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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거북선생 Dec 15. 2022

기말고사가 끝났다.

노력의 결과


아직 시험이 끝이 나지 않은 곳도 있겠지만, 우선 내가 담당하고 있는 학교들은 모두 시험이 끝이 났다. 3개의 중학교, 6개의 고등학교. 이번 시험 기간에 내가 담당했던 학교들의 숫자다. 너무 많은 학교에 관여하게 되어서 머리가 좀 아프기는 했지만, 어찌 되었든 끝났다는 생각에 홀가분하다. 


생각보다 잘 본 아이들도 있지만, 대부분은 생각한 것만큼 봤다. 시험을 보는 당사자일 때는 전혀 그런 느낌이 없지만, 제삼자로 옆에서 지켜보면 사실 시험은 생각보다 정확하다. 일반적으로는 열심히 한 아이들이 열심히 한 만큼 성적을 받는다. 한두 문제의 차이는 있겠지만, 노력한 만큼 결과가 나오는 것이 시험이다. 수년을 이일을 하면서 매번 반복해서 깨닫는 진리는 그것 하나다. 시험은 노력한 만큼 나온다. 


물론, 가끔 어떤 시험은 노력을 비웃을 때가 있다. 시험이 너무 쉽게 나와서 열심히 하지 않은 아이들도 고득점을 받는다거나, 반대로 시험이 너무 어려워서 열심히 한 아이들이나 문제를 다 찍은 아이들이나 별반 다를 게 없다거나 하는 때가 그렇다. 그러나 그게 자주 있는 일은 아니니까. 그걸 옆에서 수년째 보고 있다 보니, 나를 비롯한 선생님들 입에선 '노력'이라는 말이 떨어지지 않는 거 같다. 듣는 아이들은 참 괴롭겠지만 말이다. 


시험과 노력에 대해 생각하면 나는 늘 K가 생각난다. 중학교 3년 내내 평범한 보통의 남자아이였던 K는 고등학교 올라가면서 여러 가지가 변한 아이 었다. 어떤 대학을 목표로 삼았던 것은 아니지만, 공부를 하고 성적을 올리겠다는 목표는 명확했다. 겨울 방학 내내 K는 수업 시간이 아닐 때도 학원에 나와서 공부를 했다. 주말에도 일정 시간은 공부에 할애했고, 고등학교에 진학해서도 매일 변함없이 열심히 했다. K의 성적은 매 시험이 지날 때마다 위로 위로 올라가고 있었다. '우상향' 그래프. 대학에서도 좋아할 성적 그래프라며 모두가 곁에서 K를 응원했다. 그런 K가 고등학교 2학년이 되었을 때. K의 선생님 중에서 유일하게 나만 웃지 못했다. K의 유일한 성적 구멍이 국어였기 때문이었다. K의 성적표에서 단 한 번도 우상향을 그리지 못하고 있는 과목이 국어였다. 노력으로 과연 되기는 하는 걸까. 국어는, 언어는 역시 타고난 재능인 건가. 아니 그렇다기엔 K의 영어 성적은 일취월장 중이었다. 그렇다면 K가 다른 과목을 공부하느라 국어에 소홀했는가? 그건 전혀 아니었다. K는 내가 100문제를 주면 다음날 그 100문제를 다 풀어오는 아이였다. 시험을 앞두고 저 아이는 이 정도 받겠다 싶은 감이 K는 도통 맞지 않았다. 이번엔 잘 봤겠지 기대하고 확인하면 또 제자리였다. 마치 무슨 저주라도 걸린 것처럼 K는 시험의 난이도와 관계없이 일 년 내내 똑같이 6개를 틀려왔다. 고등학교 2학년 2학기 기말고사마저 똑같은 점수를 받아 왔을 때. 나는 이제 내가 문제라고 생각했다. 내가 아는 한 K는 자신의 모든 노력을 쏟았다. 결국 부족한 선생을 만난 탓에 K가 성적이 나오지 않는다는 자괴감이 들어서,  K가 있는 반에 수업을 들어갈 때마다 괴로웠다. 그래도 눈을 반짝이며 내 앞에 앉아 애쓰는 K를 보면서 포기할 수는 없었다. 이듬해 봄이 되고, K는 여전히 나를 믿고 따르고 있었고 최선을 다해서 공부했다. 그리고 고3 첫 중간고사. K가 국어를 100점을 받아왔다. 


학창 시절 나를 지도하시던 선생님들이 하시던 말씀이 있었다. 성적은 계단식으로 올라간다고.. 나는 그때까지 지치지 않고 포기하지 않고 노력해준 K가 너무 고맙다. 가르치는 선생마저 이건 안 되는 일이 아닐까 싶었던 그때에 K가 만일 포기했다면, 나는 '노력'의 힘을 믿지 못했을 테니 말이다. 기말고사가 끝나고 혹시 좌절하고 있는 친구가 있다면, 포기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시험은 노력한 만큼 나온다. 세상일은 노력만큼 되지 않을 수 있어도 학교 시험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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