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덟 살 아이의 겨울(2022.12-2023.02)
가장 기본적인 규칙
아이와 사촌형의 평화를 위해 한 가지 규칙을 세웠다.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할 때 방해하지 않는 것. 형 방에 들어갈 때는 꼭 허락을 받을 것. 단순한 규칙 같지만 지켜지지 않을 때가 많다. 나는 또다시 깨닫는다. 시간이 지날수록 내 목소리의 강도가 세진다는 것을.
"형, 방에 들어가도 돼?"
"아니, 안돼."
"칫! 왜 저래 진짜? 내 방에 절대 들어오지 마."
아이는 자기 방에 들어가 쾅 소리가 날 만큼 문을 세게 닫아 버린다. 형의 거절에 기분이 상했다고 이해하고 싶지만, 아이의 거친 행동은 아이 편을 들고 싶지 않게 만든다. 어떨 땐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이유로 욕심을 부리기도 한다. 가령, 내가 끓인 라면을 같이 먹을 때도 그렇다.
"우리 엄마가 끓인 라면이니까, 절대 많이 먹지 마."
하루종일 참다가 저녁 무렵만 되면 내 인내가 한계를 넘는다. 나는 아이에게 온갖 훈계의 말들을 쏟아 붓는다.
"딱 한 가지만 지켜. 1단계로 말해. 그게 안될 것 같으면 속으로 열 번 숨 쉰 다음에 말해. 제발 10초만 있다가 말하라고."
"알았어. 앞으로 노력할게"
"엄마가 지켜볼 거야."
현실은 이처럼 간단치 않고 여러 잔소리가 펼쳐지며, 아이의 "알았어."라는 대답을 들을 때까지 지저분한 실랑이가 일어나지만, 대충 우리의 대화는 이렇게 마무리된다. 물론 10분도 지나지 않아 아이는 "시끄럽다."는 말에도 형 앞에서 크게 노래를 부르며 형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든다.
너무 답답해서 두 살 터울 형제를 둔 친구에게 물었다. "원래 이렇게 싸우니?" 친구는 당연하게 "예스"라고 대답했다. 슈퍼마켓에서 똑같은 물을 두 병 살 때에도 자기 것을 구분하며 아웅다웅하던 일을 예로 들었는데, 친구 반응이 더 놀라웠다.
"미리 소유권을 확실히 해야 분쟁이 일어나지 않아."
형제를 키운 엄마의 내공이 느껴졌다. 사소한 일을 두고 싸우는 게 자연스러운 일 같다가도, 정말 한시도 가만있지 않고 형을 귀찮게 하는 아이를 못 봐줄 때도 많다. 일부러 형 앞에서 침을 튀기며 장난을 치고, 하지 말라고 하면 더 하고, 자기는 형 등을 툭툭 치면서도 형이 자기 팔을 건드리기라도 하면 버럭 소리를 지르는. 덕분에 “살살 좀 말해." 비슷한 의미로 “1단계로 말해.”를 입에 달고 산다. 5단계가 버럭 소리를 지르는 수준이라면 1단계는 친절히 말하는 단계다. "열 번 숨 쉬고 말해."라는 말도 자주 등장한다. 어떤 식으로든 아이에겐 자신을 조절하는 훈련이 필요하다.
절대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훈련을 돕는다는 마음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