 말을 주고받지 않았다. 아이가 할 수 있는 말은 "너 이거 할 수 있어?"나 "나 이거 할 거야."와 같은 다른 아이의 능력을 은근히 떠보거나 대놓고 자기 자랑을 하는 정도에 그쳤다. 리더십 있는 친구의 말에 수긍하듯 보이다가도 자기 멋대로 행동하며 다른 아이들의 눈치를 받았다.
반복되는 지적으로 인한 낙인효과. 조용히 아이에게 주의를 주려고 노력했는데도 다른 아이들은 아이와 나 사이의 무서운 공기를 쉽게 눈치챘다. 얼굴이 굳은 엄마와 뾰로통한 표정의 아이. 무리인가? 한두 명도 아니고 다섯 명의 아이와 한 공간에서 노는 것은 무리인가? 아이의 이름을 부르는 내 목소리가 강해지고 있었다. 나는 아이를 데리고 조용한 곳으로 자리를 옮겨 마지막 경고를 주었다. 내 말이 듣기 싫어 다른 쪽으로 가려는 아이의 손목을 세게 잡았다.
"안돼. 네 마음대로 하고 싶으면 혼자 놀아. 그렇게 하고 싶으면 해도 돼. 그런데 네가 친구와 함께 놀고 싶으면 엄마 말을 들어. 친구를 불편하게 하는 행동은 하지 말아야 해."
이후로도 여러 사소한 일들이 발생했지만 아이는 아슬아슬하게 이 모임의 끝에서 인사를 나누고 헤어졌다. 집에 돌아와 아이를 씻기려다 끝내 꾹꾹 눌러뒀던 화가 폭발했다.
친구를 밀고 소리 지르면 안 돼. 친구들이 너를 싫어할 거야. 학교에서 친구들이 너랑 놀자고 한 적 있니? 왜 그런지 알아? 그건 너를 싫어해서 그런 거야.
나는 최근 아이에게 있었던 일들을 생각하며 온갖 말들을 퍼부었다. 아이는 눈물을 보였다. 실제로 하나 둘, 반 친구 아이들이 멀어지고 있었다. 같은 태권도에 다니는 친구는 이제 더 이상 내 아이와 얘기를 하지 않는다고 한다. 하교 길에 만난 같은 반 아이도 서로 알은 체도 하지 않는다. 아이들의 머리가 굵어질수록, 아이들은 자신에게 맞는 친구들을 찾아간다. 엄마의 노력은 1, 2학년 정도까지다. 함께 어울리던 아이들은 서서히 사라질 것이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아이가 지켜야 할 규칙을 노트에 썼다. 이미 수십 번 말로 설명한 것들이었다. 가장 친절하게 말하는 1단계부터, 살짝 강하게 말하는 2단계, 화가 났다는 것을 알리는 3단계까지, 말하는 단계도 이미 정해놓았다. 말로 강조하는 것보다는 글이 나을 것 같아 아이를 옆에 앉혀 두고 규칙 3가지를 적고 함께 읽었다.
규칙 1: 친구를 밀거나 꼬집거나 때리거나, 친구가 하지 말라는 행동 하지 않기
규칙 2: 1단계로 친절하게 말하기. 1단계로 말해도 되지 않으면 2단계, 3단계로 말하다가 그것도 안되면 선생님이나 엄마에게 알리기.
규칙 3: 친구들과 싸워 이기지 말고 어제의 나와 싸워 1등 하기
세 번째 규칙은 1등에 집착하는 아이를 위해 특별히 생각해 낸 방법이었다. 사람들은 모두 다르고, 잘하는 것도 못하는 것도 모두 다르니, 다른 친구들과 싸워서 이기는 건 중요하지 않다고 아이에게 말하곤 했다. 어제의 너와 싸워 이겨. 그럼 너는 진짜 1등이 되는 거야. 이런 논리는 어떤 상황이든 변하지 않을 것 같았다.
나 스스로도 다짐한다. 나는 내 아이를 인싸를 만들려는 게 아니다. 내가 원하는 건, 마음이 맞는 친구 한 명만 찾아도 괜찮다는 생각이다. 기대를 낮춰야 한다. 굳이 여러 아이들과 친하게 지낼 필요는 없다. 아이 친구를 만들기 위해 엄마들과 친분을 쌓으려는 노려도 잠시 쉬려고 한다. 설렁설렁 가자. 내가 힘들여 노력할수록 아이에게 바라는 게 많아진다.
지켜보자, 조용히.
마음 속 거센 바람이 지나갈 때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