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ritten by 심너울
ADHD 작가라는 단순한 이유로 이 책을 읽었다.
1994년생. 작가의 나이가 중요한 것은 아니지만 젊은 작가와 거리가 있는 나에게 ‘심너울’이란 이름은 생소했다. 자연스럽게도 작가에 대한 관심보다는 ADHD에 대한 부분이 더 크게 다가왔다.
ADHD 자체가 지나치게 과장되고 있다는 주장을 들어 알고 있었다. 정신과 질병, 특히 정신증이 아닌 신경증은 그 기준을 정의 내리기가 상당히 까다롭다. 아직 사람들은 정신과적 문제가 어떻게 신경계의 구조, 화학적 문제와 연결되어 있는지 잘 알지 못한다. 만약 그랬다면 정신과에서도 내과에서처럼 피나 다른 액체를 뽑아 신경증 진단을 내렸겠지. 그런 정신과적 기준에서 중요한 것은 개인의 행동이 과연 사회적으로 적응적이냐는 것이다. 그런데 그 ‘사회적으로 적응적‘임은 어떻게 평가하는가? ADHD도 문제없는 특성인데 다만 우리가 이것을 병이라고 지칭하기 때문에 특성이 아닌 병이 된 것은 아닐까? P89
나는 이 ’사회적으로 적응적‘임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이다. 진단의 기준이야 내 영역에서 벗어나 있고 이미 진단을 받았다면 (진단이 바뀔 확률도 물론 있지만) 가능하면 아이가 사회적으로 적응하기를 바란다. 이게 아이에 대해 내가 가진 방향성이다. 그래서 심너울과 같은 작가가 많아졌으면 좋겠다. 자폐 스펙트럼이든 ADHD든 또 다른 신경증이든 상관없이 사회적으로 적응적인 사람들이 더 자주, 더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그러면 신경증에 대한 차별과 혐오도 사그라들지 않을까?
책은 모두 4개 챕터로 구분된다. 솔직히 첫 번째 챕터는 마음에 와닿지 않았다. 작가가 챕터순으로 원고 작업을 했는지는 알 수 없으나, ‘백지 공포’가 있을 만큼 첫 문장을 시작할 때가 가장 힘들다는 작가의 말처럼 책의 첫 부분을 많이 고생했구나 싶었다. 이후 두 번째 챕터부터 작가는 진가를 발휘하는데, 솔직하고 짠내 나고 웃기면서도 의미가 있었다. 제목처럼 ’피부에 닿지 않는 헛소리‘로 시작했다가 ‘현실 속 심너울 작가의 유쾌하고도 씁쓸한 이야기‘로 변했다가 다시 ’미래에 대한 그럴듯한 고찰’, 마지막에는 ‘심너울의 생각’으로 마무리되는 느낌.
지금은, 이 작가 참 섬세하고 예민하구나! 홀로 우울을 키우다 못해 염세적인 생각에 사로잡혀 자기 비하를 할 만큼 불안한 사람이구나, 생각이 든다. 그런데 바로 그런 점 때문에 이런 글을 쓸 수 있지 않을까? 때때로 찌질하고 한없이 가벼우며 세상 엉뚱해 보이기도 하지만 그게 바로 이 작가의 매력이 아닐까? 어쩌면 그것이 ADHD가 숨기고 있는 긍정의 시그널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